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 피스코리아 상임대표


산적한 국정 현안을 처리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내외에 처한 여러 난관 속에서도 대통령께서 공론화한 ‘통일 대박론’은 한 겨울에 꽃망울을 맺는 동백처럼 민족사의 ‘새봄’에 대한 기대를 주고 있어 다행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기대를 안고 출범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가 태생적 한계를 보이고 있어, 실질적인 통일준비를 통해 명실상부한 ‘통일대박’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진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기존 <통일관>의 수정 없이 통일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준위’는 “통일비용이 들지만 동족인 북한 동포들을 위해 또는 낙후한 북한을 돕기 위해서 통일을 하려 한다”라는 식의 기존 ‘시혜적 통일관’을 수정 없이 답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혜적 통일관'은 북한의 통치구조가 동독과 다름을 간과하면서 동서독 간의 통일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외관상 맞는 말처럼 보이나 국제사회나 세계적 전문가들이 볼 때, 특히 통일의 실질적 파트너인 북한에서 동의할 수 없는 시각입니다.

이러한 시각은 맹지(盲地:길과 연결되지 않은 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접한 땅(승역지)의 주인에게 큰 길과 연결되는 도로를 놓을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해야만 하는 처지의 요역지(맹지) 주인이 승역지 주인 앞에서 폼을 잡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할 것입니다.

북한과 단절된 남한은 중국, 러시아는 물론 유럽 대륙과 분리된 ‘섬나라’ 또는 ‘맹지’일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 통일이라는 냉철한 현실을 이제라도 솔직히 인정하면서 통일 논의 또는 통일준비가 진행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시골 읍, 면의 인구가 반세기 전에 비해 반 이상 줄어들면서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모교가 폐교되는 아픔을 안고 있습니다. 전국 도처에 있는 폐교들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향후 내수시장 감축, 이로 인한 생산 감축, 이로 인한 실업 증대, 이로 인한 사회 불안 등 피할 수 없는 악순환의 예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처한 이 같은 위기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적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통일 대박론’ 아니겠습니까?

‘통준위’가 예측한 ‘G2 대한민국’이 되는 길은 중국횡단철도(TCR)·시베리아횡단철도(TSR)·몽골횡단철도(TMGR)·만주횡단철도(TMR)를 ‘남북통합철도(TKR)’로 통합한 <5T통합철도>시대를 열 때 그 가능성이 증폭될 것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타데우시 시오즈다(Tadeusz Szozda)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의장을 비롯한 세계적 전문가들도 공인하는 ‘세기적 철도혁명’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국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일본은 <5T통합철도>와 자국 철도(TJR)을 어떻게든 연결하기 위해 머리를 조아리게 될 것인 만큼 ‘항구적 극일’의 길도 함께 마련되어 민족적 공익은 극대화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통일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북한 동포들을 돕기 위해 통일을 하려고 한다는 식의 ‘시혜적 통일관’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예견되는 총체적 위기를 맞지 않고 남한이 ‘G2’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은 통일이라는 ‘생존을 위한 통일관’을 솔직히 공표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드리고자 하는 진언은 ‘통준위’가 전제로 하고 있는 <1국가 통일방안>의 문제점 입니다. 이는 혼담이 오가는 중에 혼인 상대측에서 절대 수용이 불가능한 조건을 먼저 제시하는 것처럼 비현실적 발상으로, 역대 정부가 표방한 국가연합 또는 북한이 <6.15 남북공동선언> 당시에 공표한바 있는 느슨한 연방제 속에서 ‘2국가 2체제’가 ‘초기 통일 모델’로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역발상의 사례입니다마는 중국은 ‘1국 양제’를 이상(전략)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대만의 체제를 문제시 하지 않고 사실상 ‘2국가 2체제’ 속에서 실질적인 경제통합을 한 상태입니다.

잘 알고 계시듯이 2013년 기준으로 중국-대만 교역액이 거의 2천억 달러로 양쪽을 오가는 항공편이 1주에 800회 이상, 중국에 진출한 대만인 사업가가 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대만은 1인당 국민소득이 약 3만 8천 달러로 늘어났습니다. 이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 자체를 못하고 있는 우리와 비교되는 수치입니다.

‘통준위’의 ‘1국가’ 통일방안은 ‘흡수통일’과 사실상 동의시 되어 통일 논의의 상대방인 북한을 자극할 뿐 실질적인 통일논의 자체를 막는 구조모순을 불러 올 것인 만큼 통일 환경에 대한 냉철한 현실인식과 함께 공식적인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통준위’가 남북 간 통일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인 환경 조성의 선행을 간과하고 있는 점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기를 넘어 우리 민족을 능멸하고 있는 일본을 상대로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경제교류를 하고 있는 마당에, 남북경제교류와 협력을 중단시키고 있는 <5.24 조치>의 조속한 해제를 ‘통준위’가 대통령께 적극 건의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체전 개최를 계기로 어렵게 조성된 남북화해의 기회를 깨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를 헌법 제37조 제2항을 근거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권 제한 법리를 ‘통준위’가 적극 구성하여 국회와 정부 당국에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통일논의 환경의 실질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통준위’가 청사에 길이 빛나는 소임을 다한 조직으로 남을 수 있으려면 자유민주주의와 주체사상이라는 양극단의 이념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당장에 정치적(이념적) 통일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함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가 최선의 통일 이념"이라고 고집하며 세기를 넘는 분단의 시대를 지속하다, 세계적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세기적 기회를 잃기보다는 차선의 통일이념을 이제라도 공론화 시키는 역할을 '통준위'가 결행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남북경제통합 모델과 함께 남북이 하나의 조국이던 대한민국임시정부 헌법 이념(삼균주의)과 같은 ‘제3의 통일헌법이념’을 남북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가야 한다고 봅니다.

제3의 통일헌법이념을 통해 제시될 수 있는 ‘중립국 한반도’ 모델은 끝없는 이념 논쟁으로 민족적 역량을 무익하게 소모하는 시대를 끝내고 민족대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항구적 통일방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어떠한 사상이나 이념도 동포 간의 하나됨보다 우선할 수 없다”라는 백범(김구) 선생의 외침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남북 당국과 해내외 동포들이 되새겨 봤으면 하는 마음 실로 간절합니다.

(이 칼럼은 10월27일자 서울신문에 같은 취지로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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