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에서의 북한 국기(인공기) 게양을 두고 정부가 남북관계 특수성을 이유로 꼼수를 부렸다. 게다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을 어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11일 국가정보원, 경찰청,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북한 인공기 게양.소지 관련 유관기관 회의'를 열고, 경기장과 선수촌 등에만 인공기 게양과 소지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북한 국가 연주 및 제창도 대회 진행을 위해서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인공기를 소지하거나 경기장 내에서 사용하는 행위는 금지시켰다.

이번 결정은 인천아시아게임 일부 경기가 진행되는 고양시 거리에 인공기가 게양, 일부 보수단체가 이에 항의하면서 촉발됐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인천 협력도시인 경기도 수원, 부천, 고양, 안산, 안양, 하남, 화성, 서울 양천구, 충북 충주 등 9개 지역 경기장 49곳 안팎에 참가국 국기를 걸었다.

그러나 일부 보수단체가 인공기 게양에 문제를 삼고, 일부 지역에서 인공기를 철수시켰으나, OCA 규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조직위는 정부 유관부처 회의를 거쳐 모든 참가국 국기를 철수시켰다.

인공기 게양은 OCA 규정 54조 '모든 경기장 및 그 부분, 본부 호텔, 선수촌과 메인프레스센터, 공항 등에는 참가국들의 기가 게양돼야 한다'고 명시된 데 따른 것이었지만, 보수단체의 항의로 모든 국기를 내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는 정부와 조직위가 일부 보수단체의 반발에 휘둘려,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는 올림픽 정신과 OCA 규정과 '아시아 평화와 화합의 장'이라는 이번 대회의 취지를 무색케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결정이 남북관계 특수성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북한 응원단 파견문제에 국제규범을 꺼내든 것과 다른 입장인 것이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인공기 게양 문제는 국제규범은 물론 남북관계 특수성과 국민 정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사항"이라며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남남갈등을 불식하고 대회의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련 조치를 검토하였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즉, '아시아 평화와 화합의 장'이라는 국제 스포츠 행사의 기본 잣대인 OCA 규정도 남북관계 특수성을 뛰어 넘지 못한 셈이다. 이는 국제규범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정부가 '통일대박'을 실현시킬 수 있느냐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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