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기영 / 통합진보당 정책연구소 기획실장

 

26일 법무부 차관이 주재하는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가 개최됩니다.

도대체 누가, 몇 명이나 보안관찰처분 혹은 기간갱신처분을 당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당사자조차도 위원회가 개최된다는 안내 전화 한통 받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말 그대로 밀실 결정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헌법적 기본권인 행복권을 침해당하는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더구나 당사자가 참여하여 소명을 하겠다는 그것마저 가로막습니다. 이마저도 참석 불가를 결정한 주체와 이유를 정식문서로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참석을 요구하는 공개적인 입장표명을 하고자 합니다.

저는 8월 18일 법무부 공안기획과 담당계장으로부터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가 8월 26일 열리고 참석여부를 묻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에 회의 당일 참석해서 보안관찰처분 갱신의 부당성과 제의 입장을 개진할 것이라고 전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8월 20일 다시 법무부 담당 검사로부터 ‘참석 필요성을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후 연락하겠다’고 해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참석 불가라고 합니다.

제가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에 참석하고자 하는 이유는 저에게 내려진 지난 2년 전 피보안관찰자 결정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의 기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중요한 결정이 형식적 임의적 심사로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위 위원회 참석을 원하는 데도 그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지 말 것을 요청합니다.

사실상 피보안관찰처분자는 감옥을 나왔으나 창살 없는 감옥에서 다시 사는 것과 같습니다. 오히려 이 새로운 감시와 제재는 3년 6월의 수형생활보다 더 긴 평생의 감시와 정신적 압박으로 한 사람의 정상적 생활과 인생 항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할 것입니다. 이는 사실상 추가적 형사적 처벌내용보다 덜하지 않다 할 것입니다.

이 중요한 내용을 판단하는 사람들은 사법부 판사가 아니라 행정부입니다. ‘피보안관찰’ 처분에 대한 행정처분의 심사주체는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의 소관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입니다. 재판을 받고 형을 종료한 사람이 다시 심사를 받는 것도 정상이 아니지만, 더 나아가 이들의 심사가 일반적 법원의 심사보다, 쉽게 정치 편향적이며 졸속적이고 형식적일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것입니다.

이 법이 출발부터 모순투성이지만, 그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한 사람의 인생과 인권을 결정하는 주요 사안은 중립적이고 엄밀해야 합니다. 행정부가 임의적으로 2년마다 갱신하는 행정처분 분류조치는 범죄의 예방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의한 범죄의 예단으로 되어, 근대법의 기본원리인 죄형법정주의, 일사부재리 원칙을 무시한 법과 국가권력의 폭력으로 쉽게 변질됩니다. 이것이 초래할 행복권과 시민권의 과도한 제한에 대해서는 너무도 무감각합니다.

저는 법전문가는 아니지만 법 상식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법은 근대법의 기제인 ‘일사부재리 원칙’을 깨고 있습니다. 과거 ‘연좌죄’가 친척이나 남이 행한 죄로 내가 심판받는 전근대적 법이라면, 보안관찰법은 이미 범한 죄를 근거로 정확한 근거 없이, 다시 추상적 범주의 사상범으로 예단하여 법이 보장한 개인의 기본권을 쉽게 침해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법은 건전한 사회복귀와 안녕이 아니라 편의적 제도, 자의적 판단과 심사에 의해 개인의 양심과 사상을 탄압하는 일종의 전근대적 정치보복법으로 악용 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누차 말씀드린 대로 이 법은 보안관찰처분의 무제한 갱신 가능성과 ‘죄’가 아닌 ‘죄를 저지를 가능성’이나 ‘내면의 사상과 생각’을 예단해 보안 처분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깨고 있습니다.

또 보안관찰법은 보안관찰처분의 기간을 갱신할 수 있다고만 규정할 뿐 갱신 기간의 횟수나 최대 기한을 정하고 있지 않아 절대적 부정기 보안처분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형사제재 기간의 한정을 요구하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데, 사실상 재판에 의한 형사처벌보다 더 편의적으로 되어 사실상 법 이성의 사각지대에서 임의적으로 운영됩니다.

저의 경우 지난 5년 여간 이 법 이외의 법을 위반한 적이 없으며 통합진보당의 부설 연구기관에서 정책기획실장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2012년 12월 정권 말기에 ‘보안관찰대상자’에서 ‘피보안관찰자’로 처분되고, 그리고 이번에 다시 심사위원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제는 이미 출소 후 4년이 지났고 거의 같은 주거지에 살고 있으며, 15여 년간 같은 정당(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에서 활동하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을 부정한 적이 없으며 부정할 이유도 없습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헌법정신을 법무부부터 지키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나 법무부의 보안관찰법 처분과 법 운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난 보안처분의 결정이유가 제가 “여전히 국가보안법과 보안관찰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등 준법의식이 결여된 점에 비추어 재범의 위험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심의위원회가 얼마나 졸속적으로 한 개인에 대해 예단을 가지고 비중립적으로 심사평가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저는 법 폐지의 찬성과 반대는 국가가 보장한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헌법도 반대할 자유가 있기에 개정이 가능한 것입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에 찬성하는 국민이 30%에 이르고 국가보안법의 개정을 지지하는 국민은 무려 68%가 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러면 국민의 대다수가 준법의식이 결여되었다고 보아야 합니까?

제가 보안관찰법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보안관찰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히 제한하는 위헌적 요소가 대단히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의 인간관계와 양심을 심각히 훼손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오히려 이 법의 개정과 폐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복된 재판과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 기회에 헌법 재판소에 이 법의 위헌 제청 심사도 요청할 것입니다.

설령 저의 준법의식이 보안관찰법에 저촉한다고 하더라도 처분의 필요성 즉 구체적인 위험성, ‘처분 이외에 다른 적절한 대체수단은 없는지’라는 비례성, 처분으로 인해 침해되는 헌법상 자유 침해와 처분하지 않음으로 인해 야기될 위험성 사이의 법익의 균형성 등의 관점에서 검토되어 이들 요건을 충족하여야만 처분이 가능할 것입니다.

처분에 요청되는 비례성 및 법익균형성은 처분이 그 정당한 목적을 추구하는데 불가피한 수단이어야 하고, 간절한 사회적 필요가 있는 적절한 수단으로서 다른 대체수단이 없어야 하며,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법익이 그 반대의 경우로 인한 법익의 침해보다 월등하게 우월하여야 함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저는 위 심사위원회 참석을 요구합니다. 과연 한 개인의 생활과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에 위 심사위원회가 제대로 심사숙고한 판단을 하는지 질문하고 싶고, 동시에 저의 입장을 변론하고 싶습니다. 이에 공개적인 글로써 참석을 재삼 요청하고 본 위원회가 신중히 법과 상식에 준하는 정상적인 판단을 할 것을 희망하는 바입니다.

2014. 8. 25. 최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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