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자선병원 하얀 병실에서
- 브레히트

자선병원 하얀 병실에서
아침 일찍 깨어
지빠귀의 노랫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깨닫게 되었다. 벌써 오래 전부터 나에게서
죽음이 공포는 사라졌다. 나 자신이
없어지리라는 것만 빼놓으면, 다른 것은
하나도 달라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죽은 다음에도 들려 올 지빠귀의 온갖 노랫소리를
이제야 비로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노자는 ‘죽어서도 잊혀 지지 않는 자는 장수하는 사람이다(死而不亡者壽)’라고 했다.

정말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게 장수일까?

얼마 전에 TV에서 ‘개미들의 삶’을 보았다.

개미들이 저수지의 작은 섬에 집을 짓고 살다가 큰 비를 만났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들의 몸으로 큰 뗏목을 만들었다. 그 중앙에 여왕개미와 알들을 안전하게 얹어놓고 항해를 시작했다.

그러다 물가에 다가가자 그들 전체가 한 몸인 듯 일부가 땅을 향해 손처럼 뻗어가 다리를 만들었다. 그 위로 여왕개미와 알들을 안전하게 옮겼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개미들이 장렬하게 죽어갔다. 하지만 살아남은 개미들은 무사히 땅에 도착해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개미들은 ‘하나가 전체, 전체가 하나’였다.

인간에게도 이 ‘하나의 마음(一心)’이 있을 것이다. 인간은 ‘개인이면서 동시에 인류’일 것이다.

죽어서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사람들은 이런 마음으로 살았던 사람들일 것이다.

즉 그들은 ‘자아’를 넘어 ‘인류가 된 사람들’일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죽었지만 살아있는 것이다.

사마천은 ‘죽음’ 대신에 ‘궁형’을 택했다. 그는 말했다. “죽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죽음을 대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그리곤 ‘사기’를 썼다. 그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지금껏 살아있다. 그는 ‘우리이면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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