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 21세기민족주의포럼 대표

 

정치활동 관여는 인정되지만 대선 개입의 의도는 없었다고 보인다.

이게 도대체 말인가? 이것이 정녕 말이라면 그것은 궤변일 것이다. 시정잡배가 농으로 하거나 술이 취해 하는 것도 아니고, 한 나라의 사법부에서 판사가 판결을 할 때 이런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았다면 그건 정말 우리 사회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궤변이라 함은 사전적으로 ‘이치에 닿지 않는 말로 그럴 듯하게 둘러대는 구변’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이치에 닿지 않는 것을 그럴 듯하게 하는 말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판결한 재판부가 ‘국정원의 댓글 활동이 정치 활동 관여 금지를 위반한 것이기는 하지만, 2012년 대선에까지 개입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 현직

부장판사조차 지록위마(指鹿爲馬 :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 것으로 말도 안 되는 것을 끝까지 우기는 것을 이르는 말)라고 할 정도이다. 한마디로 궤변인 것이다. 대선 기간에 국가정보기관이 정치활동에 관여했는데 대선에 개입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 도대체 말인가? 전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인가, 아니면 다 그런 줄 알고 넘어가자는 것인가?

긴급조치 9호 시절에 중앙정보부가 적어 준 형량대로 선고하던 판사들의 무표정하고 주눅 든 표정이 차라리 나았다는 생각까지 든다. 5공 때도 안전기획부가 말해 준 대로 너무나 천편일률적으로 형량이 선고됐었다.

물론 이때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든가 자기 나름대로 소신 있는 척하며 큰 소리 치던 판사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때 대부분의 판사들은 마치 할 수 없이 한다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그런데 이제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국민을 우롱한다. 그만큼 세상이 영악해진 것인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이렇게 궤변이라도 늘어놓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우리 사회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그만큼 진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렇다고 만족할 일도 아니고, 이대로 놔둘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런 궤변에 대해서는 뭔가 대응이 필요하고, 그것은 바로 적절한 응징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독립이 되었고, 민주화가 되었다지만, 아직도 일제 강점기 때 판.검사한 할아버지를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유신 때 5공 때 말도 안 되는 판결을 한 판사를 아버지, 큰아버지로 둔 사람들이 부끄러워하는 것을 본 일이 없다. 아니 오히려 그런 사람이 가문의 자랑거리나 되는 세상이다.

바로 이것이 절차적 민주주의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이 따위 궤변이나 늘어놓는 판결이 생기는 이유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말도 안 되는 판결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가두고,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진보당 사건,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사건,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사건이 잘못된 판결이라고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가 되었지만, 그러한 잘못된 판결을 한 판사들에 대한 응징은 전혀 없었다.

이제 이런 역사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그들의 자손들이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의 판사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이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정권의 충견 노릇을 했음을 만천하에 널리 알리고, 또 사람들에게 좀처럼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해야 할 시급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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