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 전 통일연구원 원장


지난 10월 25일 임진각에서 일부 보수시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행사를 둘러싸고 극보수파와 극진보파 간의 벌어진 몸싸움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심화된 남남 갈등의 골이 깊이 파고 들고 있음을 보면서 너무 분통이 터지고 가슴이 아팠다.

임진각에서 보수 시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시도가 무산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지만 그날 미디어에 비쳐진 이미지는 분단의 비극을 다시 한번 현실적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한국정부는 전단 살포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해 주길 기대하면서 이 글을 쓴다.

통일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그는 "대북전단이 남북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헌법에 표현된 권리(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대북전단에 대한 기본원칙과 입장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입장은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잘 밝힌 것이다. 이런 입장을 견지한다면, 남북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과 대북전단 살포가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관계 개선에 악 영향을 미칠 것이란 입장은 정부의 고민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만약 정부가 “대북전단이 남북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라고 강하게 믿고 있다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북전단을 제한하는 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임진각에서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주민, 시민단체와 전단 살포를 시도하려는 일부 보수단체 간에 몸싸움, 욕설, 계란던지기 등 불상사가 있었지만 전단 살포가 무산됨으로써 남북간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으로 생각한다.

시민단체가 시도한 전단살포 무산의 일등공신은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관 역할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박근혜 정부가 1천 여명의 경찰관 14개 중대를 배치하여 공권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성공적으로 준수하여 대형 사고 없이 대북전단 살포를 무산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서 행동으로 궁극적으로 민통선 주민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동시에 일부 보수단체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잘 준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북측의 체면도 유지해주고 북한군의 “소멸”작전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북한 국방위원회가 청와대 앞으로 항의 전통문을 26일 새벽에 보내와 통일부가 27일 공개하였다. 북한은 25일 전단 살포행사 무산 과정에서 북한이 원하는 대로 극보수와 극진보 간에 몸싸움을 보면서 그들이 의도한 대로 남남 갈등을 조장하는데 만족감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박 정부가 "전단 살포 강행 방임"이라니 이해가 안 된다. 북한지도부가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필자의 견해는 25일 전단 살포가 무산되었으니 북한은 이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성사시키는데 노력해야 마땅하다. 남측의 "전단 살포 강행 방임"이란 이유로 남측이 제안한 10월 30일 2차 고위급 회담을 무산하거나 연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게 한다면 북측의 대화 진정성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화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보다 더 험악한 환경 속에서도 남북대화는 해 왔으니 북측이 또 다른 이유를 대면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제의에 대해 연기하거나 무산시키는 행위로 되며, 이는 또 다른 남북관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이며 바람직하지 못하다. 김정은 제1비서가 통 큰 결단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전쟁 행위”로 간주한 이상 그리고 남북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한국정부가 보수단체의 전단 살포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정부는 국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고 대화를 통한 발전적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좀더 적극적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2항에 기초하여 대북전단 살포 제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에서 평화 통일로 가는 길에서 일부 시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결론을 내린 정부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리고 25일 대북전단 살포행사로 인해 남남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향후 전단살포가 남과 북이 원하지 않은 국지전으로 진전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 남과 북이 양보와 타협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공동노력을 기대한다. (끝)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1969).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국제정치학 교수(1969-1999);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1995-1999); 통일연구원 원장(1999-2000).
현재 경남대 석좌교수,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 (Los Angeles)회장.
30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200편 이상의 학술논문출판;
주요 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1999).
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 모색 (1997)등; 영문책 Editor & Co-editor: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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