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가협 목요집회가 16일 1,000회를 맞아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 50여 사회단체, 300여 명의 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상임의장 조순덕)가 지난 1993년 9월 23일부터 매주 목요일 진행해 온 '목요집회'가 16일 1,000회를 맞았다.

민가협은 1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국정원내란음모정치공안탄압규탄대책위 등 50여 단체, 300여 명의 인사들과 함께 1,000회 목요집회를 개최하고 이날도 변함없이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전원석방'을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한 국가 인권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양심수가 없고 반민주적 악법들과 제도들이 폐지되며, 정의가 사회의 우선 가치가 되는 세상이 올때까지 목요집회는 그 역할과 사명을 다할 것"이라며, 양심수 전원 석방과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각종 악법의 철폐, 그리고 자주·민주·통일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목요집회는 지난 1993년 문민정부 출범 당시 국가보안법 폐지와 양심수 없는 사회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이 첫 양심수 사면에서 만기출소를 앞둔 일부 양심수만을 석방시키고 석탄일과 광복절에는 사면조치없이 건너뛰는 기만적 태도를 보이자 이에 맞서 민가협이 그해 9월23일부터 시작한 '목요일의 외침'이었다.

장소는 통행이 많고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탑골공원.

민가협은 당초 목요집회를 12월 23일까지만 계획했으나 김영삼 정부에서 5년동안 4,263명이나 발생한 양심수의 존재를 감추고 '문민정부에 양심수는 없으며 따라서 양심수 사면도 없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장기화되기 시작했다.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강산을 두 번씩이나 변하게 했을 시간이었고, 정권이 다섯 번이나 바뀌는 동안 목요집회는 사회적 약자의 신문고로, 정의·평화·인권을 지키는 파수대로, 반전평화와 자주통일을 외치는 종루가 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 1,000회를 맞는 목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전원석방의 바램을 담아 보라색 풍선을 날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지난 21년간 매주 진행된 목요집회 1,000회를 맞이한 참가자들은 어머니나 부인, 또는 본인이 민가협과 맺은 인연을 저마다 소개하면서 2시간 동안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 왼쪽부터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은 "남편과 자식을 감옥에 보내고 내 딸, 내 아들의 석방운동을 벌이던 것이 억울하게 구속된 모든 양심수들의 석방운동으로 발전됐고 사회의 법과 제도가 정의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져 '양심수를 만드는 국가보안법 철폐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그간의 민가협 활동을 압축해 설명했다.

조순덕 의장은 "단 한명이라도 양심수가 남아있다면 목요집회를 중단할 수 없다"며, 21년이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지만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전원석방이 이루어질 때까지 어머니들은 계속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여기까지 이 운동을 끌고 온 어머니들을 존경한다고 인사를 전하고 1,001회 목요집회부터는 감옥을 텅텅 비게하자고 목청을 돋웠다.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는 "가슴 시린 오늘 축사를 해야 할 자리인가"라고 말문을 뗀 후, 긴 세월 꾸준히 집회를 계속해 온 위대한 모성에 경의를 표시했다.

권낙기 대표는 "회의시간에 김장 담그고 된장 담그는 수다가 대부분인 이 어머니들은 사랑하는 자식들이 출소했어도 여전히 민가협을 지키고 있다"며, 대단한 이론이 아니라 어머니들의 따뜻한 피흐름, 그런 마음이 민가협을 지키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반북 대결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를 빗대 "사람이나 단체나 수명이라는 게 있는 법인데, 요즘 상황을 보면 민가협 어머니들이 그만 두고 쉬기는 커녕 '회춘'할 판"이라고 탄식했다. 이어서 "함께 슬퍼하고 격려해 주는 어머니들이 있다는 영광을 함께 하자"며 참가자들이 더 분발할 것을 당부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이유진 녹색당 공동대표,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 등은 축사에서 지난 21년간 목요집회를 지켜온 민가협 어머니들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목요집회를 끝내도 좋을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왼쪽부터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윤기진 민권연대 대표,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지금까지 5번에 걸쳐 감옥살이를 하면서 민가협 어머니들에게 신세를 많이 진 사람 중 한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감옥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달려와 준 분들이 민가협 어머니들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87세의 노모는 민가협에서 활동한 것을 평생 가장 자랑스러운 일로 기억하고 아들과 자신이 같은 가치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3년 징역을 사는 동안 보일러를 틀지 않고 생활했던 노모의 마음이 곧 민가협 어머니들의 마음일 것"이라고 인사했다.

한충목 대표는 "어머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힘내세요."라고 참가자들과 힘껏 외치며 민가협 어머니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감히 그 존재조차 드러낼 수 없었던 비전향장기수들을 양심수로 호명해 1999년 2월 전원 석방시키고 북으로 송환될 수 있도록 한 것은 민가협 어머니들이 거둔 최고의 성과"였으며,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투쟁에서 비록 소기의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국가보안법 적용에서 폐해를 많이 줄여 나간 것도 일정한 성과라고 언급했다.

박래군 이사는 "10년 전부터 목요집회를 찾는 발걸음과 관심이 많이 줄었다"고 우려하고, 숫자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양심수가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기진 민권연대 대표는 "21년의 세월동안 1,000번의 집회에 녹아있는 한숨과 눈물, 오열을 기억해 달라"며, "'웬수'같은 자식이 아니라 동지같은 자식으로 만들어 준 민가협"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목요집회에는 '전직' 뿐만 아니라 '현직' 양심수들인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누구도 들어오길 원치 않는 민가협 신입회원의 자격으로 무대에 올라 어머니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1,000번째 목요집회는 장기수 출신으로 백발이 성성한 통일광장 회원들이 고난과 희망을 상징하는 보랏빛 머리수건을 쓴 민가협 어머니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합창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001번째 목요집회도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예고됐다.

▲ '현직' 양심수들인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누구도 들어오길 원치 않는 민가협 신입회원의 자격으로 무대에 올라 어머니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고난을 상징하는 보랏빛 머리수건을 쓴 민가협 어머니들이 무대에 올라 참가자들에게 인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가슴 시린 1,000회 목요집회.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서로 미안해하고 고마워하고 위로하고 격려했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노래패 '꽃다지'와 '우리나라'가 민가협 어머니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헌정공연을 펼쳤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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