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은 밥심으로 살아간다'는 말이 있듯 우리 민족에게 밥은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인데요, 해외 어디를 가든 밥과 고추장 하나만 있으면 그 어떤 진미가 부럽지 않습니다.

밥은 우리 외에도 중국,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도 먹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의 음식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조선인의 1인당 밥 소비량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많았다고 합니다. 중국에 다녀온 조선의 사신 홍대용은 '명나라의 밥그릇은 찻잔만하더라'는 감상을 전했고, 일본에 다녀온 사신은 '왜에서는 한 끼에 쌀 세 줌밖에 먹지 않더라'며 놀라워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또한 우리 민족이 밥을 중시하는 문화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명나라에 사신으로 간 조선 선비가 개인적으로 잘 아는 명나라 관원의 집을 찾아갔는데, 마침 그 관원이 출타중이라 없었습니다. 기다리는 차에 배가 고파 밥을 달라 요청하니 그 관원의 집에서 이런 저런 요리들을 내 주었습니다. 그것을 먹고도 선비는 계속 밥을 달라 요청하였고, 다른 요리들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결국 밥을 먹지 못한 선비는 밥을 안 주는 바람에 화가 나서 그 집을 나가고 말았는데, 뒤늦게 찾아온 관원이 이 소식을 듣고 가솔과 하인들에게 '조선 사람은 식사 때 항상 쌀밥이 있어야 하는데 너희가 그걸 몰랐구나' 하면서 혀를 찼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음식문화에서 밥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어느 음식보다 컸는데요, 북녘에서도 밥을 중요하게 여기고 관련 문화를 알려나가는 글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조선료리협회가 출간한 <조선료리> 2009년 3호의 '중하게 여긴 밥과 밥그릇' 기사에는 "밥을 일상주식으로 하고 첫째가는 귀중한 음식으로 여기는 관념은 고대에 벌써 형성되였으며 이러한 관념은 밥을 담는 그릇에까지 반영되어 그것을 매우 소중히 여기고 다루는 풍습을 낳게 하였다."며 "가정들에서는 거의 모두가 개인용밥그릇, 국대접, 수저를 따로 가지고 있었다."고 전합니다.

<조선료리>에 따르면 우리 민족은 아이의 첫돌을 맞을 때 밥그릇부터 준비하는데요, 첫돌을 맞으며 남자아이에게는 주발형의 밥그릇을, 여자아이에게는 바리형의 밥그릇을 준비하고 돌날 아침에는 흰쌀밥을 정성 담아 지어 그 밥그릇에 가득 담고 미역국, 새 수저와 함께 아침상을 차려주었습니다.

첫돌에 준비한 밥그릇과 대접, 수저는 5~9살까지 사용하고 그 후 좀 큰 것으로 바꾸어주었다는데요, 밥그릇은 첫돌맞이의 준비품으로 뿐 아니라 신랑, 신부의 혼례준비품 가운데서도 필수품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신부는 시랑, 신부의 밥그릇, 대접, 수저를 비롯한 반상기일식을 준비하였는데 다른 그릇은 형편에 따라 빠질 수는 있었으나 주발(바리), 대접, 수저만은 빼놓지 않았습니다.

신부는 시집으로 갈 때 신랑의 주발에는 찹쌀을, 자기의 바리에는 붉은 판을 담아 붉은 보자기에 싸고 수저는 수놓은 수저집에 넣어가지고 갔습니다. 시집에서는 이 찹쌀과 팥으로 찰밥을 지어 신랑, 신부의 저녁상에 놓아주었는데요, 여기에는 찰밥처럼 끈기 있고 다정하게 살라는 부모들의 염원이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시집올 때 가지고 온 그릇은 아들딸이 다 자란 다음에도 일생동안 소중히 보관했고 이 풍습은 오늘도 계승되고 있다고 잡지는 설명합니다.

잡지는 또한 우리나라의 밥그릇 뚜껑의 형태에 대해서도 "그 형태가 보통 둥글면서 웃부분이 볼록한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밥을 약간 수북하게 담고 뚜껑을 씌워 놓아도 밥이 눌리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합니다.

특히 밥뚜껑에 쌀을 수북이 담아 밥을 지으면 한 그릇의 밥이 되었는데요, 그러므로 뚜껑은 한 끼분의 쌀을 떠내는 되박과도 같이 쓰였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은 밥을 담은 밥그릇은 보통 씌우개로 씌우거나 밥솥에 넣어두는데, 밥을 놋바리에 푸고 뚜껑을 덮어서 온돌 아래목에 놓은 다음 그 위에 바리모양으로 생긴 씌우개를 덮어 놓았습니다. 밥그릇씌우개는 천과 천 사이에 풀솜이나 솜을 두고 누볐기 때문에 보온에 효과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식구들의 개인용 밥그릇을 정해놓고 그것을 깨끗하게 닦아서 선반 위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이용하는 것을 풍습으로 지켜왔습니다. 동네사람들은 정결한 그릇들이 줄지어있는 집을 가보고는 그 집을 부러워하고 가정주부를 칭찬하면서 집이 번성할 징조하고 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우리 민족의 기본주식은 밥으로 예로부터 밥을 맛있게 잘 짓는데 큰 힘을 기울였는데요, 선조들의 우수한 밥 짓는 솜씨는 일찍부터 이웃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우리 선조들의 밥 짓는 솜씨에 대하여 청나라시기의 중국 사람들은 "조선사람들은 밥알이 고슬고슬하게 밥을 잘 짓는다. 밥알이 윤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향긋하고 또 솥속의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고 찬사를 아까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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