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 전 통일연구원 원장

 

지난 8월 한국정부가 제의한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해 북한당국이 묵살해 버리고 인천 아시안 게임 응원단 파견도 철회했다. 이에 한미합동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종료 이후 기대했던 남북관계 개선이 분위기 조성은커녕 오히려 북한의 대남 비난이 가속화 되고 있어 한반도에서 봄은 언제 올 것인지가 더욱더 불투명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공식적 응원단 파견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작금은 북한이 모든 공식 미디어를 동원하여 대남비난이 이어가고 있지만 북한의 국익차원에서 남북한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을 것으로 믿고 남북 고위급 접촉 자체를 포기하기보다는 고위급 접촉에 대비해 전술적 차원에서 협상을 위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당국은 과거에도 한미합동군사훈련(북한은 전쟁연습으로 인식) 중에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으며, 최근에도 북한은 "미제와 야합하여 우리를 반대하는 광란적인 전쟁연습을 벌이면서 대화를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상대방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우롱이고 내외여론에 대한 용납 못 할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북측이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은 남측이 남북 고위급 접촉 제의를 밝힌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수석대표 명의로 한 통지문에서 추석 이산상봉 문제를 비롯한 쌍방 관심사항을 의제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북측이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문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점에 비춰 이들도 '쌍방 관심사항'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아울러 통상 대북 접촉창구를 통일부가 아닌 청와대에서 수석대표가 맡았다는 점에서도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제의의 의미를 북한당국이 가볍게 받아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향후 남북 고위급 접촉이 재개되면 북한이 주장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포함한 기존 합의사항의 실천 이행과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북측의 요구를 남북회담 의제에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됨으로 북한은 이 점을 확실하게 이해하길 촉구한다.

북한 <노동신문>은 연일(9.13-14)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의 요구조건을 반복했다. 북한당국은 13일 한국정부에게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재개 요구를 반복하면서 한국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강요했다.

14일 노동신문은 남측이 “7.4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 10.4선언 합의들을 존중하고 이행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대화와 협력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신뢰구축론은 대화와 협력을 거부하기 위한 방패막이”라고 비난하면서 “남조선에서 대화와 협력을 가로막는 온갖 장애물이 제거 되지 않고서는 북남 사이에 해결될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라며 남측은 “기만적인 신뢰구축 타령이나 늘어 놓을 것이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반 공화국 대결정책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북한당국에 묻고 싶다. 북한이 매스 미디어를 총 동원하여 선전선동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선전선동 작전은 그만두고 남북관계 개선의 핵심조건인 대화 분위기 조성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론 대화 분위기 조성은 남과 북이 함께 추진했으면 한다.

선전적인 구호만으로 남북관계 개선은 안 된다.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재개를 위해 북한이진정성 없이 구호로만 큰 소리로 목청을 낼 것이 아니다. 또한 남측의 대북정책을 전환하라고만 강요하지 말고 남북 기본합의서에 명시한 남과 북이 함께 실질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

남과 북이 갖고 있는 잘못된 상호인식의 전환문제를 포함해 남과 북이 동시에 변화해야 한다. 서로 상대방에게 변화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남과 북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화해와 협력의 환경조성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접근을 필요로 한다.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1969).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국제정치학 교수(1969-1999);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1995-1999); 통일연구원 원장(1999-2000).
현재 경남대 석좌교수,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 (Los Angeles)회장.
30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200편 이상의 학술논문출판;
주요 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1999).
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 모색 (1997)등; 영문책 Editor & Co-editor: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