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2015년도 신년사를 담은 선전화. [자료사진-통일뉴스]

최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를 담은 선전화가 공개됐다. 통상적으로 조선노동당출판사는 매년 신년사 발표 열흘 뒤 선전화를 공개한다. 그리고 조선화전람회를 열고 한 해 당 노선과 정책을 홍보한다.

구호의 나라, 선전의 나라로 대표되는 북한에서 선전화는 무엇일까?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거쳐 김정은 시대에 이르기까지 선전화는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여기서는 다양한 분야 중 통일을 주제로 한 선전화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선전화의 의미와 특징

선전화는 북한 말로, 흔히 우리는 '포스터'라고 부른다. 과거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정부의 산아제한정책 포스터가 북한 식으로 '선전화'에 해당되는 것이다.

항일무장투쟁시기 '직관선동물'(直觀煽動物)로 분류된 선전화는 포스터라는 용어와 혼용되다가 1970년부터 선전화라는 용어로 통일됐다.

북한 <조선대백과사전>은 "대중정치선동, 보도, 광고 등에 이용되는 출판화"로 정의하며 성격과 창작목적에 따라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한 화면 속에 상징적인 수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또한, 그림을 위주로 하고 힘 있는 구호, 설득력있는 짧은 글을 배합하거나 짤막한 글 위주와 조형적인 해설로 이루어진 선전물이 선전화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81년 3월 전국당선전일꾼회의에서 "선전화는 정치, 경제, 문화, 군사를 비롯한 사회생활의 여러 분야에서의 의의있는 현상들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으로 대중 선전.선동 사업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즉, 북한 당의 노선과 정책을 그 누구라도 한번에 확인하고 그에 따르도록 행동을 유발시키는 출판물이 선전화인 셈이다. 마치, '하나만 낳아 잘기르자'라는 정책 포스터의 영향인 듯, 70년대 산아제한정책이 성과를 거둔 것과 마찬가지이다.

▲ 1959년 곽흥모 작, '동무는 천리마를 탔는가?' 선전화. [자료사진-통일뉴스]

북한에서 선전화는 기능에 따라 정치 선전화, 문화교양 선전화, 광고 선전화, 축전 선전화 등으로 구분한다. 이 중 정치 선전화는 당과 국가의 정책적 요구에 맞게 당의 노선으로 무장시키고 그 관철에로 궐기시키며 고무하는 역할을 한다.

정치 선전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구호이다. 이는 선전화가 당 정책을 보다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선전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림 표현은 대부분 인물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북한 미술이 정치.사상적으로 의의있는 인간의 문제를 묘사한다는 미학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치 선전화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기능과 표현에 따라 인물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달리 하고 있음을 볼 수있다. 중공업 노동자와 미국을 제압하는 역할은 남성으로, 농민이나 경공업 노동자는 여성으로 묘사된다는 점이 그것이다.

인물 외 상직적인 묘사 대상은 동물, 건축물, 인공사물 등으로, 동물은 비둘기(평화), 천리마(인민의 기상)를 사용하며, 건축물은 주체사상탑, 삼지연 대기념비, 만수대 대기념비 등이 많다.

또한, 총검, 공화국 깃발, 김일성.김정일 저작집, 봉화 등을 묘사하는 데 이 중 총검은 군사적 보위와 반외세를, 깃발과 저작집은 당과 사상, 봉화는 사상적 기치를 들고 진군할 것을 상징한다.

김일성 시대의 선전화

선전화는 그 시대의 노선과 정책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북한의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의 가치성을 지니고 있다.

김일성 시대의 선전화는 1920년대 항일무장투쟁시기부터 1990년대 사망 기간 동안 제작된 것으로, 통일 관련 선전화도 다양하게 변화했다.

해방 이후 정권수립을 거쳐 한국전쟁기간 동안 제작된 선전화는 한국전쟁 승리를 위한 다짐과 소련과 연대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항일무장투쟁시기 적대적 대상이 일본이었던 데 반해 이 시기에는 미국으로 대체됐다.

당시 제작된 대표적인 선전화는 '통일된 조선인민 만세! 영용한 인민군대에 영예가 있으라', '조국을 위하여 모두다 전선에로', '한치의 땅도 묵히지 말자' 등이다.

이 시기 선전화는 소련의 선전화와 유사했는데, 대부문 고딕체를 사용하고, 사실적인 묘사에 과장이나 상징은 외세를 의미하거나, 깃발, 무기 등이 많이 등장했다.

휴전 후 처음 나온 선전화는 '조국해방전쟁에서 발휘한 조선인민의 애국주의와 영웅성은 천추에 빛나리라'이며, 전후복구사업에 대한 의지를 고취하는 작품들이 대거 나왔다. 대표적인 경제분야 선전화는 곽흥모가 그린 '동무는 천리마를 탔는가?'이다.

1960년대 북한에서는 조국을 통일하고 미제를 반대하는 내용의 선전화가 나왔는데, 여기서 인민은 크게 그리고 미군은 작게 그리는 과장된 기법을 주로 사용했다.

안창수 작품의 '평화적 통일' 선전화는 평화적 통일이라는 글귀가 쓰여진 신의주-부산간 철도 레일을 설치하는 데 미군이 걸림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선전화다.

그리고 북한에서 열리는 반미집회에 가장 많이 등장하던 선전화 피켓이 1968년 제작된 송시엽의 '세계도처에서 미제의 각을 떼내자'이다.

이를 두고 북한 '문학예술사전'은 '각이한 지역의 세계혁명적 인민들의 반제반미투쟁을 펼쳐보이면서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추켜드신 반제반미투쟁의 기치를 높이 들고 그 앞장에 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우리 인민의 영웅적 기개를 강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1976년 선전화 '침략자 미제야 당장 물러가라' [자료사진-통일뉴스]

1970-80년 초반에는 속도전 등과 같은 경제분야 선전화가 주를 이뤄 통일 등의 구호는 많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 시기부터 선전화는 북한의 미술화법인 조선화 기법이 활용됐으며, 색체가 단순화되고 은유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등 그림과 구호의 명료함을 살리는 창작방법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중반 제작된 통일관련 선전화는 △한반도 통일,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조국통일 3대원칙' 등을 상징하는 통일방안, △문익환, 임수경 형상화, △남북교류, △반외세 자주통일 등이 창작됐다.

1990년 초반 대표적인 선전화인 '우리 마음 담아요'는 어린이를 등장시켜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고, 색연필 기법을 활용해 기존 선전화와 차별화를 뒀다.

김정일 시대의 선전화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선전화는 유훈통치를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고난의 행군으로 대표되는 기간을 감안한 듯, 통일과 관련된 주제는 그리 많이 창작되지 않았다.

당시 창작된 선전화도 김일성의 조국통일 유훈을 관철시키자는 내용이 주를 이루되, 전반적으로 선전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비장함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구호도 화면 중앙에 배치하는 등 강렬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대표적인 선전화는 '어버이 수령님의 통일유훈을 기어이 실현하자'로 '김일성 1994. 7.7'이라는 글귀 밑에 세 명의 인물이 비장한 모습으로 '조선은 하나다'라는 띠를 두르고 있다.

1990년대 중반을 거쳐 후반에 이를수록 통일분야 선전화는 반미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미제침략자들을 영원히 쓸어버리자', '미제를 단매에 때려눕히자' 등의 작품은 한국전쟁시기 창작된 반미 선전화를 그대로 이어온 것이기도 했다.

▲ 김정일 시대 마지막 선전화. [자료사진-통일뉴스]

통일분야에서는 '통일의 광장으로', '전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조국통일위업을 성취하자' 등으로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비장함보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현한 이미지를 주로 하고 있다.

1998년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이후 제작된 선전화는 김일성 사후와 달리 보다 자신감에 넘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통일과 반미를 주제로 한 선전화가 다수 제작된 점이 특징이다.

반미 주제 선전화는 '잊지말라 신천의 원한을! 피는 피로써!' 등 한국전쟁과 연관된 작품이 다수 창작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조국통일 이룩하자', '6.15북남공동선언을 철저히 관철하자' 등의 선전화가 창작됐다.

김정은 시대의 선전화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등장한 김정은 시대의 통일 분야 선전화는 김일성-김정일 유훈관철을 강조하고 있다.

2012년 공개된 선전화는 '김일성 1994.7.7' 판문점 비석과 6.15공동선언, 10.4선언 깃발 등을 형상화해 김일성-김정일의 조국통일 유훈관철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시기 선전화는 남북관계 악화를 의미하듯, 이명박 대통령을 '쥐'로 표현하는 자극적인 선전화가 대거 발표되기도 했다. 또한, '쥐명박 역적무리를 찍어죽이자!', '쥐새끼 명박의 숨통을!' 등 맹비난 구호가 사용됐다.

그리고 '우리의 최고존엄을 감히 모독하고 그에 손을 대려는 자들은 무서운 징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천만군민은 천백배의 복수를 다짐한다' 등 대결적 구도의 선전화가 대거 등장했으며, 이는 2013년까지 이어졌다.

▲ 2012년 선전화. '무자비한 철추를!' [자료사진-통일뉴스]

2014년에 창작된 선전화는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새 국면을 열어나가자'라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에 맞는 작품이 주를 이뤘다. 남북 대결이나 반외세적인 작품보다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를 강조한 모습이다.

다만, 미국을 겨냥해 '미국은 더 늦기 전에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구호를 넣어 다소 부드러운 선전화가 창작됐을 뿐이다.

올해 김정은 시대 4년을 맞아 공개된 선전화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국해방 일흔돌이 되는 올해를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놓는 일대 전환의 해로 빛내이자',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자' 등 선전화는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물론,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 '외세와 벌리는 무모한 군사연습을 비롯한 모든 전쟁책동을 짓부시자' 등 선전화는 공세적인 개선의지를 표출하기도 한다.

김정은 시대 출범 초기 선전화는 다소 과격한 그림으로 내부결속을 강조해 다소 불안한 것 아니냐는 인식을 줬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창작된 선전화는 부드러운 이미지로 묘사하고 있다. 김일성 사후 유훈통치 기간 동안 창작된 선전화가 비장함, 강인했던 특징에서 김정일 시대가 구축되면서 감성적인 면이 강화되던 점과 비슷하다고 할 수있다.

즉, 김정은 시대 선전화도 김일성-김정일 유훈을 강조하고 남북관계의 과격함을 보여준 초기에 반해 김정은 자신의 정책을 강조하고, 민족을 중심으로 한 남북관계 개선 의지 표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체제 안정화에서 오는 자신감의 표출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2012년 선전화. [자료사진-통일뉴스]
▲ 2014년 선전화. [자료사진-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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