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오감도(烏瞰圖)
- 이상

시(詩) 제1호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가무섭다그리오.
제7의아해가무섭다그리오.
제8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약수터에 갔더니 근처에서 텐트를 치고 사는 '노숙자'가 물을 받고 있다. "밥하시려고 물을 받나 봐요." 슬쩍 말을 건넸더니 "네."하고 대답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다 그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TV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어요." 그는 사람에게 크게 상처를 받고 집과 사회를 떠나게 되었단다.

우리는 누구나 사람에게 크게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우리 모두를 앞으로 질주하게 한다. 그러다 다들 막다른 골목을 만나 주저앉는다.

살 길은 서로를 잡아먹는 길 뿐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는 '무서운 사람과 무서워하는 사람' 뿐이다.

우리 모두 '갑질'을 하고 '갑질'을 당한다.

인디언 아이들에게 시험을 치르게 했더니 아이들이 우르르 일어나 함께 모여 문제를 풀더란다.

각자 따로 문제를 풀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이렇게 말하더란다. "우리 선조들께서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질주하기만 하는 한 우리 모두는 '갑'과 '을'로 나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은 오랜 진화를 통해 '공감과 사랑'의 능력을 획득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공감과 사랑이 가득한 사회를 이루고 살았다.

그러다 소위 '문명사회'가 되면서 이 능력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는 '갑질 놀음'에 지치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 눈앞에 '오래된 미래'가 신기루처럼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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