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겸 / 동국대학교 북한학 석사

 

이번에는 중부방언에 대해 살펴보겠다.

중부방언의 구획은 <그림1>, <그림2>에서 보듯이 서울,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와 황해도 일부지역 등 넓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중부방언은 경계를 접한 여러 방언들과 내부에 서울말을 포함하고 있어 다른 방언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남한의 방언학자들은 중부방언의 경계와 특징을 기술하는 데 애를 먹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중부방언은 구획과 정체성이 다소 애매해 하나의 방언으로서 규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특히 남한은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지역 간의 잦은 이동과 교류로 중부방언의 정체성은 많이 퇴색된 것 같다. 또한 현재와 같은 분단의 상황에서 그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70여 년 동안 남과 북이 분단해 있음으로 해서 중부방언 내에서도 휴전선을 따라 방언의 ‘분단’과 고착화가 진행되지 않았을까?

방언 기본구획과 중부방언지역(빨간색 강조)
1988년 북한의 한반도 지도.

 

 

 

 

 

 

 

 

 

 

참고로 북한의 방언학자 김영황은 역사적 요인으로 중부방언의 형성과정을 설명한다. 5세기에 고구려가 확장하면서 중부방언의 모태가 형성되었는데, 고려 때 수도를 개성으로 옮기면서 수도를 포함한 이 지역 방언이 고려 말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이 수도를 한양으로 옮기면서 중앙어와 다른 독자적인 발전의 길을 걸어 중부방언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몇몇 북한의 방언학자들은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한다.

중부방언을 통일된 특성과 체계로 설명하기 힘든 결과, 남과 북의 방언학자들은 중부방언의 특징을 하위 지역별로 구분해 설명하는 경향을 보인다. 황해도, 충청도, 강원도 등 각 도(道)별로 방언의 특징을 기술하는 것이다. 남한의 방언은 우리 주변에서 접하여 그 특징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중부방언 중 황해도 동남부지역의 방언을 간략히 살펴보면, 우선 문법적 특징을 들 수가 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면, 우선 주격조사로 ‘라’를 쓴다고 한다: “누구 갖다놔:서?”(누가 가져다놓았어?). 보조사 ‘부터’는 ‘부텀’으로, ‘보다’는 ‘보담’으로 쓰일 때가 있다. “선생님부텀 먼저 드셔요”(선생님부터 먼저 드세요), 이게 저것보담 작죠?(이것이 저것보다 작지요?)같은 표현이 그 예이다.

지난 연재들에서 본 바와 같이 각 방언에는 지역의 독특한 경제생활과 관련된 어휘들이 있는데, 황해도는 곡창지대로서 농민 수탈과 관련된 어휘들이 있다. 북한 자료에 따르면 황해도는 봉건시기에 지주가 농민을 이중삼중으로 착취하기 위하여 소를 빌려 주고 그 대가를 받는 것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어휘들이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일이소(일을 해주기로 하고 그 대신 빌려 쓰는 소)
멧소(대가를 치르기로 하고 빌려 쓰는 소)
돈메소(돈으로 값을 치르기로 하고 빌려 쓰는 소)
쌀메소(쌀로 값을 치그리고 하고 빌려 쓰는 소)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도 모자라 소를 빌려주는 대가로 농민들을 착취했다니 놀라운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 정권 수립 이후 황해남도 지역은 정권에 불만이 많은 지역으로 꼽혀왔다. 이 지역은 이른바 ‘신해방지구’로서 정권의 지지기반이 취약했으며, 과거의 지주, 부농, 중농층들이 국가의 농업협동화와 같은 조치에 강한 불만을 보여 1956~1957년에는 임의로 농업협동조합에 가입과 탈퇴를 번복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이 사건은 일명 ‘배천바람’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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