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1위원장은 '북한의 덩샤오핑'이 될 수 있을까?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 4년째를 맞으며 여전히 경제발전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전략적 노선으로 선택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은 현 시점에서는 경제 건설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도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과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사회적 인프라와 생산 시스템이 약화됐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어려운 조건에서 과연 북한이 경제건설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일성 주석이 주체사상을 통해 정치사상강국을 건설했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정치를 내세워 핵무력에 기반한 군사강국을 건설했고, 김정은 제1위원장은 경제발전을 통해 ‘북한의 덩샤오핑’이 되고자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김정은 제1위원장은 ‘5.30담화’를 통해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고, 당창건 70주년을 맞은 올해는 그 같은 정책구상이 구체적인 경제적 조치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올해 북한의 경제전망을 대내적인 경제관리 개선 조치와 대외적인 경제개발구 건설 전략, 협동농장과 식량 메커니즘, 그리고 남북경협 전망 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1. 김정은 ‘5.30담화’와 내각 상무조
2. 쌀 ‘협정가격’ 알아야 북한 경제가 보인다
3. 기업소 지배인의 ‘수입병’ 왜 생겼나?
4. 관광개발구, 경제개발구의 ‘미끼 전술’?
5. 남북 모두 먹고 싶은 ‘그림의 떡’
 



5.30담화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로작'

‘5.30조치’, ‘5.30방침’. 말로만 무성하던 지난해 5월 30일자 북한의 주요한 경제정책이 다름아닌 북한 최고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5.30담화’임이 확인됐다.

‘5.30담화’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당.국가.군대기관 책임일군(간부)들과 지난해 5월 30일 진행한 담화 ‘현실발전의요구에 맞게 우리식경제관리방법을 확립할데 대하여’인 것이다.

▲ 5.30담화 첫 쪽, 대외용 발췌본으로 추정된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통일뉴스>가 처음으로 입수한 ‘5.30 담화’ 문건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로작’으로 명기돼 있으며, A4 용지 4쪽 분량으로, 연도표기 방식 등으로 미루어 대외용 발췌본으로 추정된다.

담화는 이미 알려진 대로 병진노선에 입각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과학기술’을 강조한 대목도 눈에 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 담화에서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위업을 성과적으로 실현하기위하여서는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확립하여야 한다”고 제시하고 “경제관리방법을 개선하는 것은 현시기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데 대한 당의 전략적로선을 관철하여 부강조국건설을 앞당기기 위한 절실한 요구”라고 밝혔다.

북한은 2013년 3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전략적 노선으로 채택한 바 있다. 병진노선에 입각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 확립을 주문한 셈이다.

담화는 “일군들이 경제관리방법을 개선한다고 하면서 제나름대로 사회의주의 본성에 어긋나는 그릇된 방법을 끌여들여 수령님과 장군님께서 이룩하신 령도업적을 훼손시키는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면서 ‘우리식’을 강조했다.

“경제를 지도관리하는데서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주의적소유를 옹호고수하고 집단주의원칙을 철저히 구현해나가야 한다”는 것.

김정은 제1위원장이 금년 신년사에서 “모든 공장,기업소들이 수입병을 없애고 원료,자재,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리며 당에서 내세운 전형단위들을 따라배워 자기 면모를 일신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수입병’을 지적하고 ‘국산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원칙'과 '실리' 모두 강조, 방점은 어디에?

그러나 이같은 원칙을 강조한데 이어 담화는 “경제에 대한 지도와 관리를 객관적경제법칙과 과학적리치에 맞게하여 최대한의 경제적실리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강조해 사실상 ‘실리’에 방점을 찍었다.

담화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은 과학기술과 생산경영관리를 결합하고 과학기술의 힘으로 경제를 발전시켜나가는 혁신적인 관리방법으로 되어야 한다”며 “경제지도와 기업관리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에 선차적인 힘을 넣고 생산과 기업관리의 모든공정과 요소들을 과학화하여야 한다”고 밝혀 ‘과학기술’을 강조했다.

특히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는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들이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주의적소유에 기초하여 실제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기업활동을 창발적으로 하여 당과 국가앞에 지닌 임무를 수행하며 근로자들이 생산과 관리에서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게 하는 기업관리방법”이라고 규정해 주목된다.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현실태인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에 대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개념규정을 지은 것으로 이는 향후 북한 경제정책의 근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담화는 “기업체들에게서는 또한 제품개발권과 품질관리권, 인재관리권을 행사하여 지식경제시대의 요구에 맞게 새기술, 새제품을 적극 개발하고 제품의 질을 개선하여 기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며 과학자 기술자들과 근로자들을 최첨단돌파전의 주인으로 내세워 기업체가 새기술의 적극적인 수요자, 창조자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공장, 기업소들과 협동농장들에서는 직장과 작업반, 분조단위에서 근로자들이 담당책임제를 실정에 맞게 제시하여” 기계설비와 토지, 시설물 등 국가적, 협동적 소유의 재산을 관리, 이용토록 권장하고 있다.

또한 “기업체들은 로동에 대한 평가와 분배방법을 사회주의원칙대로하여 근로자들이 누구나다 일한것만큼, 번것만큼 보수를 공정하게 받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일한 만큼, 번 만큼 분배하는 ‘사회주의적 분배 원칙’을 명문화한 셈이다.

"일한만큼, 번만큼 보수 받도록 해야"

담화는 “경제사업에서 당위원회의 집체적지도를 철저히 실현하도록 하여야 한다”면서도 “경제사업에 대한 당적지도는 어디까지나 집체적지도이며 정치적 지도”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는 달리 표현하면 ‘지배인 책임관리제’이므로 당위원회의 월권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당과의 집체적 지도를 명문화 한 ‘대안의 사업체계’를 폐기한 것은 아니다.

담화는 “모든 당조직들은 모든 활동에서 후방사업은 오늘날 ‘사회주의수호전’이라고 한 당의 의도와 요구를 철저히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당일군들에게 “낡은 틀과 격식에서 벗어나”기를 촉구하면서 “일군들이 선진적인 경영관리지식을 습득하고 지도관리수준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경 통일교육원 교수는 “10.3담화에 비해 경제관리개선에 대한 구체성과 경제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라며 “7.1조치 이후에 제도와 현실간의 갭이 더욱 확대되었기에 이를 반영,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경영자율권을 언급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입수된 5.30담화는 구체적이고 풍부한 내용들은 담기지 않아 발췌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수입병’ 등 신랄하고 구체적인 내용들은 제외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권 교수는 “얼핏 보면 김정일시대의 IT에 기초한 단번도약론과 유사한 논리같지만, 자체 보유 경제발전 원천들에 토대를 두고 경제발전에 힘쓰겠다는 것으로서 병진노선을 반영한 경제관리개선조치의 방향성”이라고 평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이미 마련된 자립경제의 토대와 온갖 잠재력을 최대로 발동하여 인민생활향상과 경제강국건설에서 전환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대외경제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며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를 비롯한 경제개발구개발사업을 적극 밀고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적 경제제재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개발구 개발사업 등이 힘을 받기 어려운 조건에서 ‘자립경제 토대’와 ‘온갖 잠재력’에 근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행계획 짜는 새 세대 '실무 상무조'

김정은 제1위원장의 ‘5.30담화’는 경제관리방법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문건인 만큼, 이를 현실화한 구체적 조치가 올해 내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1년 ‘10.3담화’에 따라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가’가 나온 바 있다”며 “현재 내각 사무국과 국가계획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성.위원회 간부들로 ‘실무 상무조’가 구성되어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짜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2002년 7.1조치를 이끈 박봉주 총리가 다시 전면에 나서 제2의 7.1조치를 추진하는 모양새지만, 실제 ‘실무 상무조’는 훨씬 젊은 세대로 교체된 것으로 보이며, 7.1조치와 같은 전면적 조치를 일거에 취하기보다는 시범사업에 의해 성과가 확인된 분야나 조치들부터 점진적으로 경제관리 개선조치들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김정은 시대에 들어 이미 독립채산제와 차별임금제, 그리고 경제개발구 설립 등을 골자로 한 2012년 ‘12.1 조치’와 협동화폐제 실시 등을 담은 2013년 ‘3.1조치’가 나온 바 있다.[12.1조치 관련기사 보기] [3.1조치 관련기사 보기]

광복 70주년이자 북한으로서는 노동당 창건 70주년이 되는 올해, 북한은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이라는 ‘10월의 대축전장’을 향해 돌진할 것으로 보이며, 그 성패를 가르는 핵심 사안의 하나는 경제발전,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인민생활 향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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