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1위원장은 '북한의 덩샤오핑'이 될 수 있을까?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 4년째를 맞으며 여전히 경제발전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전략적 노선으로 선택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은 현 시점에서는 경제 건설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도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과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사회적 인프라와 생산 시스템이 약화됐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어려운 조건에서 과연 북한이 경제건설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일성 주석이 주체사상을 통해 정치사상강국을 건설했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정치를 내세워 핵무력에 기반한 군사강국을 건설했고, 김정은 제1위원장은 경제발전을 통해 ‘북한의 덩샤오핑’이 되고자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김정은 제1위원장은 ‘5.30담화’를 통해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고, 당창건 70주년을 맞은 올해는 그 같은 정책구상이 구체적인 경제적 조치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올해 북한의 경제전망을 대내적인 경제관리 개선 조치와 대외적인 경제개발구 건설 전략, 협동농장과 식량 메커니즘, 그리고 남북경협 전망 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1. 김정은 ‘5.30담화’와 내각 상무조
2. 쌀 ‘협정가격’ 알아야 북한 경제가 보인다
3. 기업소 지배인의 ‘수입병’ 왜 생겼나?
4. 관광개발구, 경제개발구의 ‘미끼 전술’?
5. 남북 모두 먹고 싶은 ‘그림의 떡’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사회주의경제강국 건설을 제시하면서 “대외경제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며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를 비롯한 경제개발구개발사업을 적극 밀고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경제개발구’를 직접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경제를 이해하고 전망하기 위해서는 협동농장과 기업소를 두 축으로 하는 내부 경제 메커니즘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지만, 대외경제 영역 또한 제대로 살펴야 한다. 기존 북한의 대외경제 부문이 대체로 중국과의 교역에 한정돼 있었다면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본격 제기된 경제개발구 개발전략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또한 북한의 대외경제를 보다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환율과 기축통화 문제도 짚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가 공식환율과 시장환율 사이에 큰 격차가 가로놓여 있고,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가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경제개발구에 비해 ‘협동화폐제’는 거의 잘 알려지지 않은 실정이다.

2년의 준비 거친 13개 경제개발구 개발총계획

사실 경제특구는 우리들에게 낯선 용어나 개념은 아니다. 중국이 개혁개방 과정에서 경제특구 전략을 구사해 성공한 사례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고, 북한도 이미 1984년 합영법 제정을 시작으로 1991년 ‘라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 창설, 2002년 신의주행정특별구 추진 등의 시도를 이어갔다.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와 병행해 야심차게 추진된 신의주행정특별구는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네덜란드 화교 출신 양빈이 중국에 체포되면서 가로막혔고, 이후에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중국은 신의주 특구가 본격화될 경우 동북 3성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물론 해외투자가 신의주로 쏠릴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 2011년 6월 9일 '라선경제무역지대 조중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 대상 착공식'이 화려하게진행됐다. 착공식 개회선포와 함께 라진항과 선박에서 축포가 터지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실제로 경제특구는 남북 간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북.중 간 라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가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었지만 그나마 남측의 금강산관광은 끊기고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는 아직 본격화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새롭게 제시한 것이 바로 경제개발구 개발 전략이다. 2012년 ‘12.1조치’를 통해 “13개 직할시.도와 220개 시군에 대해서도 당위원장과 인민위원장이 주도권을 갖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자체 ‘개발구’ 개발”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통일뉴스, 2012.12.28)

<북한 경제개발구 추진 일지>

2012.12.1 기업소 독립채산제 실시, 경제개발구 추진 (12.1조치)
2013.3.1 기업소 독립채산제 전면 실시, 협동화폐제 실시 (3.1조치)
2013.3.31 당 중앙위 전원회의, 김정은 경제개발구 언급
2013.5.29 최고인민회의, 경제개발구법 제정
2013.10.16 국가경제개발총국을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승격, 
                  민간급 단체인 조선경제개발협회 설립
2013.10.16~17 조선경제개발협회, 평양서 '특수경제지대개발에 관한 평양국제토론회' 개최
2013.11.6 경제개발구 관련 운영규정 3건 채택
2013.11.11 개성고도과학기술개발구 착공식
2013.11.21 신의주 특수경제지대와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 발표
2014.6.11 원산-금강산 국제광광지대 발표
2014.6.18 무역성을 대외경제성으로 확대 개편(합영투자위원회, 국가경제개발위원회 통합)
2014.7.23 ‘은정첨단기술개발구’ 등 6개 경제개발구 추가 지정
2015.1.1 김정은 신년사, 경제개발구 적극 추진 언급
2015.1.14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 개발총계획 작성 공개

(정리 - 통일뉴스)


이어 경제개발구법이 제정(2013.5.29)돼 법적 토대를 마련했으며, 국가경제개발위원회와 민간단체인 조선경제개발협회가 설립(2013.10.16)돼 이를 책임질 국가기관이 갖춰졌다.

마침내 신의주 특구와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과 일괄 발표됐으며(2013.11.21), 이후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발표, 6개 경제개발구 추가 지정(2014.7.23) 등으로 현실화됐고, 지난 14일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 개발총계획이 작성됐다고 보도됐다.

2012년 12.1조치부터 14일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의 개발총계획이 나오기까지 2년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어쨌든 이로써 중앙급 경제개발구는 중국과 공동개발키로 합의한 △라선경제무역지대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와 한국과 공동개발한 △개성공업지구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그리고 △신의주국제경제지대 △개성고도과학기술개발구 등 모두 6개가 됐다.

지방급 경제개발구는 2013년 11월 발표한 청진경제개발구 등 13개와 2014년 7월 발표한 은정첨단기술개발구 등 6개를 합쳐 총 19개다. 따라서 중앙급, 지방급 경제개발구 총합의 25인 셈이다.

대외환경 고려한 지방급 경제개발구 추진 전략

북한이 김정은 시대에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발구 개발전략은 기존의 경제특구 개발전략과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별도의 법률인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고 별도의 기구인 국가경제개발위원회를 설치(이후 대외경제성으로 재편)한 점으로도 이같은 차별성을 알 수 있다.

물론 경제개발구법은 “경제개발구는 국가가 특별히 정한 법규에 따라 경제활동에 특혜가 보장되는 특수경제지대”라고 규정해 통상적인 경제특구임을 밝혔지만, “국가는 경제개발구를 관리소속에 따라 지방급경제개발구와 중앙급경제개발구로 구분하여 관리하도록 한다”고 명기해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기존 경제특구와 달리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설치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특징이 있으며, 13개 직할시.도와 220개 시군구가 자체적으로 권한을 갖고 특색에 맞는 경제개발구를 설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 북측 국가경제개발위원회가 작성한 ‘특수경제지대 개발 실태와 전망’에 소개된 온성섬관광개발구. [자료사진 - 통일뉴스]

경제개발구법에는 “경제개발구에는 공업개발구, 농업개발구, 관광개발구, 수출가공구, 첨단기술개발구 같은 경제 및 과학기술 분야의 개발구들이 속한다”면서 “경제개발구에서 하부구조건설 부문과 첨단과학기술 부문,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생산하는 부문의 투자를 특별히 장려한다”고 명시됐다.

이같은 북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 개발 전략은 대외적 환경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핵.미사일 개발 문제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국제적인 경제제재가 가해지고 있고, 미국과 한국, 일본의 자본이 거의 전면 차단된 상황에서 중앙급 대규모 경제특구가 현실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때 북한의 중앙급 경제개발구 10곳이 일괄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대외 환경이 날로 악화되자 현실화되지 못했고, 결국 현실성이 가장 높은 신의주 특구(2013.11.21)와 원산-금강산 국제광광지대(2014.6.11)만 발표됐다.

<중앙급 경제개발구(특구)>

중앙급 경제개발구

발표일

라선경제무역지대
라진-선봉경제무역지대
(라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

2010.1.4
1998.9
(1991.12.28)

신의주국제경제지대
(신의주특수경제지대)
(신의주특별행정구)

2014.7.23
(2013.11.21)
(2002.9.12)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금강산국제관광특구)
(금강산관광지구)

2014.6.11
(2011.4.29)
(2002.10.23)

개성공업지구

2002.11.13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

2011.6.8

개성고도과학기술개발구

2013.10.17

(정리 - 통일뉴스)

대신 지방급 경제개발구는 투자비 추산액이 7천만 달러에서 2억 4천만 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소규모 투자 만으로도 개발이 가능하고, 합영개발기업은 물론 외국투자가의 단독개발기업도 설립이 가능하며, 50년 협력기간을 보장받도록 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중국의 지방자치단체(성.시 등)나 단일 기업 수준에서도 지방급 경제개발구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투먼(圖們)시는 장성택 처형 다음날인 2013년 12월 9일 조선경제개발협회와 9천만 달러 규모의 개발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온성섬관광개발구 개발 계약서를 채결했다.

중앙급 특구인 신의주국제경제지대는 홍콩 대중화그룹이 사업자로 확정돼 착공식이 예정됐다는 보도가 오래 전부터 나왔지만 아직 착공식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

또한 중앙급 특구인 원산 개발에 중국 다롄(大連)시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다롄시는 랴오둥(療東) 반도에 위치한 항구도시로서 일제시기부터 산업도시로 개발된 역사성 등이 원산지역과 유사한 점이 많아 내실있는 협력관계가 가능하다.

▲ 북한 국가경제개발위원회가 제작한 홍보영상에 소개된 ‘강령국제록색시범기지’의 한 장면. [자료사진 - 통일뉴스]

지난해 7월 2차 지방급 경제개발구 발표시 포함된 강령국제녹색시범구는 가장 먼저 ‘계획요강’이 알려진 곳으로 2013년 11월경 싱가폴과 홍콩, 중국 자본이 공동으로 이미 개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지방급 경제개발구지만 ‘국제’개발구로 개발되는 셈이다.

투자 여력이 부족한 북한 당국은 BOT방식 등 다양한 투자 유인책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은 투자자가 자기자본으로 시설 등을 건설해 일정 기간 동안 운영한 뒤 정부에 무상 기부하는 사업방식이다.

원산-금강산관광지대 주력, 가능성 1위는 청진경제개발구

지난해 4월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둘러보고 온 박경애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 교수는 청진경제개발구가 가장 개발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항구와 철도, 화력발전소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김책제철소가 있고, 노동력이 풍부하고 대학도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청진 다음으로 신평관광개발구와 현동공업개발구 등이 개발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했지만, 지방급 경제개발구들은 대체로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상태여서 외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치기는 어려운 것으로 평가했다.

<지방급 경제개발구>

1차 지방급 경제개발구
(2013.11.21)

2차 지방급 경제개발구
(2014.7.23)

1. 평안북도 압록강경제개발구
2. 자강도 만포경제개발구
3. 자강도 위원공업개발구
4. 황해북도 신평관광개발구
5. 황해북도 송림수출가공구
6. 강원도 현동공업개발구
7. 함경남도 흥남공업개발구
8. 함경남도 북청농업개발구
9. 함경북도 청진경제개발구
10. 함경북도 어랑농업개발구
11. 함경북도 온성섬관광개발구
12. 량강도 혜산경제개발구
13. 남포시 와우도수출가공구


1. 평양시 은정첨단기술개발구
2. 황해남도 강령국제녹색시범구
3. 남포시 진도수출가공구
4. 평안남도 청남공업개발구
5. 평안남도 숙천농업개발구
6. 평안북도 청수관광개발구

(정리 - 통일뉴스)

북한 당국은 지난해 7월 ‘은정첨단기술개발구’ 등 지역 균형개발을 감안한 6개 경제개발구를 추가 지정하고, 지난 14일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의 개발총계획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경제개발구가 빠르지는 않지만 꾸준히 확대,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급 경제개발구는 오랫동안 개발돼 온 라선경제무역지대가 지리적 이점과 양호한 인프라 덕에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지만 황금평.위화도, 신의주 경제지대는 아직 본격 개발이 진행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개성고도과학기술개발구는 개성공업지구를 둘러싸고 남북 간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 원산-금강산 개발영역(위의 원부터 원산지구, 통천지구, 금강산지구)
[자료사진 - 통일뉴스]

가장 눈여겨 볼만한 중앙급 경제개발구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도 언급한 원산-금강산 금강산관광지대다. 남측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상황에서 지난해 6월 중앙급 경제개발구로 발표된 이곳은 원산지구, 마식령스키장지구, 울림폭포지구, 석왕사지구, 통천지구, 금강산지구가 포함되는 대규모 관광벨트다.

관광개발구는 경제개발구 ‘미끼’?

특히 원산시는 전력 사정이 여의치 않은 2000년대 말부터 ‘원산 불야성’을 자랑할 정도로 북한 당국이 집중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향인 원산을 평양에 이은 ‘제2의 도시’로 육성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원산은 일제시대에도 산업도시로 개발됐고, 교통의 요지이며 항구가 발달돼 있다. 또한 명사십리 등 자체 관광자원도 풍부하하고 이곳을 거점으로 금강산관광을 다녀오는 관광코스도 개발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의 다양한 관광거리도 있다.

▲ 북한은 원산 개발에 각별한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원산항과 만경봉호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같은 원산의 이점을 활용해 북한은 우선 외부 관광객들을 최대한 유치해 관광산업을 발전시키는 한편, 이 지역의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프라를 적극 알려 관광분야 뿐만 아니라 산업분야에도 외부 투자를 적극 유치할 계획인 것으로 관측된다.

정통한 소식통은 “아직 외국인 투자가 본격화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개발구 보다는 일단 관광개발구를 개발해 자꾸 외국인들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 투자가들에게 직접 현장을 보여주면서 외부 상황이 호전되는 상황에 맞춰 경제개발구 개발에 본격 나서려는 구상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지방급 경제개발구 중에서도 △신평관광개발구, △온성섬관광개발구, △청수관광개발구 등 3곳이나 관광개발구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들 역시 단순한 관광개발구로의 개발뿐만 아니라 경제개발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쨌든 북한의 경제개발구 개발사업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국제적 대북제재가 어느 정도 풀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대북 봉쇄전략이 바뀌어야 한국과 일본 등의 대북 투자도 현실성을 갖게 될 것이다.

북한이 지방급 경제개발구와 관광개발구 개발에 먼저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조건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2년 중국인 북한 관광객 수가 25만명으로 집계된 통계만 보더라도 북한의 관광개발구 개발 추진은 나름의 현실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김한규는 박사논문을 통해 북한 당국이 최근 몇 년간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는 신규 관광 상품은 주로 서방 관광객들의 요청을 적극 수용한 것으로, 과거 실험적 수준에서 적용된 상품과 달리 본격적이며, 특히 주민과의 접촉이 보다 많이 이루어지는 특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정은 1위원장, 신년사에서 언급.. 대외무역성이 총괄

‘경제개발구법’은 경제개발구의 개발과 관리는 ‘중앙특수경제지대 지도기관’과 ‘도(직할시)인민위원회 산하 경제개발구 관리기관’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13년 10월 국가경제개발총국을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승격시켜 기존의 조선합영투자위원회(합투위)와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대풍그룹)이 수행해온 모든 대외 경제사업을 담당하도록 했다. 아울러 민간급 단체인 조선경제개발협회를 설립했다. 각 도(직할시)에는 경제개발국을 별도로 설치했다.

그러나 사실상 국가경제개발위원회를 지휘해온 당 행정부가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으로 기능정지에 빠져 경제개발구 추진 전략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외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장성택 숙청 결정서를 채택한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대기업과 ‘신의주-평양-개성’ 간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건설 합의서를 체결하는가 하면, 9일 중국 투먼(도문)시와 온성섬관광개발구 개발 계약서를 체결하고 이 사실을 즉각 대외에 알려 불안감을 잠재웠다.

당시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통일뉴스> 연재글을 통해 “지난 5월 29일자로 제정한 경제개발구법에서 확인되듯이 북한의 경제특구 확대정책 등 김정은시대의 주요 정책이 조직의 집단적 결정과 법률로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간부의 인사이동으로 잠시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큰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김정은 제1위원장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내각책임제 확립, 사회주의 경제관리개선 조치 확대, 경제특구 확대 정책 등은 단기간의 조정을 거쳐 더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통일뉴스, 2013.12.9)

▲ 특수경제지대에 대한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조선경제개발협회가 2013년 10월 평양국제토론회를 주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어 2014년 6월 무역성을 대외경제성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합영투자위원회(합투위)와 국가경제개발위원회까지 통합시켰다. 대외경제성은 무역성 상(장관)이던 리용남이 상을 맡고 합투위 부위원장이던 리광근이 부상(차관)을 맡았다. 국가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이던 김기석은 중책을 맡지 못했고, 김철진 합투위 부위원장은 대외경제성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국가경제개발위원회가 대외경제무역성으로 바뀐 다음달인 2014년 7월 ‘은정첨단기술개발구’ 등 6개 지방급 경제개발구가 추가 지정돼 소외된 도(직할시)가 없도록 보완조치가 취해졌다. 평양시와 황해남도, 평안남도에 첫 경제개발구가 지정됐고, 1곳 밖에 지정되지 않았던 남포시와 평안북도에도 추가 지정된 것이다.

이어 올해 들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경제개발구 적극 추진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14일 기존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 개발총계획 작성이 공개돼 경제개발구 전략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3년 ‘3월 전원회의’에서 경제개발구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다.

그러나 라진-선봉특구 실패 사례나 7.1경제관리 개선조치에 대한 반격, 2009년 화폐개혁 등 개혁개방에 대한 반동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일부 남아 있을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수입병’을 경계하고 ‘국산화’를 제창한 것도 맥락은 다를 수 있지만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북한은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삼고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8년 자강도 현지지도에서 “그처럼 어려웠던 전후복구건설시기에도 우리는 관광업이나 외자도입이란 말을 모르고 살았다. 우리는 절대로 남을 쳐다볼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협동화폐제와 ‘외환 주권’

경제개발구 추진 전략이 북한의 대외경제 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2013년 ‘3.1조치’를 통해 실시한 ‘협동화폐제’는 북한의 경제가 외부 경제와 만날 준비를 갖추는 중요한 변화로 볼 수 있다.

사실 중앙급 경제개발구의 경우 중앙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만큼 외자유치나 관리가 기존경제시스템 내에서도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도(직할시) 인민위원회가 추진 주체가 되는 지방급 경제개발구의 경우 외자를 다룰 제도적 기반이 미흡한 편이다.

더구나 각 기업소들이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도입하고 필요한 원자재나 설비를 자체 조달하고, 생산품을 수출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의 손질이 필요했을 것이다.

북한 당국은 2013년 3월 1일 기업소 독립채산제 전면 실시와 협동화폐제 실시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3.1조치’를 전력 단행했다. <통일뉴스>는 최초보도에서 “북한은 외화를 취급하는 모든 개인과 기업소, 기관에 ‘내화 구좌’와 함께 ‘외화 구좌’를 별도로 개설해 거래토록 하고 실제 시장에서 통용되는 환율을 적용하는 ‘변동환율제’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통일뉴스, 2013.4.4)

당시 정통한 소식통은 “원래 은행 지정환율이 1:100이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가격은 1달러 당 5,800원 이상으로 괴리가 생겨 시장경제 질서가 확립되지 않아 외국기업 진출의 장애 요인으로 확인되었다”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른바 ‘협동화폐제도’를 시행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모든 개인과 기업소, 기관은 외화 구좌를 개설해 달러화 등 외화를 투명하게 입출금해야 하며, 기존에는 외화구좌가 없어서 지키지 못했던 24시간 이내에 현금(외화 포함) 입금 규정을 보다 엄격히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동화폐제는 당시 민간에 음성적 풀려있는 약 40억 달러에 달하는 달러화를 양성화하고 환율을 현실화시켜 해외투자 유치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로도 평가됐다.

이후 북한을 방문한 해외동포들에 의해 협동화폐제 실시가 사실로 확인됐으며, 2013년 5월 기준으로 공식환율 1달러:120원과 ‘국내협동화폐가격’은 1달러:8,000원 수준이었다. (민족통신, 2013.5.5)

앞서, 북한 당국은 2009년 11월 30일 기습적인 화폐개혁을 단행했고, 외화 사용을 통제하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환율은 안정화 됐고, 중국과의 경제교류 증대에 따라 달러화에 더해 위안화 유통이 늘어나는 추세도 가세한 실정이다.

북한 당국은 정치적인 이유로 미국 달러화 영향권에 놓이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유로화를 공식 외화로 지정하기도 했고, 최근 러시아와의 교역에서는 루블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기로 합의하는 등 ‘외환 주권’을 의식하는 행보를 보여왔지만 달러화와 위안화의 영향력을 축소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식 환율과 시장 환율의 큰 격차를 협동화폐제를 통해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제도화 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의 성공 여부가 해외 자본 유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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