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겨레말큰사전 선임연구원)


얼마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은 전통의 축구 강국 독일에게 돌아갔다. 독일의 우승은 월드컵을 개최하는 대륙에서 우승 팀이 나온다는 징크스를 깬 결과라서 더욱 이목을 끌었다.
 
큰 전쟁이 끝나면 으레 논공행상이 뒤따르는 법. 우승 팀에게는 FIFA의 막대한 보상금이 주어지고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세계인을 '들어다 놨다' 한 만큼 커다란 보상을 받는 것이다.
 
한편 기대 이하의 성적과 경기력을 보여준 팀과 선수들에게는 가혹한 처사가 기다리곤 한다. 자신들을 응원하던 뜨거운 함성이 거대한 야유가 되어 돌아오고 소소한 잘못까지 낱낱이 '닦달'을 당하는 것이다. 과한 경우에는 생명의 위협을 감내해야 한다.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운 만큼 상벌의 온도 차는 극단적이기 마련이다.

축구를 그저 '주로 발로 공을 차서 상대편의 골대에 공을 많이 넣는 것으로 승부를 내는 경기'로 아는 나로선 선수 혹은 감독 개인에게 쏟아지는 조롱과 비난이 그저 과하다 싶을 뿐이다.

이렇게 남을 단단히 윽박질러서 혼을 내는 것을 '닦달'이라고 한다. 근래에는 잘 쓰이는 용법은 아니지만 물건을 손질하고 매만지는 것, 식재료를 요리하기 좋게 다듬는 것도 '닦달'이라고 하며 "이 가구가 그래도 <닦달만> 잘하면 다시 새것처럼 깨끗해질 것일세. 꿩과 닭의 <닦달은> 아저씨에게 맡기고 너는 어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라."와 같이 쓰인다.

그런데 이 '닦달'을 북에서는 '닥달'로 쓰고 있다.

< 조선말대사전>
닥달 「명」
 ① 윤기 나게 닦고 손질하고 매만지는 것.
    | 그에게 차례진 총은 어떻게나 닥달을 하였는지 어디라 없이 거울처럼 알른알른 하였다.
 ② 단단히 다잡아 따지며 드세게 다루는 것.
    | 형은 동생을 앉혀 놓고 닥달을 한다.
 ③ 못 견딜 정도로 성화를 대는 것.
    | 그는 아이들 닥달에 못 이겨 또다시 미국놈을 요정내던 이야기를 하였다.
 ④ 곤난과 시련을 이겨낼 수 있게 단련하거나 단련되는 것.
    | 자기도 봉석이도 학교를 채 마치지 못하고 거치른 계급사회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어 부대끼게 되고 혁명의 준엄한 불길에 닥달이 되였다.

발음이 남북 모두 [닥딸]로 소리 나므로 어느 쪽으로 표기를 하더라도 무리는 없다. 그런데 '닦달/닥달'의 '닦'과 관련이 있는 다른 말들을 살펴보자.

<조선말대사전>
닦아세우다 「동」 (타) 꼼짝 못하도록 몹시 나무라거나 꾸짖다.
    | 주위에 있던 사람들 속에서 신사를 닦아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훌닦다 「동」(타)
 ① 휘몰아서 대강 훔치여 닦다.
   | 설겆이를 한다는 것이 이렇게 훌닦아 치우면 되겠느냐.
 ② 휘몰아서 몹시 나무라다.
    ∥ 남을 훌닦아세우다.

<표준국어대사전>
닦다 「동사」
 …
 「10」 휘몰아서 나무라다. ≒훌닦다「2」.
    ¶ 사람을 그렇게 닦아 몰지만 말고 차근히 사정을 들어 보세.
 「11」 =훌닦다「1」.

이같이 북에서도 '닦아세우다, 훌닦다'에서 '닥달'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닥'을 '닦'으로 표기하고 있다. 한편 표준국어사전의 '닦다'의 뜻풀이를 살펴보면 '휘몰아서 나무라다'라는 의미로도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본다면 '닦달'과 '닥달'의 표기 차이는 '닦달'로 통일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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