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영국의 상업방송인 <채널4>가 북한 핵문제를 다룬 TV드라마를 제작하려는 것과 관련해, 이를 '현실을 오도하는 모략적인 광대극'이라고 비난하고 영국 당국에 제작중단과 관련자 엄벌을 요구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이날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 "영국당국은 지금 계획하고 있거나 제작되고 있는 반동영화들을 지체없이 오물통에 처넣고 주범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그것이 영국의 체면손상을 막고 힘겹게 마련된 조영(북·영)수교관계를 유지하는데도 부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같은 날 보도했다.

대변인이 양국 수교문제까지 언급하며 제작중단을 요구한 이 드라마는 영국인 핵과학자가 비밀임무 수행을 위해 북에 잠입했다가 억류돼 북의 핵무기 개발에 강제로 참여하게 되고, 이 상황에서 정치 성향이 다른 영국 총리와 미국 대통령이 협력하게 되는 상황에 놓인다는 설정에 따라 내용이 전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변인은 "우리의 자위적인 핵보검이 마치 영국의 핵기술을 '비법탈취'하여 마련된 것처럼 보이도록 황당무계한 내용을 줄거리로 하고있는 이 영화야말로 현실을 오도하는 모략적인 광대극"이라고 비난했다.

또 "우리의 자위적인 핵보검은 철두철미 우리 힘, 우리 기술, 우리 자원에 의거한 선군시대 국방공업의 긍지높은 산물"이라며, "이따위 중상모략극 날조는 우리의 최고존엄과 공화국의 자주적 권위를 깎아내리고 대외적 영상을 흐리게 하려는 계획적인 정치적 도발이며 고의적인 적대행위"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사태의 심각성은 이 추악한 어릿광대 놀음이 우리와 국교관계에 있는 영국의 '다우닝거리 10번지'(영국 총리관저가 있는 곳)의 묵인과 그 비호조장밑에 꾸며지고 있다는 데 있다"며, "원래 영국으로 말하면 미국식 외교를 무작정 본따기 좋아하는 유전적 기질을 타고난 나라"라고 거칠게 따졌다.

<채널4>가 제작하려는 이 드라마는 정치스릴러 장르의 60분짜리 10부작으로, 제목은 상대방을 뜻하는 '오퍼짓 넘버'(Opposite Number). 현재 공동제작할 해외 제작사를 모집하고 있으며, 완성된 연속극은 해외에 판매할 계획이다.

한편, 북한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미국 컬럼비아 영화사의 코메디 영화 '인터뷰'의 예고편 공개되자 지난 6월 25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으로 영화상영의 중단과 '무자비한 대응조치'를 거론한 바 있으며, 7월 초에는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 대사를 통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항의서한을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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