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입맛을 사로잡는 생선이라면 또 명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서 봤는데요, 1970~1980년대 만해도 흔하디흔했던 명태가 이제는 동해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생선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명태의 육성을 위해 한 국책수산연구소에서 한 마리에 50만원씩 주고 산다고 하는데도 아직 3~4마리밖에 확보를 하지 못했다고 하니 이제는 ‘명태’가 아니라 ‘금태’라고 불러야 할 듯합니다.

북녘에서도 명태는 수산물 가공 사업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인기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양출판사가 2005년 출간한 <조선의 사계절 민속>은 “도루메기잡이에 모두 떨쳐나 여념이 없는데 얼마 안 있어 ‘명태철’이 뒤따릅니다. 명태가 많이 잡히는 음력 11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를 ‘명태철(명태잡이철)’”이라고 소개합니다.

명태는 우리나라 앞바다에 머물러 사는 물고기인데 찬물을 좋아하므로 여름에는 동해의 200m이상 되는 깊은 층에서 살다가 겨울철에 알을 낳기 위해 가까운 바다로 나옵니다. 명태가 떼를 지어 밀려 나올 때는 그 두께가 수~수십m에 이르며 바닷물 빛마저 검푸르게 보일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명태철은 일 년 중에서도 제일 추운 때인데다가 명태잡이는 사나운 파도와 싸우며 고기를 잡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매우 힘겹고 또 위험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어부들은 물에서 어구를 준비하고 옷과 신발을 마련할 때부터 서로 마음을 맞춰 하나씩 해나갔으며 바다에 나가서는 쉴 새 없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고기잡이의 전 공정에서 언제나 혈육과 같은 정을 주고받으며 일했다고 합니다.

특히 명태잡이 배가 떠날 때면 노인과 아낙들, 아이들까지 모두 나와 어부들이 풍어의 기쁨을 안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축복했습니다. 이에 바닷가 마을에서는 새해의 풍어를 바라며 춤추고 노래하는 가무놀이인 ‘봉죽놀이’를 하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또 펄펄뛰는 명태를 더미로 실을 배가 돌아오는 날이면 온 마을이 또다시 명절날처럼 들끓었습니다. 얼싸안고 돌아가며 명태잡이의 성과물들을 축하 했으며 남녀노소 모두가 떨쳐나 고기를 부리고 손질하였습니다.

잡아온 명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손질하고 저장하였으며 그에 따라 이름도 다르게 불렀습니다. 일반적으로 널리 불린 이름은 ‘명태’, ‘명태어’, ‘태어’였는데요, 겨울에 잡아 얼린 것은 ‘동태’라고 부르고 소금에 절인 것은 ‘간명태’, ‘염태’라고 하였습니다. 또 내장 등을 제거한 다음 지붕 위나 울바자(울타리를 만드는 데 쓰는, 대나 수수깡, 싸리 따위로 만든 바자) 같은데 널어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 하면서 바싹 말린 명태를 ‘마른 명태’, ‘건명태’, ‘건태’라고 했으며 또 그렇게 말린 것을 북쪽바다, 북쪽지방에서 나는 물고기라 하여 ‘북어’라고도 불렀습니다. 아울러 배를 쭉 째서 내장을 꺼내고 소금에 절여 펴서 말린 것을 ‘짝명태’, ‘짝태’라고도 했는데요, 이렇게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물고기는 명태 외에는 없을 것이라는 게 책의 설명입니다.

<조선의 사계절 민속>은 명태가 우리나라 동해와 오호쯔크해, 베링 등 세계의 여러 바다에 있는데 ‘명태’라는 그 이름은 우리나라에서 기원하였으며 세계적으로 그렇게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앞서 19세기 중엽에 간행된 한 잡지에는 ‘명태’의 어원과 관련하여 명천사람 태씨가 처음으로 잡은 물고기라 하여 그렇게 이름 지어 불렀다고 전합니다.

조선시대 후기부터 ‘명태’라는 말이 통용되었으며 다른 나라들에서도 그렇게 부르게 된 것입니다. 이 외에도 북녘에서는 ‘짝태’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요, ‘짝태’라는 말은 ‘짜갠 명태’라는 뜻입니다.

1958년 3월 청진수산사업소를 현지지도하던 김일성 주석이 어로공들이 잘못 쓰고 있던 이름을 바로잡아 ‘짝태’라고 부르도록 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명태는 아주 좋은 물고기입니다. 명태는 다른 물고기보다 지방질이 적고 단백질이 많기 때문에 사람의 건강에도 좋으며 맛도 좋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명태는 맛이 좋고 사람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있어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명태로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어 먹었는데요, 명태를 많이 먹으면 사람들의 키가 크고 뼈가 굵어지며 상처가 빨리 아무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살과 알뿐 아니라 애, 고지, 밸, 뼈, 껍질에 이르기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으며 비린내도 나지 않아서 예로부터 제상에도 놓았습니다. 명란(명란젓), 창난(창난젓)은 주변나라들에서도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어왔습니다.

명태에는 단백질(14% 정도)과 당질, 무기질, 지방(1.89~2%), 비타민(A, B1, B2, E, 인) 등 사람 몸에 좋은 여러 가지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또한 명태에는 칼슘 성분도 많고 리진(lysine)을 비롯한 여러 가지 필수아미노산이 있기 때문에 사람의 건강과 특히 어린이들의 성장발육에 좋습니다. 명태 100g의 영양가는 달걀 한 알의 영양가와 같다고 합니다. 때문에 명태는 식료품으로뿐 아니라 영양제와 의약품을 만드는데도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명태는 여러 가지로 가공해 먹을 수 있는 좋은 물고기인데요, 채소국 같은데 몇 토막 넣고 끓여먹으면 별미이며 완자를 해먹어도 좋습니다. 내장을 꺼낸 다음 낟알(곡물)과 남새(채소), 두부, 애, 고지로 만든 소를 넣어 명태순대를 할 수 있으며 명태살을 식초에 재워 명태회를 만들고 명태살과 무를 양념에 버무려 식혜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명태살로 포, 찜, 졸임을 하고 가루나 달걀옷을 입혀 전, 튀김을 만들며 소고기와 같이 넣어 끓이는 명태매운탕, 두부와 고추장을 두고 끓이는 명태두부장도 만들어 먹습니다.

명태살 뿐 아니라 머리와 알(명란), 밸(창난) 등으로 만든 젓갈품도 고급한 명태가공품이며 고지(물고기 수컷의 정액을 분비하는 기관을 ‘이리’라고 하는데 명태의 이리만은 ‘고지’라고 따로 부른다)는 고소하고 영양가가 높아 겨울김치 같은데 버무려 먹으면 그 맛이 말할 수 없이 좋습니다. 비타민A가 많은 명태의 간도 간유를 비롯한 영양물질들을 뽑는 좋은 원료로 됩니다.

이에 김일성 주석은 “유효성분이 많고 자원이 매우 풍부하며 밸까지 말끔히 다 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의 정착어족인 명태를 보배라고, 애국심이 제일 강한 우리나라의 물고기이며 ‘애국태’”라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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