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7일(현지시각), TV와 라디오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주권 평등에 기초한 미국과의 (수교)대화를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카스트로 의장은 "어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포함한 고위급 대화들을 통해, 몇 가지 양국 관심사안에서 진전을 이뤄냈다"며 "2001년 6월 피델이 약속했듯, 우리는 오늘 라몬 라바니뇨와 헤라도 에르난데스, 안토니오 게레로를 고국으로 데려왔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석방 결정과 프란치스코 교황 및 캐나다 정부의 역할에 사의를 표했다.

그는 "인도적 견지에서, 오늘 미국 시민 앨런 그로스를 석방해 그의 나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외교 관계 복구에 동의했다"고 밝혔으나 "중요한 문제들이 해결됐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나라에 막대한 인적, 경제적 손해를 끼치고 있는 상업 및 금융 봉쇄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제재가 법률로 명문화돼 있으나 미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그 적용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미 정부에 대한 제안은 양자의 환경을 개선하는 상호 조치를 취하고 국제법과 유엔헌장에 기초해서 양국관계 정상화로 나아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여행이나 직접 우편, 통화 등 양국 국민과 가족, 시민 사이의 접속을 가로막거나 제한하는 장벽을 제거할 것"도 촉구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번영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우리의 경제 모델을 갱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순번 의장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미국과 쿠바가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절차를 시작한 것을 축하한다"며 "쿠바 정부와 국민이 완전한 존엄과 대등한 입장에서 미국과 관계 정상화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남미 12개국이 모두 참여하는 남미국가연합도 미국-쿠바 수교선언을 환영했다. 에르네스토 삼페르 사무총장은 내년 4월 파나마에서 열리는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 쿠바가 참여할 것이고 했다. 호세 미겔 인술사 OAS 사무총장도 '미국-쿠바 관계 정상화에 관한 백악관의 역사적인 발표'를 환영했다.

쿠바는 1962년 OAS 회원국 자격을 박탈당했다가 2009년에 회복했으나 미국의 거부로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 '좌파' 정상들은 쿠바가 제외되면 OAS 정상회의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미국이 대쿠바 정책을 바꾼 이유가 중남미국가들의 압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쿠바와 북한의 긴밀한 관계를 감안할 때, 미국-쿠바 국교정상화 선언이 북미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간선거 참패 이후, 오바마 행정부 당국자들은 북한과의 직접대화 의지를 공개적, 사적으로 잇따라 밝히고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