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 21세기민족주의포럼 대표

 

한국 사람이라면 세대, 지역, 종교, 정치적 신념 가릴 것 없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말에 공감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 정부 특히 현 아베 정권은 끊임없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부르고, 호시탐탐 독도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의 영토를 지켜야 할 임무가 있는 국방부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명기한 일본 방위백서 요약본 50여 부를, 그것도 한글로 번역되어 있는 것을 받고도 내용 확인 없이 문서 접수를 한 뒤 닷새나 지난 뒤에야 부랴부랴 항의하고 돌려주었다고 한다.

일본 측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측에서 백서 요약본을 들고 간 일본 대사관 무관에게 고맙다는 인사까지 했다고 한다. 국방부에서는 그 시각에 우리 측 직원이 자리를 비워서 일본 대사관 무관이 그냥 책상 위에 놓고 왔다고 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 몰라도 아무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일본의 방위백서를 받았고, 받은 문서를 접수한 뒤 일주일 가까운 시간을 그냥 보냈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국방부의 무사안일주의, 말바꾸기 등으로 질타한다. 그런데 그런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일본 측에서 준 방위백서를 받은 사람은 일반인도 아니고, 일반 공무원도 아니다. 우리의 국방을 책임져야 할 국방부 직원이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일본이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주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의심을 하고 봤어야 한다. 단 몇 분의 시간만 투자해도 그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방위백서 요약본은 고작 28쪽의 분량이다. 그리고 지도를 통해 선명하게 자기들 주장을 빨간 색으로 표시하였다. 더욱이 일본어판도 아니고, 영문판도 아닌 한글판이다.

그런데도 국방부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국방의 문제에 가장 첨예한 대응을 해야 할 정부 부처가 얼빠진 짓을 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것은 그저 말로 하는 것일 뿐 그들은 독도를 지킬 의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독도를 지킬 의지가 왜 전혀 없을까? 그들은 일본이 우리의 협력 대상이고, 우리가 따라 배워야 할 대상이지, 견제나 감시해야 할 대상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가 국민 여론이 좋지 않자 부랴부랴 취소한 적이 있었다. 그것을 변형시켜서 ‘한미일 군사정보약정’을 맺은 것이 박근혜 정부다. 한미간, 한일간에 안보조약을 통해 군사정보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미일 군사정보약정은 사실상 한일간 정보 교류 내지는 공유를 하기 위한 것이다.

한미일 군사정보약정에 서명하면서 국방부는 이미 서명을 해놓고도 안 한 것처럼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을 알기는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꼼수를 부려서 국회 동의도 필요 없고 국민들이 반대할 틈도 주지 않는 형식으로 급작스럽게 약정이란 것을 맺었다고 볼 수 있다.

또 일본의 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는 사람을 총리로 기용하려고 했던 것이 박근혜 정부다. 일본군 위안부가 일본군을 따라다녔다고 기술하는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게 하려고 공권력을 동원해서 온갖 짓을 다한 것이 박근혜 정부다. 또한 박근혜가 뉴라이트에 대해 대단한 기대감을 보이지 않았는가? 이러니 그 정부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 굳이 일본을 경계하고 감시하려는 마음이 생길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해서 박근혜 정부가 바로 친일 정부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얼빠진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생각할 때 우리는 박근혜와 그 측근들이 본질적으로 어떤 사람들인지를 곧잘 잊곤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들은 친일파의 후예이고, 지금 현재 그들 자신이 바로 친일파이다. 뿌리가 그렇고, 흘러온 역사가 그렇고, 현재 그들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는 생각이 그렇다.

이렇게 말하면 이 정부를 지지하는 자들은 반박할 것이다. 아베 정부와 정상회담도 하지 않고,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 않냐고 하리라. 그러나 그것은 우리 국민들이 친일파를 극도로 혐오하는 정서를 아직도 확고하게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시늉을 하는 것이지 진짜 그들이 일본을 멀리 하는 것이 아니다.

집권 세력과 이 사회의 이른바 주류라고 하는 지식인들이 대부분 친일파인데 왜 국민들은 일본을 싫어할까? 그리고 그들의 주구인 친일파를 혐오할까? 그리고 친일파가 분명한 이들이 공공연하게 자신이 친일파라고 말하기를 꺼려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 친일파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것은 정치적, 도덕적으로 매장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그것을 두고 개혁 진보 세력이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우리 국민들이 정서적이라서 그렇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나아가서 이러한 정서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보기도 하고, 심지어 시대착오적으로 보기도 한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민족적 감정은 진보적이지 못하다는 관념이 꽉 들어 차 있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사람들의 정서 속에 깃들어 있는 것은 그것이 존재해야 할 까닭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일본을, 친일파를 혐오한다면 그래야만 될 까닭이 있다는 말이다. 그 정서가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적이며 많은 사람들 속에 뿌리 내려 있다면 지식인들 몇몇이 섣부르게 잘못됐다는 단정을 해서는 안 된다.

그 까닭은 첫째, 아직도 일본군국주의는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고 심지어 부활하려고까지 하고 있으며, 친일파는 청산되지 않고 오히려 이 사회의 지배층으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 눈앞에서 그 현실이 점점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그 까닭의 둘째는 일본제국주의와 친일파를 대상으로 투쟁해 온 지난한 역사 때문이다. 우리 손으로 독립이 되지 않았다는 점만 생각하고 허무주의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결정적인 승리는 못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이 어찌 헛되겠는가? 뿐만 아니라 친일파를 청산하지는 못했어도 지난 70년 동안 끊임없이 친일파와 싸워온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오늘까지 친일파를 국민들이 증오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친일 정부이다. 뿌리가 그렇다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박근혜의 아버지가 다카키 마사오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의 친일 행각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아버지가 그러했듯 민족민주운동에 대한 가혹한 탄압, 친일 행각의 은폐에 대한 비호 등은 이루 열거할 수 없다. 비근한 예만 들어도 박근혜가 뉴라이트에 대해 보이는 기대감과 이명박 정부에서 있었던, 금성출판사 출간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탄압, 현 정부에서 있었던 교학사 교과서 밀어주기, 뼛속까지 친일적인 문창극을 총리 후보로 밀려고 하는 등을 보면 이들의 생각 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친일본색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진보 대 보수로 부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규정이다. 현재의 대립 구도는 진보 대 보수가 아니라 민주 대 독재이며, 개혁진보 대 수구이다. 그리고 그것의 본질은 의연히 민족과 반민족인 것이다. 이러한 이 사회의 대립 구도가 점점 더 뚜렷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현상 중의 하나가 이번에 국방부가 보여준 얼빠진 행동이다. 이들이 독재를 강화하는 것도, 이들이 진보적인 운동을 탄압하는 것도 결국 친일세력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이 정부와 그를 떠받치고 있는 세력들의 친일 행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비하면서 이 정부의 친일 본색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들이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이들이 친일 본색을 드러내는 것을 두고 역사가 후퇴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렇지 않다. 이들이 본색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민주적 역량이 강화되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민주역량은 민족의식으로 발전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의 본색을 이제 지속적으로 부지불식간에 드러낼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이들을 친일파로 규정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모든 언행을 이들이 친일파로서 지니고 있는 본질과 연결시켜서 국민 대중 속에 각인시켜 나가야 한다.

이제 우리는 일본의 수구세력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을 것이다.

너희들의 국방부도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는 방위백서 요약본을 보고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주장하고 다케시마를 넘겨라.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향해 물어야 한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엄연한 사실조차 지킬 의지가 없는 정부를 과연 우리의 정부로 인정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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