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헌 / 동국대 북한학 박사수료


함흥시는 인구밀도가 가장 높으며 생활수준은 열악한 형편이다. 함흥은 1992년부터 식량공급이 거의 중단됐고 당 기관과 안전·보위기관만 식량을 따로 공급했다. 바다를 끼고 있어 항만과 공장이 많아 노동자들이 많지만 배급을 정상적으로 주지 못해 노동자들 대부분이 올감자, 보리, 밀을 먹으면서 근근이 버텨가는 상황이며, 무역일군들이나 화폐개혁에 살아남은 일부 ‘돈주’들만이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동시에 빈부격차도 발생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함흥시 소재 ‘518 도시건설사업소’는 건설 노동자들에게 한 달 식량은 물론 하루 점심과 저녁 두 끼를 보장주고 있다.

▲ 북한의 시장거리 풍경.

지난번에 살펴본 평성시가 1970년대 행정구역 개편에 의해 승격, 신설된 도시라면 함흥은 일제시기부터 화학공업이 발달한 전통을 지닌 대표적 공업도시로서 그 규모면에서나 산업의 중요 도면에서나 북한 제2의 도시라 할 수 있다. 평성시가 개방도시로서 물류와 유통의 중심지로서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활동이 번성했다면 함흥은 주민의 생계를 책임지던 화학공업의 운용중단과 식량난에 의한 생존의 몸부림 차원으로 시장이 들어섰다. 북한 제2의 도시이자 노동자들이 밀집한 공업도시라는 영광은 공장의 가동 중단과 경제난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식량난으로 상징되는 소위 ‘고난의 행군’의 최대 피해지가 되는 역설을 경험한 것이다.

데일리NK와 오늘의 북한소식 등 북한소식통의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면, 함흥에서 한국 쌀은 깨끗하고 낱알이 고른 편이어서 고급 쌀에 속해 북한 쌀보다 보통 100~150원 정도 더 비싸다고 한다. 하지만 당국의 시장단속과 거래되는 물량의 변화에 따라 함흥시 쌀 가격의 등락도 심하다. 이들 기사에 따르면 2006년 4월, 북한쌀이 890원 할 당시 한국쌀 가격이 1,400원까지 오른 적이 있고, 한 때는 1kg당 2,000원에서 3,100원까지 치솟은 적도 있다. 정세변화를 주시하면서 한국 쌀에 대한 사재기가 벌어지기도 한다. 즉 주로 돈주들의 활동양상 변화와 배급제 재개에 따른 식량 ‘되거리(도매)’ 통제 등에 따라 물자 유통과 거래량이 줄기도 하거니와 기본적으로 국경지역이 아니라는 지리적 사정도 식량거래량 축소의 요인이 되어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한편 상인들은 배급소의 공급가격을 주시하면서 아직 배급 쌀을 구매하지 않은 주민들을 수소문해 대신 배급소 쌀을 대량 구매케 한 후 시장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300kg이상 쌀을 구입한 상인들도 있었다고 한다.

한편, 함흥에서는 삼일시장, 금사시상, 사포시장이 제일 유명하며 그 외에 동흥산시장, 추평시장 등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시장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 시장은 통폐합과 폐쇄, 이전 등 다양한 부침을 겪는다. 2008년에 종합시장이 폐지되고 농민시장이 시범 실시되면서 주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던 정황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동흥산시장이 함주시장과 2004년에 통합돼 함흥과 함주의 경계지점에 새로 지어졌는데 함흥 사람들은 원래대로 동흥산시장이라고 부르고 함주 사람들은 함주시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또한 사포구역에 위치한 추평시장은 개인 모방가공제품의 도매시장으로 평성시장 못지않게 규모가 크고, 도매상인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이었는데 이 또한 단계적으로 폐쇄 수순을 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시장거래는 지속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바, 돈벌이 행위도 다양해지고 분화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각종 ‘대행업’이 성행하는데 예컨대 시장에서 짐을 부치려는 상인들을 물색하는 사람, 물건을 포장해서 역에 운반해주는 사람, 기차 화물칸에 실어주는 사람 등 매우 세분화된 형태의 대행업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장거리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역전의 숙박업자들이 여행객의 각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소개비 및 수수료를 받고 있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함흥에서 3대 부자는 ‘얼음(빙두)장사’, ‘비닐장사’, ‘차판장사’라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차판장사’란 화물차를 사서 대량으로 도매장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 외에도 남녀 단 둘 들어가는 한증탕 유행하고 있으며 퇴폐 문화가 퍼지고 장소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함흥시장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탈북자 구술인터뷰를 통해 나타난 함흥의 시장활동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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