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세월의 강물
- 장 루슬로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만들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 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니 보따리까지 내 놓으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는 인간성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었다가 보따리까지 내놓으라는 요구에 황당해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나는 그때마다 그 사람들을 원망하고 은혜를 모르는 세태에 분노했는데, 나중에 깨달은 게 있다.
내가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준 게 잘못'이라는 것이었다.

내게는 지나친 동정심이 있다. 아마 어릴 적 불우하게 자라나 '애정 결핍'에 의해 그런 증상이 나타났을 것이다.
애정에 목말라 하던 나는 물에 빠진 사람만 보면 그와 나를 동일시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구해 줄 때마다 의기양양해 했지만, 그들은 나로 인해 혼자 힘으로 물에서 벗어날 기회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보따리까지 내놓으라고 한 것이다.

산길을 가다 다친 달팽이를 본 적이 있다. 개미들이 상처에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달팽이는 지쳤는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를 잠시 동안 들여다보다 홀가분하게 그 자리를 떠났다.

그는 지금 자신의 운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는 하늘만이 아는 것이다.

그가 살아난다면 그에게 개미를 이기는 힘이 조금이라도 축적될 것이다. 그 미약한 힘들이 대대손손 전해져 언젠가는 달팽이들이 개미를 이기게 될 것이다.

나는 내 길을 가면 된다. 진정으로 내 길을 갈 때만이 나는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나의 감상적인 마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내 안에서 어떤 큰 힘이 속삭여준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철도고등학교 운전과를 졸업한 후 기관조사로 근무하다 충북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잠시 전교조 활동을 했습니다. 교직을 떠난 후 빈민단체(주거연합)에서 활동하다 한길문학예술연구원에서 시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리얼리스트 100’에서 주는 제6회 민들레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에서 살며 글을 쓰고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나무’ 산문집 ‘명시 인문학’ 에세이집 ‘숲’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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