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겸 / 동국대학교 북한학 석사


지금까지 북한의 방언지리에 대해 7회에 걸쳐 연재를 했다. 북한지리의 소주제인 방언지리에 관한 글은 이제 마무리 지으려 한다. 지금까지의 연재가 엉기성기 짜여 진 글에 불과했지만 총괄적인 정리와 쟁점, 그동안 연재를 이어가면서 느꼈던 소회를 덧붙이고 싶다.

북한의 방언과 언어정책, 문화어

▲ <그림> ‘추워서’의 방언분포도
자료: 김병제, 『조선언어지리학시고』, 1988.

방언은 하나의 ‘체계’를 갖춘 지방의 언어를 의미한다. 이는 남한과 북한 모두에서 통용되는 정의인데, 방언은 표준어와는 다르면서도 전통적·토속적 가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근대국가에서 방언의 위상이나 역할은 약화되기 마련이며, 북한의 방언도 당국의 언어정책에 따라 위상의 변화를 겪었다.

북한 건국 이후 문화어의 확립·보급과 더불어 방언은 점점 그 가치가 평가절하 되었다. 1960년대 중반 김일성의 교시를 통해 평양의 언어를 ‘문화어’로 칭하고 국가적으로 문화어의 보급과 사용을 추진하였다. 이후 문화어를 중심으로 주체의 언어이론 구축과 보급에 힘써왔으며, 1976년 문화어 문법이 확립되는 등 그 체계가 형성·공고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방언은 ‘혁명’ 혹은 ‘척결’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북한의 대표적인 방언학자 김병제도 방언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문화어의 통합을 강조한다. 1959년 김병제는 맑스·엥겔스의 이론에 따라 사회가 고도로 발전하면 방언이 사라질 것이라 전제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방언이 표준어의 규범화에 기여하고 전통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며 과학적인 방언 연구를 주장하였다. 이러한 그의 입장은 급변하여 1975년에는 방언을 “낡은 사회의 유물”로 폄하하고 “오늘 문화어에 의한 언어생활에 지장을 주는 어학혁명의 중요대상”이라고 평가한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잘 몰라도 북한의 대표적인 방언학자이자 방언지리학의 개척자인 김병제가 이러한 주장을 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북한 방언의 존속과 착근성

하지만 북한의 방언은 여전히 존재하여 주민들의 언어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병제는 사회가 발전하여 교통망이 발달하고 주민들의 교류·접촉이 증가하면서 방언은 집결(동질화·통일)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이주 및 장거리 통행이 제한되기 때문에 방언의 집결과 해소(解消)는 요원한 일이었다. 따라서 북한의 문화어 정책에도 불구하고 방언은 상당부분 계속 유지되었다. 최근 북한의 공식 문헌들도 현재 북한 방언의 존속 혹은 건재함을 방증한다.

* 최근의 변화: 최근 북한의 문헌에 방언에 관한 언어정책의 변화가 감지되기도 한다. 문화어를 풍부히 하고 민족성을 높이는 데 방언의 가치를 찾는 것이다. 한편 북한에서 시장의 발달과 함께 주민들의 이동이 촉진되어 방언의 집결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것이다. 한때 반(反)사회주의적이라 치부되었던 현상이 오히려 북한의 (문화어)정책을 도와주는 역설적 결과이다.

필자는 근본적으로 북한지역의 역사성, 사회경제적·자연지리적 조건 때문에 방언이 쉽게 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서술했듯이 북한의 방언들은 건국 이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지역적으로 뿌리내린 것이며 각 지역의 사회경제적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북한은 산맥, 강·하천 등 방언이 고착화되기 유리한 자연지리적 조건도 갖추고 있다(“지리 6- 자연지리와 북한의 방언구획” 참고). 주민들의 이주와 통행이 자유로운 남한에서조차 방언이 존속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북한에서 방언이 존속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소회와 새해 다짐

그동안 방언지리에 관한 글들을 연재하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함을 느꼈다. 방언에는 북한 각 지역의 독특한 역사와 자연, 주민들의 경제생활이 녹아들고 섞여 있다. 그만큼 연재를 진행하는 것이 재미있고 매력적인 일이었으며, 동시에 어렵고 버거운 일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고, 독자제현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남는다.

새해에 들어와 북한의 방언지리에 관한 공부를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 다짐하며, 이후 연재에는 북한의 민속지리에 관한 글을 쓸 생각이다. 북한의 민속과 전통은 방언과 비슷하게 각 지역의 고유성과 다양성이 녹아들어 있다고 본다. 관심 어린 시선으로 필자의 글을 읽고 꾸짖어 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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