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 9월 9일 중구절이 되면서 한낮에는 조금 더워도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전형적인 가을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을의 상징은 오곡백과가 무르익은 황금빛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 냄새는 조금 유쾌하지 않지만 거리를 황금빛으로 수놓고 있는 은행나무를 봐도 완연한 가을을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세계적으로 봐도 ‘은행나무과’에 단 한그루만 존재해 온 세상에 피붙이 하나 없는 외로운 나무이면서도 그 오랜 옛날 공룡이 살던 시대부터 이 땅에 살고 있는 대단한 생명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어 화석 나무라고도 불립니다.

한자 은행(銀杏)은 열매가 살구를 닮았지만 흰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중국에서는 열매를 손자 대에 가서야 얻는다고 하여 공손수(公孫樹)라고도 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녘의 잡지 <조선료리> 2009년 2호는 ‘생명력이 센 은행’이라는 제목으로 “은행나무가 지구상에 생겨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3억년 전이다. 1억 7천만년 전에 이르러서는 은행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가없이 넓은 은행나무림이 지구의 대부분 땅을 덮었다. 그런데 1억 4천년 전에 이르러 새로운 식물의 종들이 생겨나고 번식하면서 은행나무들은 쇠퇴하기 시작하였으며 그 후 여러 차례의 빙하과정에 거의 전멸되다시피 하였다”고 전합니다.

잡지에 따르면 아시아동부지방의 일부 지역이 빙하의 영향을 적게 받아 이 지역들에 국부적으로 살아남은 은행나무들이 현재까지 보존되었는데요, 이런 이유로 은행나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하며 할아버지 대에 심어서 손자 대에 가서야 열매를 볼 수 있다고 하여 ‘할아버지, 손자나무’라고도 합니다.

은행나무는 1000년 이상 사는데다가 화재로 불에 타도 그 그루터기에서 금세 새 가지가 돋아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은행나무의 열매씨앗은 오래전부터 정력제로 귀중히 여겨져 왔습니다.

특히 우리가 식생활에서 흔히 은행이라고 하는 것은 은행나무의 열매 속에 있는 씨앗을 말하는데요, 은행은 껍질이 두 겹인데 겉껍질은 목질화되어 마치 살구씨 비슷하게 단단합니다.

또한 마른 은행에는 당분이 6%, 농마가 60%, 단백질이 13%, 기름이 3% 들어있고 비타민A가 있으며 비타민C는 호박이나 익은 감에 비견될 만큼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분상으로만 보면 정력제로서의 특이한 점은 잘 나타나지 않지만 은행은 장수식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효과 또한 뛰어나다고 전해집니다. 이는 일부 사람들이 보기에 정력증진작용을 은행의 단백질 분해작용에 의한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예로부터도 식생활체험을 통해 일찍이 은행의 약효적 특성을 인식한 우리 선조들은 신선로를 비롯한 민족요리들과 보양음식들에 은행을 활용하면서 건강에 도움을 얻곤 했습니다.

은행은 특히 폐결핵치료에 특이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어느 한 나라 대학 의학부의 임상연구결과에 의하면 폐결핵환자에게 은행기름절임을 먹이니 열이 내리고 식은땀과 기침이 멎었으며 식성이 좋아지는 등의 결과가 나타났다고 잡지는 설명합니다.

또한 은행은 어린이들의 밤오줌사태 병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는데 이것은 은행의 몸 덥히는 작용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있으며 모세혈관의 피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레시틴과 에르고스테린을 포함해 뇌혈전, 빈혈, 신경쇠약을 치료하는 데에도 긍정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잡지는 은행나무 잎에도 심장과 폐를 든든하게 하고 혈액순환이 잘되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하는 등의 약효성분들이 많이 들어있다고 밝힙니다. 그러므로 은행나무 잎으로 차를 달여 먹으면 가슴앓이, 천식, 설사, 백태, 말초혈관장애, 노인성치보 등을 치료하는데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은행나무잎의 약효는 젊은이보다 노인들에게서 더 잘 나타나기 때문에 50~70세 나이의 사람들이 은행나무잎차를 정상적으로 마시면 장수할 수 있다고 잡지는 덧붙입니다.

한편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 은행은 날것으로 먹거나 가공한 것이라도 많이 먹으면 독작용을 나타내는데요, 때문에 은행을 요리에 쓰거나 치료를 목적으로 쓸 때에는 반드시 열가공을 해서 적당한 양을 써야 합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