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 21세기민족주의포럼 대표

 

나는 통합진보당 당원이 아니다.

통합진보당의 강령에 동의하거나 활동 내용 및 방식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통합진보당의 강령이나 활동 내용 및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고, 회의적이기까지 하다.

지금 통합진보당에 가해진 폭력-나는 이렇게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을 두고 이런 말로 글을 시작하는 것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통합진보당 당원들에게는 어찌 보면 실례이리라.

하지만 이렇게 시작할 수밖에 없는 것은, 편 가르기를 좋아하는 이 땅의 척박한 풍토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들의 무능과 추악함 때문에 생긴 위기를 특정 대상에 대한 폭압으로 모면해 보려는 더럽고 야비한 정권에 대해서는 물론이려니와 이 사태가 얼마나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위기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통합진보당 내외의 사람들에게, 이 문제가 결코 통합진보당만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하게 밝히기 위해서이다.

물론 통합진보당원이라는 것이, 통합진보당의 강령에 동의하는 것이 죄라거나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나는 추호도 갖고 있지 않다.

내가 통합진보당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듯이 나와 얼마든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반면에 나는 통합진보당과 같은 생각도 많이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민족 자주와 평화, 통일에 대한 희구, 민중생존권의 향상을 위한 진보적 사회의 지향은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가치이며, 그런 점에서 통합진보당과 나의 생각이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을 나는 전혀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이 민주적 질서에 위해를 주는 정당이라서 강제로 해산시켜야 한다고 한다. 나는 내 상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주적 질서를 위해했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북의 폭력 혁명 노선을 따랐다는 것이 정부 측 주장이고, 헌재는 그것을 인용하였다. 북의 폭력 혁명 노선을 따랐다는 증거는 무엇인가? 강령이 그렇단다. 아무리 봐도 강령에는 폭력으로 체제를 전복한다는 내용이 없다. 자기 마음대로 통합진보당을 폭력 혁명 노선을 숨긴 집단으로 추정한다. 추정을 통해서 판결을 내리다니 그러고도 위헌 여부 재판을 하는 최고재판소인가?

통합진보당의 주도 세력이 그렇단다. 통합진보당의 당원들이 관련된 여러 사건을 열거하면서 말한다. 물론 이 사건조차 진실인지 의심이 들지만,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나는 묻겠다. 쿠데타를 일삼아서 내란죄와 내란 목적 살인죄를 저지른 자들이 주도해서 만들었고, 그들이 만든 정당을 계승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폭력으로 쿠데타를 하려는 생각을 숨기고 있는 정당이므로 벌써 해산되었어야 마땅한 정당이다. 차떼기 관련자들이 아직도 설치고 있는 새누리당은 부정부패를 통해 이 땅의 민주질서를 위해할 우려가 상당히 큰 정당이다. 해산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통합진보당의 중앙위 폭력사태, 경선 부정 등이 민주적 질서를 위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과연 민주적 질서에 어긋나는 범법인지도 따져 봐야 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정도라면 새누리당은 물론이요, 민주통합당 역시 민주적 질서에 맞는 정당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경선 비리, 폭력 사태가 지금의 여당과 제1야당에서 저질러져 왔던가?

이제 통합진보당의 강제 해산은 현실로 되었다. 그것도 1 : 8이라고 하는 참으로 기가 막힌 비율의 결정이 내려졌다. 내가 진실로 우려하는 것은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법을 법으로 보지 않게 되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존경을 받고 존중되어야 할 사법부가 국민에 의해 한갓 정권의 하수인 정도로 인식된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비극적인 사회가 될 것인가? 그런데 이번 판결은 그런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상황을 만들어 내었다.

슬프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통합진보당은 폭압을 뚫고 부활하여야 한다. 이 땅의 모든 진보 세력은 통합진보당의 부활에 지지와 격려를 보내야 한다. 더 이상 작은 차이로 분열하고 상호 비방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사태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지를 통찰해야 한다. 지금까지 통합진보당에 냉소적인 자세를 가진 진보세력이 왜 그랬을 것인지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통합진보당에 냉소적인 자세를 가졌거나 심지어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던 진보세력은 자신들의 생각이 편견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 저들의 분열 공작에 춤춘 것은 아닌지를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지금 시련은 우리 사회가, 우리의 역사가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일보 진전된 상태에서 만난 시련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것을 뚫고 통합진보당이 부활할 때 우리는 작은 차이를 넘어 커다란 하나가 되어 민주주의와 평화, 민족통일 그리고 민중의 참된 생존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리라.

통합진보당의 부활을 간절히 기원하며, 오래 전에 독재정권에 의해 사법살인을 당하신 뒤 부활하신 이수병 열사님을 기려서 썼던 졸시를 통합진보당 당원들에게 바친다.

부 활
- 이수병 선생님을 생각하며 -

너희는 나를 죽였지만
너희는 우리를 못 죽인다.
너희가 우리를 못 죽이니
너희는 나를 못 죽인다.

저어기 저 폭압과 탐욕을 뚫고
봄날 새순처럼 되살아나는 나를 보아라.
지치도록 긴 여름날 숲 이루어
너희를 덮어 버리는 나를 보아라.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이 땅이 뉘 땅인데
오도 가도 못하느냐
온몸으로 외치며 또 외치며

나를 따라오는 나를 보아라
나를 앞서 가는 나를 보아라
짓밟아도 일어나는 나를 보아라
끝내는 하나 되는 나를 보아라.

너희는 나를 죽였지만
너희는 우리를 못 죽인다
너희가 우리를 못 죽이니
너희는 나를 못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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