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헌 / 동국대 북한학 박사수료
 

함흥시의 대표적인 시장은 사포구역의 사포시장과 성천강구역의 삼일시장, 금사시장이다. 이 중 사포시장은 그 규모가 함흥시에서 가장 크고 삼일시장과 함께 상설 재래시장의 형식을 띠고 있다. 개방된 전통시장의 형태를 띤 사포시장과 삼일시장은 장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자기 상품을 물품박스에 담아두고 키를 잠그고 보관한 뒤 보안요원이 경비를 서는 형식이라면, 금사시장은 백화점의 형태를 띤 함흥시 유일의 현대적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 연길 서시장. [사진제공-한재헌]

성천강구역 금사동에 위치한 금사시장은 이처럼 일종의 백화점의 형태를 띤 현대적인 실내장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일리NK 기사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확인이 되는데 “금사시장은 2층을 원형으로 꾸며 놓았으며 연길에 있는 서시장과 비슷한 구조”라고 한다(데일리NK, 2007-05-23). 함흥시에 유일하게 건립된 이 시장은 2층으로 꾸며놓을 만큼 규모도 크며 물고기, 육류, 옷 등 백화점에 버금갈 만큼의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이나 간단한 빵 같은 경우에는 시식코너도 마련돼 있다고 한다. 물론 그 외의 음식들은 공짜로 먹어볼 수 없다. 탈북자의 표현에 따르면, 공짜 시식일 경우 “10분도 안 돼 모두 동이 나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물을 먹은 사람이 창시”했다고 하는 이 금사시장은 약 2003~2005년 사이에 완공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금사시장의 판매원들은 노천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 비해 피부도 상대적으로 하얗고, 손님을 끌기 위해서 화장도 하고 복장도 나름 깔끔하게 입는 등 그 외양도 비교적 “고급스럽다.”

이들 대표적인 시장들에서는 당국과 시장 상인들 및 구성원들 간의 일상적인 다툼과 머리싸움도 벌어지지만 동시에 시장이 발전하고 규모를 키워가는 만큼 상호간의 ‘상도덕’ 내지 암묵적 거래규칙이 세워진다. 이는 전통적 시장거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광경일 터, ‘도매 단골’이 대표적이다. 즉 도매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상인들 사이에 단골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오늘 내가 한 번 이윤을 봤다면 다음번에 네가 이윤을 보는” 식으로 서로 한 번씩 양보하는 “팀워크”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 정도의 동의와 신뢰가 쌓여야 서로 단골로 맺어지는 것이다. “제 이윤만 자꾸 생각하는 사람”과는 단골을 맺을 수 없다는 상호간의 이런 암묵적인 시스템이 사포시장과 삼일시장에는 일정하게 형성이 돼 있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동흥산시장은 이런 동의관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실정이라고 한다.

대체로 전통적 재래시장과 그 거래형태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발전에 따라 축소, 소멸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까지 간단히 살펴본 대로, 함흥에는 초라한 노천 장마당에서부터 대규모의 종합시장, 그리고 백화점 형식의 현대적 시장까지 다양한 형태의 시장이 혼재하면서 각축하고 있다. 또한 시장 구성원 사이에서, 그리고 시장사람들과 당국 사이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공식․비공식적 교환양식 등이 발전하고 있다. 이들 시장형태와 공식․비공식적 거래관계 및 관계양식 등이 경제체제의 변형과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또 그러한 발전의 과정에서 이들 관계양식은 어떻게 변형되고 소멸해 가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향후 함흥의 도시발전과 경제체제를 전망하는 데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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