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9일부터 아시아대륙 45개국의 선수 및 임원 1만3천여명이 16일간의 대회기간 동안 35개 종목에 걸쳐 총 1,454개의 메달을 걸고 벌인 2014인천아시안게임이 10월 4일 막을 내렸다.

북측은 이번 대회에 양궁(8명), 육상(4명), 복싱(7명), 카누 스프린트(2명), 다이빙(6명), 축구(38명), 기계체조(12명), 유도(10명), 공수도(5명), 조정(8명), 사격(9명),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10명), 탁구(10명), 역도(12명), 레슬링(9명) 등 15개 종목에 150명의 선수를 파견해 금메달 11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 등 총 36개의 메달을 획득함으로써 국가별 순위 7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북측은 지난 1974년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15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후 1990년 대회까지 두 자리수 금메달을 기록했으나 1998년 대회부터는 7개, 2002년 9개, 2006년과 2010년 각 6개 등으로 기록이 쳐지다가 이번 대회에서 뚜렷한 반등의 계기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종목별로는 단연 역도가 메달 효자종목 노릇을 톡톡히 했고 축구는 남녀팀이 결승에 동반진출해 금은메달을 따내면서 이번 대회 최대의 하일라이트로 평가받았다.

역도에서 엄윤철 선수(남자 56kg급 용상 170kg)와 김은국 선수(남자62kg급 종합 328kg, 332kg, 인상 154kg)가 대회 초반인 9월 20일과 21일 잇따라 세계신기록을 달성하면서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김은국 선수는 3개의 세계신기록으로 대회 MVP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9월 25일 김은주 선수가 여자 75kg급 용상에서 164kg을 들어올림으로써 북측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신기록 5개를 들어올리는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나온 세계신기록은 총 17개이다.

이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북측 여자축구는 9월 16일 조별예선부터 베트남, 홍콩, 중국을 잇달아 꺽고 파죽의 승리를 이끌면서 1일 일본을 꺽고 감격의 승리를 일궈냈다. 특히 이날 결승전에서 관중들이 보여준 남북 화합의 응원과 남북 선수들이 금, 동메달을 목에걸고 어깨를 함께하며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을 이번 대회를 통털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자팀에 앞서 15일 조별예선에서 중국팀을 3:0으로 꺾으며 승전보를 전한 북측 남자축구도 10월 2일 36년만의 결승전 남북대결이라는 빅이벤트를 이끌어냈으며, 남과북의 남·녀 축구가 각각 금메달을 나눠 갖고 북과 남의 남·녀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거는, 이번 대회 최대의 감동을 연출했다.

대회 폐막식을 앞둔 축구경기에서 남과 북이 거둔 성과가 4일 북측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김양건 노동당 비서 일행의 전격적인 방남에 계기와 명분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지난 4일 폐막식이 열린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만난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이번에 다 여자축구는 우승하고 남자축구도 그랬으니까 아시아에서 축구는 완전히 됐다. 이 기세로 나가면 세계에서 아마 패권을 쥐게 되겠어요. 우리 조선민족이 세계 패권에서 쭉 앞으로 같이 나갑시다"라고 축구경기의 성과를 평가했으며, 정홍원 총리뿐만 아니라 오찬회담에 참가했던 남측 인사들이 주고받은 덕담도 주로 이번 대회 남북 축구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북측은 기계체조와 유도, 사격, 탁구, 레슬링 종목에서도 고르게 메달을 일궜으며, 다이빙도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입증했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과 복싱은 각각 동메달과 금메달을 하나씩 건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기계체조에서는 여자 도마와 평균대에 출전한 홍은정과 김은향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강영미 선수는 여자평행봉에서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어깨부상으로 홍은정이 출전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북측 선수들은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다만, 기계체조 종목에서 기대를 모았던 남북 '도마의 신' 양학선과 리세광의 대결은 두 선수 모두 다소 부진한 가운데 홍콩 선수가 금메달을 가져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유도 여자 78kg급의 강자인 설경 선수는 이 체급 최강자인 남측 정경미 선수를 끝내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그쳐 뜨거운 눈물을 흘렸으나 북측 유도는 여자 48kg급 김솔미, 여자 57kg급 리효순, 남자 73kg급 홍국현 선수의 동메달에 이어 여자 단체전에서도 동메달을 추가해 아쉬움을 달랬다.

사격에서는 혼합 남자 10m 러닝타겟에서 김지성 선수가 금메달을 명중시키고 남자 10m 러닝타겟 3종목에서 조용철 선수 등이 3개의 은메달을 얹고 여자단체전 트랩 경기에서 최혜경 선수 등이 동메달을 추가해 전통적인 우세종목의 체면은 살린 것으로 평가된다.

레슬링에서는 정학진, 윤원철, 리학원 선수가 서로 다른 체급과 종목에서 사이좋게 금, 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탁구는 김혁봉·김정 선수가 나선 혼합복식 금메달과 함께 여자 복식과 여자단체에서 2개의 동메달을 얻어냈다. 여자 싱크로나이즈 다이빙 10m플랫폼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은향 선수는 혼자 뛰는 여자 10m플랫폼 경기에서 동메달을 추가해 2관왕이 됐으며, 여자 싱크로나이즈 3m 스프링보드에 출전한 최은영·김진옥 선수도 동메달을 확보했다.

중동과 동남아 국가가 강세를 보인 복싱에서는 여자 미들급(69-75kg급)에 출전한 장은희 선수가 강력한 펀치와 적중하는 유효타를 무기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 당당히 시상새에 올럈으며, 남측에서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은 북측이 중국, 일본과 경쟁을 벌이며 동메달을 획득한 과정을 이채롭게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북측은 15개 출전 종목 중 양궁, 육상, 카누 스프린트, 공수도, 조정 등 5개 종목에서는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북측 선수들의 성적을 성별로 따져보면, 탁구 혼성복식에서 김혁봉·김정 선수가 딴 금메달을 제외하고 여자선수들이 딴 메달 총수가 22개로 남자선수들의 13개를 압도한 것도 재밌는 결과이다. 복싱, 다이빙, 기계체조에서는 남자선수들의 메달이 아예 없고 유도 5개 메달중 4개를 여자선수들이 따낸 것이며, 김혁봉 선수를 제외하고 탁구에서 남자선수들은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한편, 이번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북측 선수들이 출전하는 경기장마다 단체로 옷을 맞춰 입고 '우리는 하나다', '조국통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남북공동응원단'과 통일응원단 '아리랑'의 열띤 응원이 유독 눈에 뜨였다.

이들은 경기장 규모에 따라 10~20명에서, 400~500명까지 단체로 행동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북측 경기를 응원했다. 출전하는 북측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해 힘을 북돋아주거나 때로는 북측 임원 및 선수 응원단과 주거니 받거니 통일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북측 선수들이 일본팀을 상대로 여자축구 결승전이 열린 문학경기장이나 홍콩팀과 탁구 혼합복식 결승전이 열린 수원체육관에서는 대부분의 관중이 북측 선수들을 우리선수로 여기고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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