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준(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제17회 인천 아시안 게임 기간 중인 9월 21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 주차장에서 대북 전단을 보낼 계획과 관련하여 북측이 ‘군사적 도발’과 ‘아시안 게임 포기’까지 시사하고 있어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북측이 ‘대북 전단’ 살포문제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은 것은 9월 13일이었다. 북측은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삐라 살포 등 동족 대결 책동을 중지하면 북남 대화의 문은 자연히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8월 11일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이후 북측이 내놓은 공식 반응이었다. 북측은 9월 13일과 15일에 국방위원회 명의로 남북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 담화와 유사한 내용의 통지문을 청와대 안보실에 보내왔다.

이후 ‘로동신문’은 9월 20일 “허위와 날조, 기만과 위협 공갈 등으로 일관된 심리전은 물리적 폭발력보다 더 엄중한 파국적 후과를 미치고 있다”며 “삐라 살포는 우리에게 총포탄을 쏘아대는 것보다 더 엄중한 도발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신문’은 “삐라는 우리의 존엄과 체제에 대한 용납 못할 도전이고 비방 중상 중지에 관한 북남합의에 대한 공공연한 파기 행위”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첫 걸음은 삐라 살포 중단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한 “군이 하루에 수만 장을 찍어낼 수 있는 장비와 1000여종의 대북전단 원고를 자료화하고 있다”며 군이 대북전단 살포에 직접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떤 날에는 120만장에 달하는 삐라와 2250권의 불순종교 선전물을 풍선에 매달아 우리 측에 날려보냈다”고 우리 정부를 비난했다.

9월 20일에는 북측 웹사이트인 '우리 민족끼리'가 "우리 군대는 이미 삐라살포 행위를 전쟁 도발 행위로 간주하고 도발원점과 지원·지휘세력을 즉시에 초토화해 버리겠다고 천명했다"며 "그것은 결코 경고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민족끼리’는 "수십억 아시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삐라 살포가 강행될 경우 어떤 파국적 사태가 초래될 것인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그로 인한 엄중한 후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괴뢰패당이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측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북 전단 보내기를 북측의 ‘존엄’인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용납못할 도전’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북측은 수령유일령도체제라 ‘수령의 존엄’에 대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방어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둘째, 대북 전단 살포를 우리 군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단 살포를 정부, 특히 우리 군이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은 군사적 수단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도의 표현인 것으로 해석된다. ‘도발원점과 지휘세력’에 대한 ‘초토화’ 운운이 그 증거이다. ‘무력도발’도 가능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셋째, 아시안 게임 기간 중에 ‘파국적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북 전단 살포에 맞서 최악의 경우에는 아시안 게임 ‘포기’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아시안 게임 취재를 위해 수백 명의 해외 기자들이 한국에 들어 와 있는 상황에서 북측의 ‘최고 존엄’을 훼손하는 행동을 한다면 ‘파국적 행동(선수단 철수)’도 서슴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아시안 게임의 성공은 단순히 매달 몇 개를 더 따는 데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국익을 제고시키고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세계에 알려 외국인 투자와 몇 배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지 않아도 적자 행사라는 비판이 있는 형국이다. 더구나 현재는 박근혜 대통령이 캐나다 방문을 위해 국내를 떠난 상태이다. 대통령의 성공적 외교는 국익과 국가의 위상 제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만이라도 대통령은 국내 문제가 아닌 외교문제에 전념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대북 전단 살포를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아시안 게임 기간 중에’, ‘공개적으로’ 하여 대통령과 아시안 게임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할 필요가 있겠는가? 금번의 대북 전단 살포로 당장에 북측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바도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대북 전단 살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아시안 게임이 아닌 기간에’, ‘비공개로’, ‘대통령 귀국 후에’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전단 살포 관계자들과 정부의 국익적 판단이 요구된다.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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