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오는 23일로 예정된 애기봉 임시 성탄트리 점등을 철회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오는 23일부터 예정된 애기봉 임시 성탄트리 점등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철회로 무산됐다. 또한, 이에 앞서 북측에서 항의서한을 보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기총은 18일 오후 5시 서울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리스도의 희생과 겸손, 그리고 섬김의 마음과 사역을 본받아 애기봉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거나 점등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입장문에서 "남북간 갈등을 조장하고 내부로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일으킨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되었다"며 "일부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 단체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고 철회 이유를 들었다.

그리고 "더 이상 애기봉 크리스마스 트리를 두고 어떤 누구도 서로 다투거나 반목하는 일이 없게 되기를 소망한다"며 "무엇보다 앞으로 정치적인 의도나 왜곡된 해석이 아닌 예수님의 성스러운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순수한 의미로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

한기총 측은 이번 점등 철회에 대해 정부 당국이나 김포 지역주민과 협의에 따른 것이 아닌 내부 결정이라고 강조했으나, 북측의 항의 서한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북측 조그련의 항의서한 내용을 공개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지난 5일 북측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 강명철 위원장의 명의로 공식 서한이 왔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조그련은 항의서한에서 "진정으로 민족을 사랑한다면 민족의 화합과 단합, 남북관계 개선에 한기총이 발벗고 나서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애기봉 임시성탄트리 점등을 두고, "동족대결이 격화되고, 남북갈등을 조장하는 결과가 되고, 전쟁의 참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남북관계를 험악한 지경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 지라도 원하는 바로다'(로마서 9장 3절)라는 내용의 성서 구절을 인용했다.

이에 홍재철 한기총 애기봉 성탄트리 추진위원장은 "트리에 대해서 북한도 요구하기 때문에 양보한 것"이라며 "다시 북한과 관계도 개선하면서 오히려 우리들의 양보가 남북 당국자가 더 좋은 2015년 한해가 되길 그런 마음으로 일보 후퇴한 것"이라며 북측의 항의서한이 철회 배경임을 밝혔다.

지난 4일 북한 조선종교인협의회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 "한기총은 권력에 아부추종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한기총 측은 점등 철회와 애기봉 등탑 재건립 추진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홍재철 위원장은 "내년에 임원결의를 통해서 진행할 것이다. 김포시에서 평화공원 설립을 계획 중인데 거기에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기총은 철거된 애기봉 등탑 자리에 9m 높이의 임시 성탄트리를 설치,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약 2주간 불을 밝히기로 했으며, 이를 국방부가 승인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철회 결정에 앞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애기봉 임시성탄 점등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유영록 김포시장 등 김포시 단체장들은 19일 국방부 앞에서 점등반대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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