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 동국대학교 북한학 박사 졸업

 

지리산은 웅장하나 빼어나지 못하고
금강산은 빼어나나 웅장하지 않으며
묘향산은 웅장하고 빼어나기도 하다
-서산대사-

아침 일찍 평양을 출발하여 평성과 순천을 지나 완만한 고속도로를 두 시간 정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산이 묘향산이다. 웅장하고 신비롭다는 뜻에서 웅심산 혹은 삼신산으로 불리기도 했고, 산에 있는 바위들이 유난히 희고 정갈하다고 해서 태백산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금 불리는 ‘묘향산’은 경치가 절묘하고 향기가 그윽하다는 뜻으로, 11세기 초부터 불려졌다. 묘향산은 가장 높은 봉우리인 비로봉을 비롯하여 ‘8만 4천봉’이라고 할 정도로 봉우리가 많고 기암절벽, 그리고 골짜기와 유난히 많은 폭포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때문에 안목 까다로우셨던 서산대사께서도 웅장하면서도 수려하다며, 85세 입적할 때까지 생의 절반을 묘향산에서 기거했다고 한다.

▲ 묘상산등산로정안내도, 관광선전통보사.
묘향산은 크게 상원동 구역과 만폭동 구역, 비로봉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상원동 구역은 묘향산의 법왕봉과 오선봉 남쪽 비탈면에 있는 골짜기를 포함하고 있는데, 중턱에 상원암이 자리 잡고 있어 상원동이라고 불린다.

상원암은 고려시기 암자로 묘향산에서 가장 경치가 뛰어난 곳에 있다. 특히 상원암은 건물 앞면에 중간 기둥을 설치하지 않고 11.8m나 되는 대들보를 놓아 지붕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원동 구역에는 보현사 서쪽에 있는 부도지인 서부도가 있다. 서부도지에는 고려 말부터 조선 말까지 부도 44개가 자리잡고 있는 북한 지역의 최대 넓이의 부도지이고, 이곳에 서산대사의 부도가 있었다.

상원동 입구를 지나면 직경 10m가 넘는 큰 바위가 다른 바위가 기대어 큰 문을 만들고 있는데 이 문이 ‘금강문’이다. 금강문은 사람 하나가 겨우 빠져나갈 수 있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고개를 숙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상원동에는 2m가 넘는 금강폭포와 대하폭포, 산주폭포, 그리고 묘향산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용연폭포를 볼 수 있다. 또한 이 구역에는 남향으로 지어진 암자인 ‘불영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떠오르는 달을 구경하는 달돋이는 ‘묘향산 8경’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만폭동 구역은 향로봉 남쪽의 계곡으로, 크고 작은 폭포가 연달아 있다고 만폭동이라고 불리고 있다. 만폭동 구역에는 서산대사를 비롯하여 옛날 장수들이 마시고 힘을 키웠다는 묘향산 약수터와 탁기봉 중턱 높이 60m, 너비 10m로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처럼 보이는 ‘천주석’을 볼 수 있다. 또한 서곡폭포와 무릉폭포, 은선폭포, 유선폭포, 비선폭포, 9층폭포 등이 만폭동의 이름을 빛내고 있다.

비로봉 구역은 묘향산의 주봉인 비로봉과 원만봉, 진귀봉 등 묘향산의 높은 봉우리들이 포함되어 있는 구역이다. 비로봉 구역 아래쪽에는 과거부터 등산객의 숙영지로 이용되어온 하비로암과, 천태폭포, 이산남폭포 등이 있다.

원만봉부터 칼날처럼 험한 능선을 올라야만 비로소 묘향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1,909m 비로봉이 나타난다. 비록 오르는 길은 험하지만, 꼭대기에는 평탄한 풀밭이 있어 7~8월에는 꽃주단을 펼쳐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다. 또한 비로봉에서는 저 멀리 남흥, 순천, 북창지구 등 관서지방의 모습도 전망할 수 있다.

▲ 묘향산 용문대굴
이처럼 묘향산은 봉우리와 계곡으로 이루어진 수려한 풍경뿐 아니라 용문대굴과 백령대굴 등 웅장한 석회암 동굴로도 유명하다. 용문대굴은 북한 최대의 천연 석회동굴로, 4억 8,000만 년전 하부고생대 석회바위지대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개의 원굴과 30여개의 가지굴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길이는 8km에 이른다. 내부가 매우 아름다워 ‘지하금강’이라는 별명도 있다.

한편 용문대굴에서 동쪽으로 10km 떨어진 곳에는 백령대굴이 있다. 백령대굴은 950m 본굴 외에도 14개의 가지굴이 있는데, 그중 맘모스를 연상하게 하는 맘모스동과 높이 5m 되는 석순이 두 개 있는 형제탑, 동굴 안에서 가장 넓고 평탄하며 모래가 쌓여있어 명사십리라고 불리우는 곳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묘향산의 울창한 산림 속에는 곰과 사향노루 등이 서식하고 있는데, 그중 잿빛을 띄고 있는 산양이 묘향산 일대 넓게 조성되어 있는 바위 위에서 이끼를 양식삼아 살고 있다. 산양은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줄고 있어 북한 당국은 산양을 천연기념물 제 534호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또한 나무 위를 나르는 날다람쥐와 묘향산 청조 등 다양한 동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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