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영국의 한 언론이 24개 참가국들을 동물에 비유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개최국이자 영원한 우승후보인 브라질은 ‘사자’라는 칭호와 함께 “누구나가 인정하는 백수의 왕으로, 세력권의 중심으로부터 모든 사냥감을 응시한다”는 풀이가 붙었다. 그러나 독일이 우승했다. 독일로 칭한 ‘시베리아 호랑이’는 “사자와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사자보다 아름답고 강하다는 인식도 있다”고 해, 독일이 브라질에 이길 것임을 예측하기도 했다. 미국은 ‘늑대’로서 “지명도가 있어 강하다고 생각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징적”이며, 일본은 ‘기린’으로 “맹수를 쫒아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날 수 없”으며, 한국은 ‘비버’로서 “사납고 물어뜯기면 큰 부상을 당하지만, 아무도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 한.미.일은 모두 우승후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 한때 재일동포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이 ‘김정일의 통일전략’이라는 책에서 남과 북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을 동물로 비유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서방 언론에서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이라 부를 정도로 그는 북한의 의도를 꿰뚫었다. 그는 이 책에서 “한민족은 ‘이리’족이며 미국이라는 거대한 ‘사자’족과 사투를 벌리고 있다”고 썼다. 그런데 열세를 면치 못해 ‘이리’족의 일부가 투항을 하였고 산을 내려와 미국의 ‘개’가 되었다는 것이다. 즉, 북한은 자주성을 지닌 ‘외로운 이리’이고 남한은 ‘미국의 애완견’이라는 것이다. 이리해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사자’, 일본‘원숭이’, 남한‘개’의 동맹에 대항하여 북한‘이리’, 시베리아(러시아)‘곰’, 중국‘용’의 동맹이 결성되었다는 것이다.

◆ 북한은 비유에 능하다. 게다가 동물은 북한의 정치 선전에서 친숙한 주제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과 미국 정치인은 북한의 좋은 표적이기도 하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미국을 ‘승냥이’로 묘사해 왔다. 최근만 해도 북한은, 로켓 발사에 미국이 ‘도발’이라 하자 <노동신문> 3월 7일자에서 국립교예단 조교사 등을 등장시켜 “승냥이를 길들인 조교사는 없다”고는 “승냥이는 몽둥이로, 미제승냥이는 오직 총대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외쳤다. 북한 조선말사전에는 승냥이가 ‘개과에 속하는 사나운 짐승의 한 가지’라는 뜻과 함께 ‘포악하고 교활한 제국주의 침략자나 흉악하고 악독한 자를 비겨 이르는 말’로 나와 있다. 미국이 침략적 본성을 지닌 제국주의 국가이기에 승냥이라는 것이다.

◆ 이런 북한이 20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승냥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케리 장관이 광복절을 맞는 우리 민족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8.15가 “일제강점 40여년의 수난사에 종지부를 찍은 역사의 날이면서 미제침략자들에 의한 남조선강점과 민족분열의 수치와 비극이 시작된 날”인데도 ‘축하’한다니, 이는 우롱이자 모독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대변인은 “케리의 외형을 보면 흉물스러운 주걱턱과 움푹 꺼진 눈확(눈구멍), 푸시시한 잿빛머리털에 이르기까지 그 생김새가 신통히도 승냥이 상통(얼굴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데다 하는 짓거리도 전부 남을 물어뜯고 해치는 것뿐”이라고 원색적인 표현을 하면서 “케리는 올데갈데없는 미국산 승냥이로 낙인된지 오래”라고 못박았다.

◆ 당연히 미국 대통령들도 북한의 표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5월 2일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국민을 굶기고 외로운 길을 가는 나라’, ‘버림받은 국가’, ‘비정상적인 국가’라고 비난하자 북한 언론이 주민들을 동원해 ‘혈통마저 분명치 않은 잡종’, ‘아프리카 원시림 속의 잰내비(원숭이)’라고 비하했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 칭한 부시 전 대통령도 북한으로부터 ‘늑대 같은 노인네’라는 소릴 들어야 했다. 이처럼 북한이 미국 정치인들에 대해 동물에 비유하며 원색적인 표현을 하자 미국 언론들이 인종차별이라고 성토하고 나섰음은 물론이다. 분명한 건 어느 누구고 간에 북한을 비난했다가 잘못 걸리면 ‘동물’ 칭호를 받는 것과 동시에 시쳇말로 ‘본전도 못 찾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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