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법달 /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연재를 시작하며

인도주의적 대북지원 사업에만 치중해 왔던 종교계가 남남 갈등의 조정과 중장기적인 통일 준비과정에서 주요 역할자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소극적이고 비체계적인 준비 자세에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준비자세로의 전환이 요청된다.

아울러 선교/포교/교화만을 목적으로 삼는 종교 내부적 이해관계를 넘어 한반도가 ‘평화․경제․민족공동체’로 진전해나가는데 종교계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성찰하고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종교이야기는 사회문화교류의 한 축이었던 종교계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종교계의 바람을 담아가게 될 것이다. (필자 주)


▲ 묘향산 보현사 대웅전에서. 북한 종교에 대한 기본적 이해는 북한 사회주의 체제하의 종교 현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사진 제공-윤법달]

북한 종교에 대한 기본적 이해는 북한 사회주의 체제하의 종교 현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북한의 종교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북한 사회주의 체제와 종교정책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종교 관련 자료는 제한적이지만, ‘체제자료,’ ‘정보자료,’ ‘방문자료’ 등을 통해 북한 종교에 대한 대체적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인 리우펑(劉澎)은 「중국 정교관계의 특징과 발전」이라는 논문에서 정교관계의 유형을 정교일치형, 정교분리형, 국교형, 국가가 종교를 지배하는 형 등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리우펑은 중국에서의 정교관계를 ‘국가지배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시기별로 그 형태를 달리하고 있지만, 80년대 이후의 북한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국가지배형’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주체사상에 바탕한 종교관을 보여주며, 국가의 이념을 실현하는 하부 구조로서 종교기구가 조직되어 있다.

김일성은 1972년 12월 25일부터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5기 1차 회의에서 사회주의헌법을 채택하고 그에 기초하여 국가지도기관을 새로이 구성하는 전환점을 마련하면서 “사회주의헌법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자주적인 사회주의 국가로 선포”했다. 그 이후 북한은 1980년대와 1990년대 국제종교연합체의 공식적인 모임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종교활동을 국제적으로 확대시켜나가는 노력을 경주하였다. 이러한 북한 종교의 대외적 활동은 사회주의헌법을 1992년에 개정하면서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는 종교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을 거행하는 것으로 보장된다. 누구든지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사회질서를 해치는데 이용할 수 없다”라고 명문화하였다.

이를 토대로 종교의식의 거행하고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 확보라는 현실적 가능성의 길을 열어 놓았다. 제한적으로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사회질서를 해치는데 리용할 수 없다”하는 규제를 명시하였으나, 종교와 신앙의 자유에 대한 규제 및 통제에서 폭넓은 자유를 부여하는 법을 제정하였다. 물론 이러한 조치가 1988년도에 건립된 북한의 교회(봉수교회, 칠골교회)와 성당(장충성당)의 존재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북한 사회의 변화를 분명히 드러내 보여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 사회주의 헌법의 변화와 함께, 북한사회 전반에 걸쳐 종교에 대한 긍정적, 객관적 사실을 바탕한 새로운 표현들이 나타났다. [사진 제공-윤법달]

김일성 사후 김정일 시대의 개막을 본격화하기 위해 헌법을 대폭 수정하였는데 1998년 9월 5일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 회의에서 개정된 헌법에서는 주석제 폐지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신설하여 권력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졌다. 북한이 헌법에서 명문화하고 있는 종교에 대한 조항은 ‘제 5장 공민의 기본권리와 의무’ 중 제66조의 “17살 이상의 모든 공민은 성별, 민족별, 직업, 거주기간, 재산과 지식정도, 당별, 정견, 신앙에 관계없이 선거할 권리와 선거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과 제67조의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시위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국가는 민주주의적 정당, 사회단체의 자유로운 활동조건을 보장한다.”에서 포괄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68조 조항 가운데 ‘누구든지’라는 단서 조항을 삭제하여, 보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법 조항으로써 종교의 자유 인정을 공고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사회주의 헌법의 변화와 함께, 북한사회 전반에 걸쳐 종교에 대한 긍정적, 객관적 사실을 바탕한 새로운 표현들이 나타났다. 북한의 종교 해석이 어떻게 표출되고 또 그 양상이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 사전적 정의(辭典的 定義)를 통해 살펴 볼 수 있다. 『현대조선말사전』(1981년판)과 『조선말대사전』(1992년판, 2007년 증판)의 종교관련 항목 비교 분석 결과를 보면,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종교에 관한 부정적 기술이나 평가를 없애고 사실적인 기술이 추가되었으며, 특히 종교와 미신이 동일시되던 과거의 입장을 탈피하여 양자를 분명히 구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보여준다.

『현대조선말사전』은 종교를 ‘반동적인 세계관’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종교는 인민대중의 혁명의식을 마비시키고 착취와 억압에 무조건 굴종하는, 무저항주의를 고취하는 아편”이라고 부정적으로 규정하였다. 『조선말대사전』은 종교에 대해 이를 “초자연적이고 초인간적인 존재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 또는 믿음을 설교하는 교리에 기초하고 있는 세계관”으로 객관적인 서술을 하고 있으며, 반면에 미신에 대해서는 이를 “과학적세계관을 가지지 못하고 문화적으로 깨여나지 못한 사람들이 자연과 사회의 사물현상을 어떤 초자연적인 힘과 그것에 의한 것이라고 맹목적으로 믿는 것”이라고 하여 뚜렷이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선말대사전』은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를 ‘억압, 착취하는 도구’나 ‘침략하는 사상적 도구’ 그리고 ‘혁명의식을 마비시키는 아편’ 등의 부정적 평가를 모두 삭제하고, 종교의 종류에 대해서도 “원시종교로부터 시작하여 불교, 기독교, 회교 등 수많은 종교와 크고 작은 류파들이 있다”하고 서술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동국대에서 북한학을 공부하고 서울디지털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 한반도 종교평화네트워크 연구위원,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의원, 원불교 평화통일포럼 연구원, 민주평통 종교분과 상임위원등의 활동을 통해 한반도 통일과 종교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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