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은 2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맞붙었다. 연장전 끝에 남측이 1:0으로 승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둥근 공 하나를 두고 남북 형제는 뜨거웠다.

남북은 2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124분 동안 맞붙었지만 금메달은 남측에게 돌아갔다.

전반전 상황에서 남북은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골을 터트리지 못했다. 전반전 초반 남측은 북측을 압박했고 공 점유율에서 앞서갔다.

이에 북측도 질세라 빠른 발로 남측 진영을 향해 공을 몰고 갔으며, 남측 골문을 열려고 부단히 애썼다.

하지만 남북은 득점을 내지 못했으며, 경기가 과열양상을 보이자 남북 선수들은 몸싸움과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 남북이 공을 주거니 받거니 골문을 열려고 했지만, 결국 경기 종료 1분을 앞두고 남측이 득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후반전 초반 남측은 북측 진영을 장악했으며, 후반 7분과 9분 프리킥을 얻었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북측도 맹공격을 퍼부었지만 득점하지 못했다.

전.후반 90분, 추가시간 총 3분 이후 열린 연장전 전반 15분도 남북은 골을 넣지 못했으며, 후반 15분에 들어 남북은 다소 지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종료 1분을 앞두고 남측 임창우 선수가 코너킥 상황에서 골을 넣어 1:0으로 승리,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북측은 은메달을 획득했으며, 동메달은 이라크에 돌아갔다.

▲ 전날 열린 여자축구 시상식과 달리 남북 남자축구 선수들이 함께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경기 종료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남측 선수들은 북측 선수들이 은메달을 목에 거는 동안 박수로 축하했으며, 북측 선수들은 패배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손을 흔들며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지난 1일 남북 여자축구 선수들과 달리 남북 남자축구 선수들은 함께 사진을 찍는 장면이 연출되지 않았으며, 시상식이 끝나자 남측 선수들은 태극기를 두르고 경기장을 누비기에 바빴다.

북측은 마지막까지 손을 흔들며 관중들에게 감사를 표했으며, 북측 김영훈 체육상이 경기장에 나와 일일이 악수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기자회견에서 남북 감독들이 소감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북측 윤정수 감독은 심판의 판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시상식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측 이광종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28년만에 금메달을 딴 것에 대해서 선수들에게 박수쳐 주고 싶다"며 "북측하고 재미있는 경기를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북측 윤정수 감독은 "우리 선수들도 전 이라크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치르고 와서, 마지막까지 최대 정신력, 자기 체력을 발휘했다"며  "우리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감독은 기자들에게 "손치기(핸들링)는 경고를 주던지 해야 한다"며 지난 이라크 전을 언급하며, "오늘도 선심이 깃발을 들었다가 내렸다. 주최국이라고 이렇게 해주면 안된다. 공정한 경기였는지 말하고 싶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즉, 연장전 후반 경기 종료 1분을 앞두고 남측 선수들이 북측 골문 앞에서 혼전을 벌이는 와중에, 남측 선수가 찬 공이 북측 선수의 손을 맞고 나간 것을 언급한 것. 이후 남측 임창우 선수가 찬 공이 골문에 들어갔다.

당시 선심은 깃발을 올리다 다시 내렸고, 주심은 이를 제대로 보지 않아 윤 감독이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 이날 경기장에는 4만7천여 명 관중이 몰렸으나 대부분 남측을 응원해 아쉬움을 남겼다. 남북공동응원단은 '원 코리아! 통일 슛 골인!' 플랜카드를 걸고 응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한편, 이날 경기장에는 4만 7천120명이 관람했으나 남북 모두를 응원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붉은악마' 응원단은 대형 '태극기'를 펼치는 등 관중 대부분이 남측을 응원했으며, 심지어 북측 선수들의 경기 모습에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남북공동응원단 1백 여명은 '원 코리아 통일 슛 골인',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플랜카드를 내걸고 응원했지만 압도적인 '대한민국' 함성에 눌렸다.

북측 임원 및 선수단 50여 명도 '인공기'를 흔들며 경기 내내 기립해 "힘내라"를 외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으며, 김영훈 체육상, 김정식 북측 축구협회 부회장도 함께 응원했다.

▲ 경기 종료 후 금은동 메달 시상식이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 북측 임원 및 선수단 50여 명이 북한 국가(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 이날 '붉은 악마'는 대형 태극기를 들고와 남측을 응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계환 기자]

(추가,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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