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필요한 도덕을 초등학교 이전에 모두 배웠다’는 말이 있는데요, 그만큼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너무도 당연한 사회규범 등을 외면하는 일이 많습니다. 또 요즘 같은 때 예의 등을 이야기하면 청학동에 사는 구시대 사람들로 치부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예의, 도덕 등은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북녘에서는 유독 예절을 지켜야한다고 독려하는 글들이 많습니다. 이는 ‘사회주의 도덕’을 강조하는 북녘 체제의 특성에 따른 것인데요, 정영철 박사는 <북한의 생활문화로서 도덕 : 반제국주의 사상혁명과 사회주의 도덕>(남북문화예술연구, 통권 제9호 2011년 하반기, pp. 261-288)라는 글을 통해 북녘은 1990년대 이후 사회주의권의 붕괴의 원인을 사상교양의 실패에서 찾고 도덕의 균열은 곧 사상의 변질을 가져온다고 인식하며 ‘사회주의 도덕’을 강조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북녘에서 사회주의 도덕의 함양은 단순한 예의바른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 사상문화 침투에 대응한 사상 교양의 하나로서 제기되는 가운데 고난의 행군 이후에는 이러한 도덕적 확립을 강성대국 건설의 중요 목표로 내세움으로써 사상교양과 실천 그리고 사회 통제에 대한 강도를 높여가고자 하고 있다고 정 박사는 설명합니다.

이런 이유로 북녘에서는 식생활과 관련한 예절 역시 ‘사회주의 도덕’의 일환으로 적극 강조하는데요, <조선료리> 2009년 1호 ‘고상한 식사례절’ 기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람들에게 음식상을 차릴 때와 먹을 때의 례절을 비롯하여 우리 민족의 식사례절을 똑똑히 알려주고 그것을 잘 지키도록 하여야 합니다.”는 발언을 소개하며 우리 민족에게 전해지는 먼 옛날부터 마땅한 도리로 여기고 지켜온 식사질서와 예의에 대해 전하고 있습니다.

<조선료리>는 상은 어떻게 차리고 수저는 어떻게 쓰며 음식은 어떻게 먹고 식사 때 언행은 어떻게 하며 식사의 마감은 어떻게 하는가 등 오랜 세월을 내려오면서 관습화되어 이어지고 있는 식사질서와 예의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정들에서는 끼니때가 되면 가장의 독상을 먼저 차려 방 아랫목에 놓은 다음 그 밖의 집식구들이 먹을 음식을 방 웃목에 놓은 두리반(크고 둥근 상)에 차렸습니다.

음식을 다 차리면 가장은 식구들을 둘러보며 모두 식사를 하자고 한 다음 자기가 먼저 수저를 들었고 그러면 그 밖의 식구들은 그가 식사하는데 무슨 불편한 점이나 필요한 것이 없는가를 조용히 살펴본 다음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식사를 시작하면 누구나 음식그릇의 뚜껑부터 열었는데요, 이때 밥그릇의 뚜껑부터 먼저 열고 이어 반찬그릇 뚜껑을 왼쪽 바깥에 놓인 것부터 차례차례 열었습니다. 연 뚜껑은 뒤집어서 오른쪽에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다음으로는 음식의 간을 맞추었는데 국의 간은 밥을 먹기 전에 반찬의 간은 먹어보면서 맞춥니다. 식사할 때 밥은 앞쪽으로 약간 경사지게 모아가면서 숟가락에 약간 위로 올라 올 정도로, 국은 숟가락으로 국물이 넘쳐 흘러내리지 않게 약간 골싹하게(그릇에 거의 찬듯하게) 떠서 먹었습니다.

식사과정에 수저는 서로 엇바꾸어가며 쥐었는데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은 다음에는 그것을 밥그릇이나 국그릇에 놓고 젓가락을 쥐었습니다. 숟가락은 식사도중에 상위에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이는 숟가락을 상위에 내려놓으면 식사를 다한 것으로 인정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숟가락을 쥐었을 때 젓가락은 음식그릇에 놓지 않고 상위에 놓았습니다.

다음으로 음식은 입안에 적당한 양을 넣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도록 입을 다물고 먹었으며 입안에 음식이 있는데 또 음식을 계속 넣어가면서 먹는 것을 삼갔습니다. 여러 사람이 식사할 때에는 젓가락으로 반찬을 뒤적거리거나 헤쳐가면서 먹지 않았으며 음식을 상에 흘리지 않도록 조심했습니다. 음식은 그릇의 한쪽으로부터 깨끗이 먹어 남기는 경우에도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했으며 특히 다 먹지 못할 국물이 있는 음식은 먹을 만큼 따로 덜어서 먹었습니다.

또한 먹다 남은 음식을 남에게 덜어주는 것을 예절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겼고 식사 중에는 될 수 있는 대로 말을 하지 않았으며 더구나 불쾌한 말은 최대한 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음식은 그릇 채로 입에 대고 먹지 않았지만 숭늉만은 식기를 두 손으로 들어서 소리를 내지 않고 여러 번 꺾어마셨습니다.

이후 식사가 끝나면 다 먹은 그릇의 뚜껑은 본래대로 다시 덮었으며 수저는 오른쪽에 가지런히 내려놓았습니다. 아랫사람들은 웃사람이 수저를 놓기 전에는 수저를 먼저 내려놓지 않고 자기 국그릇에 놓고 기다렸다가 내려놓았습니다.

이와 같은 식사예절은 다만 가정에서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꼭 지켜야 하는 것으로 여겼으며 이 습관화된 규범을 어기면 수양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았다고 잡지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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