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겨레말큰사전 선임연구원)

지난 12월 2일, 담뱃값 인상과 관련한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한다. 인상안의 액면 취지도 취지이려니와 서민 살림의 압박 때문에서라도 역시 '금연'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수년 혹은 수십 년을 피워 온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끊기로 마음먹은 그날부터 금연에 성공했다는 사람’ 같은 강한 의지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범부로서는 더욱 말이다.

그렇다고 <담배>를 경작하겠다는 것도 평범한 사람의 선택지는 아닐 듯하다. 일반인이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절연(節煙)'이나 '금연'을 시도하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일상적처럼 반복해 온 금연에 성공해 보려고 이래저래 금연 보조제를 찾아보았다. 요새 많이 쓰이는 것이 금단 증상을 줄일 수 있는 니코틴 패치라고 한다. 근처 보건소의 금연클리닉에서 금연 상담을 한 후에 니코틴 패치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전통적인 방법이 있으니 바로 향수 어린 '은단(銀丹)'이다. 어릴 적 수염을 밀지 않은 아버지의 까슬한 얼굴이 내 얼굴에 비벼질 때면 늘 코끝을 싸하게 자극했던 그 냄새의 근원이 바로 은단이었다. 이걸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덧 스스로 은단을 찾는 나이가 된 것이다.

절연이나 금연도 있지만 당장 입안의 텁텁함을 씻기 위해서 은단을 먹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집에 모셔둔 '인단(仁丹)'이 떠올랐다. 인단이라니?

남에서 흔히 '은단'이라고 부르는 것을 북에서는 '은단'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북에서는 '은단'이라는 말은 없고 '인단'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지난번 평양에서 열린 공동회의에서 내가 사온 '은단'에는 "개성고려 인삼인단"이라는 상품명이 붙어 있는 것이다.

 

북에서 판매하고 있는 개성고려인삼인단. [사진-고재영]

《표준국어대사전》
은단 (銀丹) 「명사」

향기로운 맛과 시원한 느낌이 나는 작은 알약. 입 안을 시원하게 하려고 할 때, 멀미를 할 때, 체하였을 때, 가슴이 쓰리거나 배가 아플 때 먹는다.

《조선말대사전》
인단 (仁丹) 「명」
향기로운 맛과 시원한 느낌이 나는 작은 알약. 입안을 시원하게 하려고 할 때, 멀미를 할 때, 좀 체했을 때, 가슴이 쓰리거나 배가 아프거나 할 때에 먹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남북의 차이는 왜 생겼을까? 이는 인단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으로 해결될 듯하다.

일본의 제약회사인 삼하인단(森下仁丹)에서 1905년 인단을 최초 개발하여 지금까지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인단이 조선에 판매되기 시작하던 당시 <조선일보>에서는 인단이 '멀미, 두통, 현기증, 복통, 소화불량, 구취 제거, 감기, 전염병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며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광고, 판매가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인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우리는 은단이라는 유사 상품이 만들어져 판매되었고 남에서는 현재까지 은단으로 판매되고 있다.

결국 ‘인단’이나 ‘은단’ 모두 특정 상품명에서 온 말이라 할 것이다. 북에서는 원 상품의 이름인 ‘인단’을 계속해서 쓴 것이고, 남에서는 그 유사 상품인 ‘은단’을 쓰게 되면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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