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힘들어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단풍이 들더니 두꺼운 옷을 잔뜩 입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운 추운 계절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김치를 담가 먹는 집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요즘 같은 때는 집집마다 겨울철 먹을거리인 김장을 담기위해 고민을 하곤 합니다.

이는 오히려 남녘보다도 북녘에서 더욱 두드러진 현상인데요, 북녘에서는 직장이나 지역별로 함께 대단위의 김장을 하기 때문에 이를 ‘김장전투’라고 하고 끝나면 휴가를 며칠씩 주기도 합니다. 또한 김장을 일컬어 ‘반년식량’이라고도 할 정도로 북녘에서 김장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할 수 있습니다.

북녘의 조선료리협회가 발간하는 <조선료리> 2009년 2호에는 박사 김호섭의 기사 ‘김장담그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북녘에서 박사는 그 수도 적고 지도자에게 직접 학위를 받을 정도로 대단히 권위가 있는데요, 그런 박사가 쓴 글에 대해서 주민들은 더욱 신뢰도 있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선료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치는 우리나라 부식물 가운데서 가장 특색 있는 음식의 하나입니다”고 말한 것을 소개하며 “재능 있고 탐구심이 강한 우리 민족은 오랜 생활체험과정에서 겨울에도 비교적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창안해 식생활에 널리 활용하여 왔는데 그 가운데의 하나가 바로 김치를 담그는 방법이었다”고 전합니다.

잡지에 따르면, 김치를 담그기 시작한 역사는 매우 오래전부터 이어진 것으로 이미 삼국시기에 무, 상추, 가지, 차, 마늘과 같은 채소와 소금이 있었고 술과 장, 젓갈을 비롯한 여러 가지 발효음식이 발전하고 있었으므로 같은 원리로 만드는 김치도 당시에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고려시기에는 김치를 만들고 관리하는 ‘침장고’라는 기구까지 있었으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는 김장을 담가 겨울철 부식물로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한 조선시기에 와서는 고추가 재배되어 김치를 만드는 방법이 더 발전하고 김치의 종류도 늘어났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장담그기와 함께 김장을 연중 가정의 중요하고 큰 일로 여겨왔으며 어느 가정에서나 겨울나기를 위한 준비로 가을철에는 김장담그기에 분주했습니다. 김장을 담그는 시기는 지방과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었으나 대체로는 입동을 기준으로 해 입동이 음력으로 9월에 들면 입동이 지난 뒤에, 10월에 들면 입동 전에 김치를 담갔습니다. <해동죽지>에는 10월의 입동이 가까워오면 집집마다 김치를 담가 땅을 파고 묻느라고 분주하게 지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김장김치는 제철에 담가야 제 맛이 나는데요, 그러므로 가정들에서는 김장을 만사를 제쳐놓고 제때에 했습니다. 또한 궁중에서까지도 김장때에는 한 달 동안 모든 일을 전폐하고 김장담그기로 분주히 지냈습니다. ‘김장철에는 아홉방 부녀가 다 나온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좀처럼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 궁중처녀들도 김장때에만은 나온다는 데서 생긴 말로 우리 민족이 김장을 담그는데 얼마나 많은 품을 들였는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품을 들여서 김장김치를 하면 11월부터 다음달 3월까지 다섯 달 분의 채소를 저장해놓은 것과 같기 때문에 북녘에서는 김장김치를 겨울철의 ‘절반량식’이라고도 했습니다.

한편, 우리 민족은 김장김치를 제때에 맛있게 담그는데 깊은 관심을 가졌을 뿐 아니라 그 보관관리에도 정성을 기울여 김치움은 될수록 햇빛이 직접 비치지 않는 곳에 땅을 파서 만들고 그 안에 독을 볏짚으로 감싸서 파묻었으며 그 위에 나래를 덮어주었습니다. 그래서 겨울날의 심한 추위 때에도 김치에 바람이 들거나 어는 현상이 없게 했습니다.

또한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겨울 김치를 담글 때 서로 도와주는 아름다운 풍습을 창조하고 그것을 전통적으로 계승해 왔는데요, 김장철에는 가까이에 사는 이웃들과 친척들이 한데 어울려 배추를 씻고 양념소를 만들며 김치움을 파는데 이르기까지 서로 돕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겼고 자기 집에서 담근 김치와 양념을 이웃이나 친척집들에 보내 맛을 보게 하면서 조언을 받기도 했으며 김장을 열심히 담근데 대해 서로 축하도 해주고 함께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담근 김치는 시원하고 쩡하며(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시원한 맛, 잘 익은 김치나 동치미에서 나는 톡 쏘는 맛), 향기롭고 상쾌한 것이 우리 민족의 구미에 전적으로 맞아 진수성찬을 차리거나 간단히 몇 가지 음식을 차리거나에 관계없이 언제나 음식상에 김치를 올렸으며 기름진 고기나 떡, 지짐 등을 먹을 때에는 반드시 김치를 곁들였다고 잡지는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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