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2년 가까이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에게 대통령급 미국 특사가 방북해야 석방이 가능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배 씨의 어머니 배명희 씨가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9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배명희 씨는 1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들이 지난해 6월 보낸 편지와 전화 등을 통해 몇 차례 그런 사실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배명희 씨에 따르면, 북한 당국자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은 케네스 배 씨의 “범죄 행위”가 앞서 2009년 12년형을 받은 미국 여기자들의 혐의보다 위중하다고 주장했다.

북한 당국자의 논리는 당시 여기자들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맞먹는 지위의 인사가 찾아와야 배 씨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앞서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일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 최고위급 특사를 원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이 광범위한 조처를 해왔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VOA의 이날 다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17일 미국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위해 고위급 특사를 파견하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킹 특사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정부가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한 대북 특사 선정을 놓고 북한 당국의 의사를 타진했다는 VOA의 보도를 확인한 것이다.

북.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앞서 미국 국무부가 특사 후보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며, 조속히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킹 특사는 이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어떤 인물을 특사로 제안했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킹 특사는 북한의 핵 개발이 북.미 간 접촉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걸림돌이지만 억류 미국인 석방은 “미.북 간 다른 분야에서 보다 폭넓은 논의와 접촉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중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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