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8일은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일컫는 추석(한가위)이다. 특히, 올해는 대체휴일제가 적용, 직장인마다 적게는 3일, 많게는 5일을 쉴 수 있어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남쪽에서 추석 명절에는 고향을 찾아가고 성묘를 하느라 온종일 고속도로가 막히고, 떨어져 살던 친척이 함께 모여 송편을 빚고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 그리고 민속경기인 씨름도 펼치는 등 민속풍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북쪽에서는 어떠할까? 북쪽도 마찬가지다. 남북이 서로 다른 민족이 아니라면 몰라도 같은 민족이기에 추석을 보내는 방법도 같다.

하지만 사상과 체제가 달라 각기 추석을 쇠는 방법에도 조금씩 차이는 있다. 북쪽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게 추석을 보내고, 남쪽은 유교적 전통을 고수하거나 혹은 간소하게 명절을 보내는 등 각자의 생활양식에 맞게 쇤다는 차이가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에서 어떻게 추석을 쇠는지 궁금해진다. 북한에서는 추석은 어떤 의미이고 무엇을 하며 보낼까.

북한의 추석, '조선민족제일주의'의 대표적 명절

북한은 1988년부터 추석을 민속명절로 지정해 하루를 쉬고 있다. 북한은 정권 수립 이후 추석을 휴일 개념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주석과 관련된 추석 일화에서 비춰보듯 북한은 추석을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하는 날이 아닌 민속문화의 한 부분으로 보낸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주체사상이 수립되면서 민속전통은 봉건적 유물 정도로 홀대를 받았다. 하지만 1980년 후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등장하면서 민속전통에 대한 시각은 변화를 맞이했고, 긍정적 산물로 자리매김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조선민족제일주의'를 주창하면서 1988년부터 추석을 민속명절인 휴일로 지정했으며, 1989년 음력설을 맞아 설날을 휴일로 지정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리고 2003년부터 정월 대보름을 민속명절인 휴일로 지정했다.

즉, '조선민족제일주의'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추석은 대표적인 민속명절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사회주의 생활문화로서의 민속전통 계승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설명절을 비롯한 명절을 잘 쇠도록 해야 한다. 양력설을 기본으로 쇠는 것은 서양식이다. 그러므로 설명절을 크게 쇠는 것을 전통화해야 한다. 설명절뿐 아니라 정월 대보름, 한가위와 같은 명절들을 뜻깊게 쇠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 2010년 당시 추석. 평양 애국열사릉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화환이 놓여졌다. [사진자료-통일뉴스]

이에 보란 듯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증조부모 김보현.리보익, 조부모 김형직.강반석의 묘에 화환을 보내고 혁명열사릉, 애국열사릉 등에도 화환을 보내 추석의 의미를 강조했다.

북한은 '조선민족제일주의'에 입각해 한가위에 대해 "가을철의 제일 큰 민속명절은 추석(한가위)이다. 추석은 우리 인민이 조상전래로 쇠어온 큰 명절의 하나이며 우리 민족의 고유한 풍습을 가장 많이 반영하고 있는 민속명절"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오곡이 무르익는 가을철의 달밝은 보름날을 명절로 즐긴데로부터 생겨났다"며 "이날에 한해 농사를 지어놓은 기쁨으로 하루를 즐기면서 돌아간 조상들을 위하여 지성을 표시하였다"고 소개한다.

북한이 소개하는 추석의 풍습과 먹거리

한민족으로 함께 보내는 추석이니만큼 북한이 소개하는 추석의 풍습과 먹거리는 다르지 않다. 북한이 발간한 각종 민속문화 관련 책에는 추석의 문화와 먹거리를 소개하고 있다.

북한은 추석의 대표적인 문화로 성묘를 꼽고 있다. 북한은 "추석맞이에서 중요한 것은 조상의 묘를 돌아보고 추모하는 것"이라며 "예로부터 조선사람은 조상들을 귀중히 여기였으며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자기를 낳아 애지중지 키워준 웃어른들의 은덕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추석날 선조들의 산소를 돌아보는 것은 바로 예절이 밝고 도덕 의리가 깊은 우리 민족의 이런 아름답고 고상한 예의범절에서 나온 풍습"이라고 소개한다.

북한은 "산소에서 돌아오면 부녀자들은 경치 좋은 곳을 골라 나무에 그네를 매여놓고 풀색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 혹은 남색 꼬리치마를, 처녀들은 노랑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받쳐입고 머리에는 갑사댕기를 단 민속 옷차림으로 그네를 띄였다"며 추석 명절 놀이를 설명한다.

그리고 "다른 켠에서는 남자들이 강가의 모래밭이나 잔디밭에 씨름판을 벌여놓고 힘을 겨루었다. 명절 때마다 벌어지는 씨름이지만 이날의 씨름은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소개한다.

▲ 북한 주민들은 추석날 그네뛰기 경기를 한다. [사진자료-통일뉴스]

이와 함께 '달구경'은 "깊은 정서를 자아내는 이채로운 명절의례"라며 "언제나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소박한 기대와 희망이 담겨진 하나의 풍습"이라고 설명한다.

'길쌈'은 "우리 인민의 고유한 풍속이며 우리나라 여성들의 중요한 노동생활의 하나"라며 "길쌈경기는 여성들의 섬세한 일솜씨와 근면성을 키우는 좋은 계기로 되었으며 서로 힘을 합쳐 일하면서 화목을 도모하고 노동과 정서 생활이 결합된 좋은 풍습"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길쌈놀이'는 "밀린 피로를 즐거운 노래와 춤, 웃음 속에 날려보내고 노동의 보람을 맛보며 공동노동의 우월성을 절실히 느끼고 이웃 사이에 화목하게 살게 하는 좋은 명절놀이"이라고 설명한다.

'강강술래'는 "감히 우리나라를 탐내는 왜적들을 단호히 물리치고 행복하게 살아보려는 당시 인민들의 애국적 감정이 깃들어 있다"며 "선조들의 애국주의 정신이 반영된 고귀한 민족유산으로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소놀이'는 "소를 아끼는 마음을 키우며 소를 잘 부리여 계속 풍년을 이루려는 농민들의 소박한 염원이 담긴 민속놀이"로, '거북놀이'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놀이'라고 소개한다.

북한이 추석날 먹는 음식으로 소개하는 것은 송편, 노치, 밤단자 등이다.

"송편이 없으면 추석 명절이 아니"라며 "소를 넣은 흰떡을 솔잎을 깐 시루 안에 쪄낸 다음에 참기름을 바른 것이 송편"이라고 설명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치'로, 김일성 주석이 "원래 노치는 평양지방의 특산물인데 찹쌀로 만드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고 할 정도로 의미를 부여한다.

'노치'는 평양지방에서 만들어 먹던 당과로, 찹쌀이나 찰기장, 찰수수, 차조가루를 익반죽하고 길금가루를 두어 잘 삭힌 다음 뜨겁게 달군 지짐판에 기름을 두르고 지져낸다. 그리고 추석 전날 밤에 뜨락에 가마를 걸어놓고 지져낸 뒤 더운 때 엿길금가루를 치면서 단지나 항아리에 넣었다가 다음날 꺼내먹는 음식이다.

'밤단자'는 찹쌀가루를 쪄서 둥글게 빚어 삶은 밤가루와 꿀을 버무려 묻힌 음식으로 북한은 "달고 영양가가 높아 추석 명절을 장식하는 하나의 특식"이라고 소개한다.

북한에서는 추석날 뭘 할까

추석이 되면 북한 주민들은 제일 먼저 만수대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이나 금수산기념궁전 등을 찾아 헌화한다. 이어 대성산혁명열사릉, 애국열사릉 등을 찾는다. 지역에서도 각기 마련된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참배한다. 성묘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러한 추석 풍경을 두고 "꽃송이와 꽃다발, 꽃바구니를 들고 영생의 언덕으로 오르는 사람들의 가슴마다에 조국과 혁명을 위해 청춘도 생명도 아낌없이 바쳐싸운 항일혁명선열들에 대한 깊은 추억의 정이 가득히 차오른다"고 소개했다.

이어 주민들은 평양 대성산유원지를 비롯한 명소에서 다양한 민속놀이와 체육경기를 하고, 추석을 즈음해 능라도에서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가 펼쳐진다.

▲ 추석을 맞아 지난해 열린 제11차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대회. [사진자료-통일뉴스]

옥류관에서는 냉면, 찰떡, 밤단자, 송편 등을 제공하고, TV에서는 추석을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2003년 당시에 북한에서는 추석을 맞아 버스노선을 일절 운행하지 않는 대신, '3대 혁명전시관-애국열사릉', '3대혁명전시관-대양리', '3대혁명전시관-마람', '대성산-삼석', '대성산-장수원', '락랑-중화', '중화-빈장리', '팔골-룡선' 까지 운행하는 임시버스를 아침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행했다.

그리고 평양 '무궤도 궤도전차'는 아침 5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운행한 바 있다.

남북이 쇠는 추석의 풍경은 서로의 체제 차이를 제외하고는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핏줄이 간직한 오랜 추석 문화가 어디를 갈까. 남북이 함께 차례를 지내고 그네를 띄며 씨름을 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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