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저물고 있다. 내년이면 분단 70년이다. 일제 수난기의 무려 두 배. 이 장구한 세월을 남북갈등으로 허송하고 있다. 그래서 이 추운 겨울날, 사회 각계 인사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거리에 나섰다.

“분단 70년 오기 전에 남북관계 풀어라! 삐라 대신 대화를! 인권공세 대신 인도적 지원을! 5.24조치 대신 남북경협 금강산관광을! 통일대박론 대신 6.15 10.4선언 실천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2월 16일부터 30일까지 매일 12시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정부에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통일뉴스> 기획위원인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이 매일 12시, 1인 시위에 임하는 사회 각계 인사들을 만나 미니 인터뷰도 진행한다. 19일은 그 넷째 날로서 이창복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다. / 편집자 주


▲ 통합진보당 해산 선고가 내려진 19일, 이창복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 남북관계 개선 촉구 릴레이 1인 시위 네번째 주자로 나섰다. [사진 - 통일뉴스 정성희 기획위원]

정성희 소장 : 의장님! 19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과 국회의원직 박탈을 선고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창복 의장 : 나는 오늘 헌재 판결을 보면서 이 나라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민주주의 정치제도 하에서는 상대 정당의 정강 정책을 존중해주고 함께 가는 조화로운 정치를 해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당 해산까지 시키는 비극적 현실입니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민주적 발전을 저해하는 악의 세력에 맞서 양심적인 국민들, 정의로운 각계 인사들이 다시 한번 들고 일어나야 합니다. 이를 그냥 좌시할 수 없는 일이지요. 헌법재판소가 대단히 나쁜 선례를 만든 거예요.

정성희 소장 : 헌법정신의 최후 보루가 정권의 시녀로 전락했다, '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태어난 헌재가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부정했다, 증거도 양심도 저버린 채 편견과 정략에 따라 조작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만.

이창복 의장 :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이 정권의 위기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박근혜 정권이 이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헌재의 통진당 해산 선고를 악용한 것이라면, 더 큰 위기가 덮치고 정치혼란이 가중될 것입니다. 우려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어요. 모두가 지혜를 모아 민주적 정치체제를 어떻게 가꿀 것인가 깊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돌아보면 헌재 설립 이후 여러 긍정적 재판을 했지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지요. 특히 9명의 재판관 중에서 1명만 반대하고 8명이 찬성할 수 있는가? 과연 공정한 재판의 결과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슨 작용이 있었는지.

▲ 세월호 대책위 관계자들도 함께 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정성희 기획위원]

정성희 소장 : 박근혜 정권이 종북몰이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청와대 사람들을 보안법으로 처벌해야 한다, '십상시' 국정농단으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지 않았느냐"는 우스갯소리가 번지고 있습니다.

이창복 의장 : 재미동포 신은미 씨 강연을 '종북콘서트'로 몰고 사제 폭발물을 터뜨리는 백색테러까지 자행했어요. 느닷없이 6.15 남측위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오늘은 헌재를 통해 '종북정당 강제 해산'을 조작하고 있습니다. 냉전수구세력의 기득권을 지키고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인한 정권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거지요. 분단된 나라에서 정권 위기가 있을 때마다 나오는 상투적인 수법입니다.

통일과 민주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종북세력이라면, 나도 포함됩니다. 당당히 맞서 나가야 합니다. 여기에서 밀리면 설 곳이 없어지고 통일과 민주는 더 멀어집니다.

정성희 소장 : 박근혜 정권은 통일대박, 통일준비라는 구호에 비해 임기 2년 동안 이루어놓은 게 없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창복 의장 :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하는 '통일대박', '합의존중'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말만 요란했지 실천은 전혀 없습니다. 국정지지도 향상을 위해서라도 이명박 정권이 망친 남북관계를 조금 개선할 만도 한데, 어쩌면 그렇게 답습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오랜 분단 질서에 편승해 냉전수구보수세력의 결집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북을 통일의 동반자가 아니라 흡수의 대상으로 보고 대립과 긴장과 갈등을 야기하고 즐기는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남북관계를 하나 하나 풀어나가야 합니다. 서로 오고가고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켜야 박근혜 정권이 주장하는 신뢰프로세스가 진행되고 통일준비를 갖출 수 있으며 통일대박을 지향할 수 있지 않겠어요. 신뢰를 주어야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지요. 북이 어떻게 하면 신뢰가 생긴다는 발상을 전환해야 합니다. 남쪽이 먼저 마음을 열고 신뢰를 보내야 합니다.

▲ 광화문 네거리 이순신 동상 앞은 '1인 시위'의 메카이다. [사진 - 통일뉴스 정성희 기획위원]

정성희 소장 : 삐라문제나 인권공세가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듯합니다만.

이창복 의장 : 남북관계를 풀겠다고 한다면, 상대방이 신경 쓰는 일은 자제하는 게 도리이며 상식 아닙니까? 그래야 '신뢰'가 쌓이지요. 그런데 대통령까지 나서 자극적인 언사를 남발하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내년이면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 한일수교 50년, 6.15선언 15년, 6.15조직 결성 10년입니다. 남북관계의 물꼬가 터지는 일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만일 정부 정책의 변화가 없다면, 민중과 겨레의 단합된 힘으로 정부를 압박해 정책 변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민간통일운동의 힘을 키워야 합니다.

정성희 소장 : 6.15 남측위의 내년 사업계획을 좀 소개해주시지요.

이창복 의장 : 지난번 남, 북, 해외 3자 위원장단 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공동기획단을 구성해 세부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6.15선언, 6.15조직 창립, 8.15광복, 10.4선언 등을 계기로 공동사업을 조직적이고 획기적으로 전개할 것입니다. 많은 국민들, 뜻있는 동지들의 적극적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정성희 소장 :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당부의 말씀을 해주시지요.

이창복 의장 : 국민들께서 통일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셔야 합니다. 통일비용, 이념논쟁 등 통일에 대해 왜곡된 정보가 많습니다. 잘못된 여론 형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정확하게 진단하고 판단하시고 통일운동에 참여해주시고 또 통일운동단체에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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