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소주 홍보 포스터 [통일뉴스 자료사진]

추석연휴에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즐겁게 담소도 나누고 하는데요, 즐거운 자리에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술이 아닐까 합니다. 평소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에 술 한 잔이 첨가되면 더 좋은 자리가 되는 경험을 많이 하곤 합니다. 북녘에서도 추석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술 한 잔하는 일이 많은데요, 이에 명절을 소개하는 책자에도 술에 대한 설명을 빠트리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술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음료로 약용이나 의례용으로 쓰이기도 하는데요, 추석날에는 여러 가지 맛있는 민족음식들을 만들어 나누어 먹으면서 이웃 간에 정을 두터이 하였으며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다채로운 민속놀이로 흥을 돋우며 그해의 성과들을 서로 축하했습니다.

평양출판사가 2005년 출간한 <조선의 사계절 민속>에는 "술을 만드는 주원료가 낟알(곡물)과 과일이기 때문에 햇곡식과 햇과일이 나는 계절인 가을에 제일 많이 만들었다"며 "술은 가을철의 큰 명절인 추석에도 빠질수 없는 중요한 음료였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사계절 민속>에 따르면 예로부터 '의(衣)는 한 대, 주(住)는 3대, 식(食)은 만대'라고 해 왔습니다. 이는 음식에 반영된 민족적 전통, 음식물의 민족적 특성은 그만큼 뿌리 깊은 것이며 오래 이어진다는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음식은 민족성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술도 예외일수 없는 것입니다.

술은 멀고 먼 아득한 옛날 원시시대 사람들이 어떤 곳에 무지로 떨어졌거나 혹은 그릇 안에 넣었던 낟알이나 과일이 물러지고 풀어져서 발효된 것을 먹어보고는 그 맛과 향기가 좋고 또 은근히 기분을 뜨게 하는 것이 좋아 귀중히 여기고 만들어 먹게 된 것이 시작이라고 하는데요, 오래전에 술 만드는 방법을 안 우리 조상들은 여러 가지 좋은 술들을 만들어왔습니다.

우리나라 술은 역사가 오랠 뿐 아니라 그 종류가 많아 조선시대에만 하여도 청주(약주), 탁주, 준순주(속성주), 감주, 과실주, 소주 등이 있었으며 그것이 또 각각 수십 가지씩의 종류를 가졌으니 전체를 헤아리기는 무척 어려울 정도입니다.

또한 옆으로 누워 뻗은 소나무 줄기에 구멍을 내어 거기에 술을 부어넣어 익히는 와송주나 키 높이 자란 참대마디에 구멍을 뚫어 술을 넣고 숙성시키는 죽통주 등 특이하게 만드는 술은 그만두고라도 일반적으로 만드는 술이 19세기 초에 전라도에서만 하여도 무려 72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온 나라의 술 종류를 다 헤아리면 아마 500~600개 혹은 1000개에 가까운 숫자가 나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그 모든 술은 크게 청주, 소주, 탁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청주는 말 그대로 맑은 술인데 밑 술독에 용수(싸리나 버들개지, 대나무 등으로 둥글게 엮어 술이 고이게 하는데 쓰는 도구)를 넣어 맑은 술이 그 안에 고이게 하여 퍼낸 것입니다.

낟알로 만든 발효술인 청주는 맑고 산도가 낮으며 시큼하거나 텁텁한 맛이 없고 사람 몸에 해로운 물질도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청주는 약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는 예로부터 곡물부족으로 일반 주민들에게 금주령이 내려지자 지배층은 저들은 계속 마시면서 '약'이라고 속인 데로부터 청주를 '약주'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또는 '약밥'이나 '약과'와 같이 꿀이 들어간 좋은 음식에 '약'자를 붙인 것처럼 술 가운데서 제일 술이라고 하여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 문수식당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각 계층 시민들. [통일뉴스 자료사진]

청주는 맑아서 눈맛이 좋고 입맛 또한 좋으니 명절이나 잔치 때 널리 쓰였습니다.

다음으로 소주는 담근 술을 고아서 알콜성분을 따로 증발시켜 얻은 술로 소주고리(소주를 고는데 쓰는 기구, 구리나 오지로 만든다.)를 가마위에 올려놓고 불을 때서 밑술이 증류되어 이슬로 떨어지게 하여 받아낸 것입니다. 이렇게 불을 때어 고아서 만든다고 하여 술 이름에도 불사를 소(燒)자를 붙여 소주라고 부른 것입니다. 불을 때서 만든 술이라는 뜻으로 소주를 다른 말로 '화주'라고 하였으며 또한 증발시켜 받아낸 이슬 같은 술이라 하여 '로주', '한주'라고 하였고 희고 맑다고 하여 '백주'라고도 했습니다.

소주는 주정도가 높으므로 많이 마시지 않았으며 고려 때 기록에는 약으로만 조금씩 썼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누룩에 의한 영조법이 일찍부터 발전하였으며 이름난 술(소주)들이 도처에서 생산되었습니다.

이 외에 탁주는 말 그대로 흐리고 탁한 술인데요, 대표적인 술인 막걸리는 맑은 술을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걸러낸 것으로 성근 베자루를 넣고 대충 걸러서 먹는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오랜 옛날부터 널리 마셔온 막걸리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민족음료의 하나로 맑지 못해 보기에는 좋지 않지만 단맛, 신맛이 있어 시원하고 달짝지근하여 더운 농사철의 쉴 때나 점심참에 농민들이 즐겨 마셨습니다. 때문에 '농주', '농탁이'(농택이)라고 불리고 또 그릇에 희뿌옇게 한가득 담아 먹는다고 해 '탁배기'라고도 했습니다.

탁주는 특히 알콜성분이 10% 미만이며 여러 가지 영양성분(3.5~12%)과 당분(0.5~2%)이 들어 있어 피로를 푸는데 좋을 뿐 아니라 내장을 든든하게 하고 관절염과 신경통을 치료하는데도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전통의 제조 생활관습상 술을 청주, 소주, 탁주로 갈라보지만 현대 양조업에서는 가공방법에 따라 그 종류를 달리 구분하기도 합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