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부터 순항할 것 같았던 남북관계가 이번 달 하순 들어 이상기류를 만나 뒤뚱거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남북관계의 가변성과 의외성이 작용한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마냥 좋아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경색국면이 진행된다고 그냥 낙담할 필요도 없습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언제고 상황이 반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남과 북은 잠정적으로 대화 개시 시기를 1월 중으로 잡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해 12월 29일 우리 정부가 남북간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당국간 회담을 1월 중 갖자고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북측에 회담을 공식 제의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남북이 1월 중 만날 경우 첫째가는 의제는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문제였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 역시 남북이 가장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19일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미국 인권재단 관계자들이 대북 전단을 살포하자 북측이 남측 당국에게 이들 탈북자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을 의지가 안 보인다고 조롱조로 비난한 바 있습니다. 이어 북측이 1월 23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5.24조치를 그대로 두고서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밝힌 것입니다. 즉,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5.24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하라는 것입니다.

북측이 이처럼 ‘5.24조치 해제’와 ‘이산가족 상봉’을 연계시킨 것은, 남북이 지난해 2월 고위급 접촉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일정과 겹침에도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고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음에도, 상봉 행사만 치르고 남측으로부터 얻은 게 없다는 학습효과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 정부는 북측의 두 가지 연계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는 “정부는 이미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할 용의가 있으며, 대화가 재개되면 이산가족 문제뿐만 아니라 5.24조치 등 북한이 관심이 있는 사안들도 모두 포괄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임을 밝혔다”며 기존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로써 1월 중 당국간 회담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당장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도 한미 연합훈련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1월 중 남북 당국간 회담이 어려워진다고 해서 향후 남북 대화 가능성마저 완전히 무망(無望)해진 것은 아닙니다. 주지하듯이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가 신년사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정상회담 등 관계 개선 의지를 이미 밝혔고, 또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분위기 조성이 1월 중순 이후까지 진행돼 왔기 때문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이 대북 전단 살포와 5.24조치라는 걸림돌로 인해 멈칫거리고 있으나 이들 걸림돌이 아직 남북 최고지도자의 의지와 대화 분위기를 꺾을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는 남과 북 서로에게 관계 개선을 위한 수요가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광복 70주년인 올해 남측은 8.15에 즈음해 ‘광복 70주년 남북공동기념위원회’를 구성해 커다란 기념행사를 치르기를 원하며, 북측 역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10월의 대축전장’을 성대하게 맞이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러자면 남북 모두에게 관계 개선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다 모두(冒頭)에서 밝혔듯이, 남북관계가 갖는 가변성과 의외성을 감안한다면 아직 남북이 대화에 임할 수 있는 동력은 살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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