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법달 / 종교문화연구원

“종교는 무저항주의를 고취하는 아편이다”

1992년 4월 9일 최고인민회의 제9기 3차 회의에서 개정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의 제 5장 제68조에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종교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된다”로 명시하여 지속적으로 종교 및 신앙의 자유에 대해 보장하고 있다.

제한적으로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사회질서를 해치는데 리용할 수 없다.”는 규제를 명시하였으나, 종교와 신앙의 자유에 대한 규제 및 통제에서 폭넓은 자유를 부여하는 법을 제정하였다.

1998년 9월 5일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 회의에서 개정된 헌법에서는 주석제 폐지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신설하여 권력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졌다.

북한이 헌법에서 명문화하고 있는 종교에 대한 조항은 ‘제 5장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 중 제66조의 “17살이상의 모든 공민은 성별, 민족별, 직업, 거주기간, 재산과 지식정도, 당별, 정견, 신앙에 관계없이 선거할 권리와 선거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과 제67조의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국가는 민주주의적 정당, 사회단체의 자유로운 활동조건을 보장한다.”에서 포괄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신설된 제75조의 “공민은 거주, 려행의 자유를 가진다.”에서 많은 변화를 볼 수 있다.

▲『조선말대사전』1권 표지
이러한 사회주의 헌법의 변화와 함께, 북한사회 전반에 걸쳐 종교에 대한 긍정적, 객관적 사실을 바탕 한 새로운 표현들이 나타났다. 북한의 종교 해석이 어떻게 표출되고 또 그 양상이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사전적인 정의(辭典的 定義)에 대한 연구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현대조선말사전』(1981년판)과 『조선말대사전』(1992년판)의 종교관련 항목 비교 분석 결과를 보면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종교에 관한 부정적 기술이나 평가가 없어진 반면 사실적인 기술이 추가되고 있으며, 특히 종교와 미신이 동일시되던 과거의 입장을 탈피하여 양자를 분명히 구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나타내 보여주고 있다.

『현대조선말사전』(1981)은 종교를 “반동적인 세계관”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종교는 인민대중의 혁명의식을 마비시키고 착취와 억압에 무조건 굴종하는, 무저항주의를 고취하는 아편”이라고 부정적으로 규정하였다.

1992년 『조선말대사전』은 종교에 대해 이를 “초자연적이고 초인간적인 존재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 또는 믿음을 설교하는 교리에 기초하고 있는 세계관”으로 객관적인 서술을 하고 있으며, 반면에 미신에 대해서는 이를 “과학적세계관을 가지지 못하고 문화적으로 깨여나지 못한 사람들이 자연과 사회의 사물현상을 어떤 초자연적인 힘과 그것에 의한 것이라고 맹목적으로 믿는 것”이라고 하여 뚜렷이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선말대사전』은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를 “억압, 착취하는 도구”나 “침략하는 사상적 도구” 그리고 “혁명의식을 마비시키는 아편” 등의 부정적 평가를 모두 삭제하고, 종교의 종류에 대해서도 “원시종교로부터 시작하여 불교, 기독교, 회교 등 수많은 종교와 크고 작은 류파들이 있다.”라고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항 목

현대조선말사전(81년 발간)

조선말대사전(92년 발간)

 

신, 하느님 등과 같은 자연과 사람을 지배하는 그 어떤 초자연적이고 초인간적인 존재나 힘이 있다고 하면서 그것을 맹목적으로 믿고 그에 의지해서 살게 하며, 이른바 저승에서 행복한 생활을 꿈꿀 것을 설교하는 반동적인 세계관 또는 그러한 조직, 종교는 인민대중의 혁명의식을 마비시키고 착취와 억압에 무조건 굴종하는, 무저항주의를 고취하는 아편이다.

사회적 인간의 지향과 염원을 환상적으로 반영하여 신성시하며 받들어 모시는 초자연적이고 초인간적인 존재에 대한 절대적 신앙 또는 그 믿음을 설교하는 교리에 기초하고 있는 세계관

 

 
동국대에서 북한학을 공부하고 서울디지털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한반도 종교평화네트워크 연구위원,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의원, 원불교 평화통일포럼 연구원, 민주평통 종교분과 상임위원등의 활동을 통해 한반도 통일과 종교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