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에 따른 비상 원탁회의가 22일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우리가 6월항쟁을 승리로 이끈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보다 더 강력한 국민운동 조직을 시급히 건설할 것을 제안드립니다.”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에 따른 비상 원탁회의’에서 정동익 사월혁명회 상임의장은 “원탁회의가 모태가 돼 가지고 가칭 민주쟁취국민행동을 결성할 것을 결의해 주고, 제안자 분들이 실무준비팀을 위촉해 주면, 제반 여건으로 봐서 한두 달 내에 시.군.구 조직까지 갖춘 강력한 투쟁조직을 건설할 수 있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의 사회로 22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진행된 제3차 원탁회의는 김상근 목사와 함세웅 신부,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최병모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 등 11명의 제안자에 의해 소집됐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정동익 상임의장의 제안에 대해 “강력한 국민운동 조직, 연대를 논의하기 위한 4차 원탁회의를 늦지 않게 소집하는 것”과 “실무단위를 구성하는 것”을 박수로 통과시켰다.

▲ 이날 회의에는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종교계와 정계 등 각계 원로들이 다수 참가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참가자들은 손미희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와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함께 낭독한 ‘선언문’을 통해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충격적인 결정으로 민주주의는 수십년 뒤로, 우리 사회는 사실상 전체주의로 돌아갔다”며 “결정문을 종합해 볼 때, 헌재가 증거주의에 입각한 근대 사법체계를 사실상 부정하는 폭력을 자행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판다이 든다”고 헌재의 판결을 비판했다.

또한 “국면전환용으로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진해 온 것이라는 의혹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현재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운명은 바람앞의 등불 신세”라고 위기감을 표출했다.

이들은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은 필연적으로 민주주의 대한 치명적인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견해에 찬성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청구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헌법정신과 정치적 다원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과제는 통합진보당 당원에게만 맡길 문제가 아니라 바로 주권자인 우리 국민들 전체의 몫”이라며 “파괴된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일에 함게 동참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이 제안자를 대표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세웅 신부, 이창복 의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김중배 언론광장 상임대표, 최병모 민변 전 회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은 제안자를 대표해 “해산 결정을 내리는 논리도 허구일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 자격을 상실한 것도 어느 근거에서 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제2의 유신이 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창복 의장은 “우리 이럴 때일수록 더욱 단결하고 힘을 모아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이 땅의 번영을 도모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마지막 모든 힘을 다해서 함께 해주길 부탁한다”고 인사했다.

함세웅 신부는 “우리시대의 모든 염원, 친일파 척결, 유신잔당 척결, 분단세력 척결, 이 셋을 전제로 하고 박근혜 독재, 유신잔당을 타파하는데 뜻을 같이하는 모든 분들, 단체들의 연합전선을 우리가 일으켜야 되겠다”면서도 ‘속도조절’을 거론하며 “4차 원탁회의를 거쳐서 1월에 토론모임을 갖고 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외신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고, 지금 베니스위원회에서 (헌재 결정문) 원문을 보내라는데 정부에서는 (통역에) 1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며 “열한 분의 제안자를 중심으로 해서 외신기자회견을 빠르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제 캠페인을 여러 방법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통합진보당 변호인으로 활동해온 이재화 변호사는 “348쪽의 결정문은 판결문이 아니라 엉성한 상상에 기초한 한편의 삼류 공안소설이었다는 것이 판결문 전체를 본 소감”이라며 “증거가 아니라 독심술로 사실을 인정하고, 이런 사실관계를 토대로 비약된 논리로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15년간 지속돼 온 대중정당의 목적을 당의 강령에서 찾지 않고 주요구성원들의 머릿속에 있다고 판단했다”는 문제점 등 헌재 판결이 잘못된 10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원로들에게 '사죄의 절'을 했다. 오른쪽부터 이정희 대표, 강병기 대표후보, 오병윤 의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우리의 부족함과 잘못으로 만들어진 여러 어려움들을 이기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마음을 다해 함께 해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하고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해서, 진보정치의 결실을 지켜내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며 “용서를 구하는 사죄의 절을 드리고 싶다. 받아 주시라”고 큰 절을 올렸다.

이정희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걷어차고 박근혜 정권과 수구세력의 통치기구로 전락했다”며 “통합진보당의 대표라는 지위를 떠나서도 민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저 자신 법률가로서도 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도저히 수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진보당 강제해산은 막지 못했지만 우리 대한민국, 한국 사회 전체가 국가보안법의, 공안의 광풍에 휩쓸려가는 것을 막아야할 책임도 여전히 우리에게 있다”면서 “민주주의의 암흑의 시대를 막아내기 위한 마지막 책임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비상 원탁회의가 진행된 프란치스코교육회관 앞에서는 수구단체 회원 10여명이 항의시위를 벌였으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첫 번째 발언 직후 회의장에서 수구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이 “질문있다”며 큰소리를 지르다 끌려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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