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환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좀처럼 30%를 못 넘기고 있다. 2월 13일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지지율)은 30%다. 지난 2주 연속 취임 후 최저치인 29%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이 3주 만에 겨우 1%포인트 오른 것이다.

역대 대통령 지지율과 비교해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의 심각성은 확연히 드러난다. ‘집권 3년차 1분기 평균 지지율’을 보면, 김영삼 37%, 김대중 49%, 노무현 33%, 이명박 44%였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박 대통령 지지율을 또 다시 아래로 끌고 갈지 모를 변수다.

청와대는 얼마나 골치가 아플까? 그래서 제안해본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을 올릴 방법을.

첫째, 이명박 정부 시절이 남북관계에서 ‘잃어버린 시간’이었다는 게 바로 이 대통령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금이 바로 남북관계에서 무능했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에 알맞은 때다. 출발점은 이명박 정부의 유산인 ‘5.24조치’를 전향적으로 해제하는 것이다.

북한은 1월 23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5.24조치가 해제되어야만 이산가족 상봉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강조해왔다. 1월 19일 통일부 등 4개 부처 ‘통일준비’ 업무보고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령의 이산가족들의 간절한 염원부터 풀어드리는 것”이라고 말했고, 1월 29일 영화 ‘국제시장’을 볼 때는 이산가족 상봉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박 대통령이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켜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확인시켜준다면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취임 1주년이던 2014년 2월 박 대통령 지지율은 60%대였다. 바로 그 즈음 금강산에서는 약 3년 4개월 만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다.

5.24조치 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이 투자를 타진 중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남북협력기금을 투입할지를 놓고 정부 안에서 외교.안보라인과 경제라인이 대립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박 대통령이 남북협력기금을 지출하며 떳떳하게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5.24조치는 정리하고 가는 편이 좋다.

둘째, 때마침 러시아에서 초청장이 날아왔다. 5월에 모스크바에서 열릴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행사 얘기다. 김정은 제1비서 참석은 확실시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에 러시아행 비행기에 오른다면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과의 만남은 정확히 13년 만에 성사된 ‘대를 이은 만남’(2002년 5월 박근혜-김정일 → 2015년 5월 박근혜-김정은 )으로 의미 부여될 것이다.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철도.물류.에너지 분야의 굵직한 협력 사업을 합의하는 모습도 두고두고 회자될 그림이다. 이 쯤 되면 당분간 지지율 걱정은 안 해도 될지 모른다.

셋째, 이처럼 전향적 대북정책을 펼친다면, 그 과정에서 한.미관계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그나마 적게 손해를 보려면 김대중 정부가 그랬듯이 북.미화해의 ‘중재자’ 또는 ‘촉진자’를 자임하면 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에서 외교적으로 고전 중이다. 이 와중에 북핵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점점 더 꼬이고 있는 모양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월에 급기야 북한이 금기시하는 ‘붕괴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말았다.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된 중국은 과거 같은 중재자 역할을 해내기 어렵다. 지금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기회다. 박 대통령이 나서서 북한을 설득하고, 미국을 설득해 대화의 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올해 여름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다던데, 5.24조치 해제, 러시아행 등을 마무리하고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다면 박 대통령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한국 대통령은 언제나 한국 국민에게 높은 지지를 받았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사실 지금까지 말한 내용은 하나도 새로울 게 없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제안해 온 박 대통령 지지율 올리는 방법이다. 대북정책, 대러정책, 대미정책의 최종결정권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에게는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현실화시키며, 북·미대화를 중재할 힘도, 기회도 있다.

박 대통령이 5.24조치 해제를 출발점으로 자신의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모습을 올해 상반기에 지켜볼 수 있을까?

 

 
국민대학교에서 법학을, 동국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밖에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경실련 통일협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같은 통일 관련 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조선학교 이야기: 차별을 딛고 꿈꾸는 아이들』(2014, 공저), 『평화와 통일의 사건사』(2014, 공저), 『동북아시아 열국지 2: 팍스 아메리카나의 뒤안길』(2013), 『동북아시아 열국지 1: 북·미 핵공방의 기원과 전개』(2012), 『구술사로 읽는 한국전쟁』(2011, 공저), 『북한위기론: 신화와 냉소를 넘어』(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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