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엔 단백질과 지방 등이 풍부한 고기를 많이 먹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도 편육, 보쌈, 전골 등 고기요리들을 자주 먹곤 했습니다. 북녘에서도 설날 등을 기점으로 해 전후에 고기요리를 즐겨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출판물수출입사가 2005년 출간한 <민속명절료리>에는 편육, 족편, 보쌈, 내장탕, 불고기, 전골, 순대 등 고기요리들이 다수 소개되어 있습니다.

<민속명절료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짐승사냥과 집짐승 기르기를 많이 해 고기로 만든 편육의 역사도 매우 오래전부터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편육의 재료로는 소혀, 머리, 양지머리 등이 많이 쓰였는데 그 중에서 양지머리가 좋았다고 합니다. 양지머리는 소의 목 앞살 부위를 말하는데 기름기가 적고 가는 힘줄들이 많이 섞인 고기이기 때문에 푹 삶아 식히면 맛이 좋아 편육 재료로 많이 써왔습니다. 양지머리편육은 먹기 전에 따뜻한 소고기국물에 담갔다가 약간의 배즙을 섞은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고기의 독특한 맛이 한결 살아나고 누린내도 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두 번째 소개할 음식은 소족편으로 북녘에서는 소발통묵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는 구수하면서도 졸깃졸깃한 맛이 나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소화도 잘 되서 예로부터 손꼽히는 술안주로, 보양음식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남해안지방에서는 소발통(족발)을 삶을 때 닭고기와 내포(내장) 등을 같이 넣어 조리를 하기도 하지만 평안도지방에서는 그런 것을 넣지 않고 소발통의 고유한 맛이 나게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소족편은 특히 조선시기에 독특하게 발전된 요리의 하나로 옛 문헌인 <시의방>에는 족편에 대하여 “소발족을 슬쩍 삶아 우러난 물을 퍼버린 다음 사태(소의 오금에 붙은 살덩이)와 꿩고기, 닭고기를 넣어 다시 곤다. 뼈를 고르고 고기는 다시 다진다. 끓인 국물을 큰 그릇에 담아 후추가루를 골고루 뿌리고 다진 고기, 고추, 돌버섯, 지진 닭알을 섞고 그 위에 잣가루를 뿌려 굳힌다. 굳어지면 네모반듯하게 썰어 담고 초장을 곁들인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세 번째 음식은 보쌈으로, 평안도 지방에서는 주로 가을과 겨울에 보쌈을 잘 만들어 먹는데 특히 정월명절에 돼지머리 보쌈을 먹으면 그 해에 건강하고 근심이 없어진다고 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평안도 지방 사람들은 돼지머리를 구해뒀다가 설날에 보쌈을 만들어 먹었는데 새우젓국에 찍어먹으면 심심한 감이 없고 고소한 맛이 더 나며 체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네 번째 음식은 내장탕으로 북녘에서는 내포탕이라고 부릅니다. 돼지내포탕은 원래 가난한 사람들이 싼 가격의 내포(내장)를 사서 겨울김치를 많이 두고 끓여먹던 음식이었으나 그 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아서 소문난 음식으로 되었습니다. 이는 1848년에 쓰여진 <진찬의궤>에 평안도의 저포탕(돼지내포탕)이 유명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먹던 음식입니다.

다섯 번째 음식은 우리나라 대표음식이라 할 수 있는 불고기입니다. 소고기불고기는 연한 소고기를 골라 마늘과 참기름을 비롯한 양념의 맛이 잘 배게 하고 구워내는 것으로서 제일 고급한 음식으로 전해져왔습니다. 옛날 중국에서는 고구려의 소고기 불고기를 ‘백적’이라고 하였으며 우리나라의 불고기를 만드는 방법대로 만든 ‘고려육저’라는 음식이 생겼다고 합니다. 소고기불고기는 평양의 순안불고기와 고성군 두포리 바다가의 돌을 달구어 쓰는 송도원불고기가 유명합니다.

여섯 번째 소개할 겨울철 음식은 전골로, 전골이 생겨난 것은 먼 옛날 고구려 때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당시 싸움을 끝낸 군사들이 전립(오늘날의 철갑모와 같이 소로 만든 벙거지)을 뒤집어 놓고 여러 가지 음식을 끓여먹은 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평안도 사람들은 예로부터 소고기를 제일 좋은 음식 재료로 여기고 명절 때나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소고기 음식을 대접하곤 했는데 겨울철에 여럿이 모여앉아 전골냄비를 화로에 놓고 재운 소고기, 갖가지 채소를 넣고 끓이면서 먹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고 합니다.

고기요리라고 하면 주로 돼지고기나 소고기 관련한 음식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강원도를 비롯, 산간지방이 많은 북녘에서는 멧돼지 요리도 즐겨 먹었습니다.

멧돼지는 강원도를 비롯한 산골지방에서 설명절의 특별한 음식 재료로 살이 단단하고 비계가 적어 그 맛이 매우 좋지만 약간 누린내가 나므로 속쌀뜨물에 담갔다가 씻으면 좋다고 합니다. 멧돼지고기를 약간 매운 고추장에 재웠다가 구우면 고기 맛이 진하고 먹기 좋으며 체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녘에서는 겨울철 육고기 요리뿐만 아니라 생선 요리도 많이 먹었는데요, 특히 잘 알려진 것은 명태순대와 가자미식해입니다.

명태순대는 명태철에 물이 좋고 큰 것으로 골라 만들었는데 함경도음식 가운데서 첫손가락에 꼽힐 만큼 유명했습니다. 해안가 지방 사람들은 돼지창자로 만든 순대보다 명태순대를 더 좋아했기 때문에 갖은 양념을 두고 정성껏 만들었는데 소문이 난 것만큼 맛이 독특했습니다. 함경도의 산골지방에서는 한 번에 많이 만들어 겨우내 얼려두고 별식으로 먹곤 했습니다.

가자미식해는 북녘에서는 가재미식혜로 불렀는데요, 함경도에서는 예로부터 북청가재미식혜가 소문이 날 정도로 유명했습니다. 이는 식해를 만들 때 흰 쌀밥을 쓰지 않고 조밥을 넣고 만들어 식혜의 맛과 모양을 좋게 했습니다. 흰쌀밥을 두면 밥알이 금방 풀어져서 질척해지고 신맛이 나며 볼품이 없지만 조밥은 알이 작고 단단해 풀어지지 않고 좋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