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재(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2014년말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3자(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약정)이 전격 체결되었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체결하려던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 변형된 형태로 체결된 것이다.

미국이 끼어들고 정보의 범위도 북핵과 미사일 정보로 제한하고 형식도 기관 간 약정으로 낮췄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한미일 삼각 MD 구축 발판

약정 체결의 주된 목적은 미국 주도의 한미일 삼각 MD(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여 대북, 대중 탄도미사일 요격작전을 수행하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이 획득한 대북·대중 탄도미사일 정보를 조기에 미·일에 제공하려는 것이다.

“2012년 3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시, 한국군 이지스함이 탐지한 정보를 일본이 곧바로 이용할 수 없었다”는 <아사히신문>의 보도(2014. 12. 23)나 “한국의 레이더로 탐지한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의 정보를 한미일 3국이 즉시 공유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수전 라이스 백악관 보좌관의 제안(2014. 3. 14)은 미·일이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체결 목적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반면, 한국이 획득한 대북․중 탄도미사일 정보는 미·일에게는 일본과 주일미군, 미 본토를 방어하는 데 조기경보로서 매우 유용하지만, 일본이 획득한 대북 탄도미사일 정보는 종심이 짧은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한국에게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미 의회 조사국도 「아태지역에서의 탄도미사일 방어」라는 보고서(2013. 6)에서 한국은 종심이 짧아 한미일 3각 MD와 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 연동이 한국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한국은 2011년 1월에 미국과 ‘연합군사정보관리체계에 관한 양해각서(MIMS-C MOU)’를 체결해 실시간으로 미국의 신호정보와 영상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도 한국이 굳이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하여 미국보다 정보력이 낮은 일본에게 군사정보를 얻어야 할 필요성은 거의 없다.

대일 군사적 종속 자초, 대중 포위전략 전초기지화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체결은 대일 군사적 종속의 길을 자초하는 것이다.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체결은 미국의 THAAD(종말고고도방어) 체계 한국 배치와 한국군의 THAAD 체계 및 SM-3(스탠다드-3) 요격미사일 도입을 예정하는 것이며, 이는 한국의 미국 MD 체계에 전면 참여와 한미일 삼각 MD 구축으로 귀결된다.

한국이 THAAD 체계 및 SM-3 요격미사일을 도입하게 되면 이들 MD 자산은 미국 MD 자산과 함께 주로 일본이나 주일미군 방어와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지원에 투입될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MD 작전을 위한 한·미 간 작전통제권 조정은 이미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재진출을 노리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우리 손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미국이 작전통제권을 넘겨주지 않은 주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한미일 삼각 MD를 통합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보·요격작전통제권을 둘러싼 한미일, 특히 한·일 간 이해 대립을 조정해야 하는데, 미국은 한국군(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함으로써 한미, 한일 간 갈등을 자국의 이해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체결은 향후 체결될 ‘한·일물품용역상호제공협정(ACSA)’과 함께 한·일 군사관계를 MD 영역을 넘어 정보․작전․군수 분야 전반으로 확장시킴으로써 사실상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으로 발전하게 된다.

한·일 군사동맹이 구축되면 한국은 일본에게도 군사적으로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일 간에 안보 일체화를 이룬 속에서 국방비와 군사력에서 일본보다 열세인 한국은 한미일 삼각 동맹체계에서 일본의 하위 체계로 편재되기 십상이다.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체결로 MD 무기체계 및 기술 도입과 F-35의 창정비와 부품 조달 등의 분야에서도 대일 종속 가능성은 현실로 되고 있다.

미국 동서연구소의 데리 로이가 “한일군사협력은 한반도보다 중국에 더 큰 의미를 갖는다”(성조지, 2010. 1. 11)고 주장했듯이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체결은 한국과 한국군이 대일 군사비밀정보 제공과 대북 억제를 넘어 미일 주도의 대중 포위전략의 전초기지와 첨병의 길을 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2014년도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한·미가 합의한 ‘포괄적인 미사일 공동 대응 작전’ 개념 및 원칙과 이에 기초해 2015년까지 수립할 작전계획에 의해 한층 구체화되고 뒷받침된다.

전 세계 미국 MD 자산까지 동원하는 대북 작전계획 수립은 지금까지의 대북 작전계획이 대중 작전계획으로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 MD 자산을 동원하는 작전계획이 북한 미사일 방어로 한정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회 비준동의도 회피

이 약정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비밀정보의 교환에 적용”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약정에 대한 근거이자 모법(母法)의 성격을 갖는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간의 군사비밀보호에 관한 보안협정’에 따르면 “군사비밀”의 정의를 “군사목적에 사용되는 국가 안보에 관한 정보나 물자”로 규정하고 있어서 사실상 모든 정보를 일본에 제공할 가능성을 열고 있다.

또 비밀의 등급도 군사1급 비밀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2012년에 체결하려다 실패한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 일본에 제공할 군사정보를 2급 군사비밀로 제한했던 것에 비해 개악된 것이다.

이처럼 약정 체결은 의도와 내용 등 모든 면에서 우리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고, 조약적 위상을 갖는 ‘협정’으로 체결하여 헌법 60조 1항에 따라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민 여론을 수렴하면서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던 당초 공언과는 달리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채 밀실 협상을 했고, ‘기관 간 약정’으로 대체함으로써 국회의 헌법적 권한 행사를 차단했다. 그리고는 복잡한 연말을 틈타 한미일 3자가 한자리에 모이지도 않고 약정을 체결하는 꼼수를 부렸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군사기밀과 관련한 사항을 기관 간 약정으로 체결하는 경우 법적 구속력이 없어 상대국의 체결 기관을 구속하는 데 충분치 않”아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방식으로서”는 ‘기관 간 약정’이 적합하지 않다며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 체결을 우려했다.

“타국의 안보 이익과 관련된 자료는 자국의 안보 자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될 우려가 있”어 ‘군사기밀보호법 시행령’(8조 2항 나호)의 녹음․메모․촬영․발췌 및 복사 등의 금지 규정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위법적 요소를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이 “기존 협정을 근거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공유되는 비밀은 국제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면서 “국제의무 위반이 존재할 때 책임을 제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방부의 주장대로라면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은 국제법적 의무를 갖는 ‘약정’이 되는데, 이는 국방부가 국제법적 의무를 지는 ‘약정’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한 국무총리실, 외교부, 국방부의 ‘약정’ 관련 규정(훈령)을 위배하는 것이다.

또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이 국제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국제법 의무를 지지 않는 ‘약정’으로 법적 지위를 낮추어 체결함으로써 일본에 대한 군사기밀 제공을 의무화 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씻겠다는 그동안의 국방부 주장이 허언이었음을 실토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번 약정 체결은 내용과 형식, 절차 등 모든 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국가 안보를 해치고 민족의 장래를 위협하는 약정 체결은 무효화되어야 한다.

 

 
전 애국크리스챤청년연합 부의장

전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전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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