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대 / 동국대 북한학 박사수료


매년 한 해를 정리하는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에 대한 비판이 뜨겁기 마련이다. 비판하는 내용은 아주 간단명료하다. ‘객관적 평가’가 아닌 ‘인기순’ 내지 ‘방송사 기여도 순’이라는 점이다. ‘특별기획’이라는 수식어가 붙거나, 대규모의 제작비가 투여된 드라마의 주인공은 언제나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다. 사실 굳이 시상식을 보지 않아도 수상자가 누군지 가늠하는 건 어렵지 않다. 차라리 한 개인에게 시상을 하면 명예로울 수도 있겠으나 ‘공동 수상’ 남발은 더 가관이다. 상을 줘야 스타들이 참석하고, 결국 ‘온정주의’를 발휘할 수밖에 없다. 시상식의 신뢰에 금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에 관한 관심은 여전하다. 그날 볼만한 프로그램이 시상식 밖에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자신이 눈여겨봤던 가수, 연기자, 방송인이 한 해 동안 어떤 활약을 했는지 돌아 볼 수 있다. 이는 자신의 1년을 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특히, 대상 혹은 최우수상을 받는 이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오늘 이야기할 제2차 평양(국제)영화제 시상식은 우리가 그리 논란으로 삼을만한 작품도, 배우도, 스텝도 없다. 오히려 시상식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자체를 특이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제2차 영화제 시상식을 소개하지만, 점차 횟수가 쌓이면 영화제가 어떤 흐름으로 가는지, 어떠한 경향을 보이는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점차 이 영화제를 보는 재미가 붙을 것이다.

그럼 이제 1990년 9월 13일 평양국제영화회관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먼저 예술영화 부문의 시상이다.

■ 예술영화 부문

시상명

1차 평양(국제)영화제(1987)

시상명

2차 평양(국제)영화제(1990)

횃불 금상

도라지 꽃(북한)

횃불 금상

행복의 작은 새(이란)

횃불 은상

파편(리비아)
죄없는 사람(이집트)

횃불 은상

엘 아라고즈(이집트)

횃불 동상

이것도 과거일로 될 것이다(유고슬라비아)
어머니의 소원(북한)

횃불 동상

압력 밑에서(쿠바)

연기상

할아버지(이란) 남자주인공 역 <잠시드 마사엑히>
도라지 꽃(북한) 여자주인공 역 <오미란>

엘 아라고즈(이집트)의 주인공 역 무함마드 가아달 카림
생의 흔적(북한)의 주인공 역 오미란

연기상

파편(리비아)의 남자주인공 역 <티 까바일리>
분노(인도)의 여자주인공 역 게에따

문학상

모기장 안에서(인도네시아)

영화문학상

프란치쉐크부와의 곡절많은 인생(폴란드)

연출상

검은 것…(세네갈)

연출상

잊어버린 이야기(몽골)

촬영상

치울레 안드라춤(루마니아)

촬영상

꽃으로 덮인 강(베트남)

우리의 작품상에 해당하는 횃불 금상 부문에는 이란영화 <행복의 작은 새>가 수상을 안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의 오미란이 제1차 영화제에는 <도라지 꽃>, 제2차 영화제에는 <생의 흔적>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부분이다. 오미란(1954~2006)은 1972년 평양예술단 무용배우로 연예활동을 시작해 1980년 <축포가 오른다>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그녀는 1984년에 연기를 인정받아 ‘노력영웅’과 ‘공훈배우’의 호칭을 받고, 1987년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은 단편영화, 만화영화, 기록영화 부문의 시상이다.

■ 단편영화, 만화영화, 기록영화 부문

부문

시상명

1차 평양영화축전(1987)

부문

시상명

2차 평양영화축전(1990)

단편영화 부문

횃불 금상

젊은 심장을 지닌 사람(쿠바 기록영화)

횃불 금상

통일의 꽃(북한)

횃불 은상

검은 폐지들(팔레스타인 기록영화)

횃불 은상

정류소(수단)

횃불 동상

황금의 이면(니카라과 기록영화)

횃불 동상

원유 소유권 탈취(멕시코)

기술상

조선의 사시절(북한 기록영화)

구성상

우리 조국 가나(가나)

만화영화 부문

횃불 금상

도적을 쳐부신 소년(북한)

연출상

우리는 팔레스타인이다(팔레스타인)

횃불 은상

딸라와 포를 반대하는 엘비디오 발데스(쿠바)

촬영상

통일의 꽃(북한)

횃불 동상

42호 주택(유고슬라비아)

2차 영화제는 시상 내역의 변화가 있다. 1차 영화제의 ‘단편영화부문’과 ‘만화영화부문’이 ‘기록영화부문’으로 변경된 것이다. 북한 자료에서는 명확히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1차 영화제의 경우 기록영화 30편, 만화영화 11편을 심사하였다. 만화영화 11편은 심사하고, 시상을 하기에는 적은 편수이다. 2차 영화제에서는 만화영화 부문을 비경쟁 작품으로 묶고, 단편영화 부문을 기록영화 부문으로 바꿔 시상한 것으로 보인다. ‘기록영화부문’에서는 임수경의 입북을 다룬 영화 <통일의 꽃>이 작품상인 횃불 금상과 촬영상을 수상하였다.

끝으로, 특별상 부문의 시상에서는 <생의 흔적>의 오미란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에 더해 심사위원회 특별상까지 받았다.

■ 특별상 부문

부문

1차 평양영화축전(1987)

2차 평양영화축전(1990)

심사위원회 특별상

표범의 시대(모잠비크-유고슬라비아)

생의 흔적(북한)

축전조직위원회 특별상

제8차 쁠럭불가담 국가수뇌자회의(짐바브웨)

아스토리아 커피집(유고슬라비아)

사회단체상

문학예술총동맹상, 대외문화연락위원회상, 아세아-아프리카 단결위원회상, 조선영화인동맹상, 잡지 <조선영화>상, 잡지 <조선문학>상, 잡지 <조선예술상>

다음 시간에는 1992년 9월 6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제3차 평양(국제)영화제를 다룰 것이다.
 
(수정, 6.1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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