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 동국대학교 북한학 박사 졸업


한반도에 여전히 호랑이가 살고 있을까? 아쉽게도 남한에서는 일제 강점기에 호랑이의 대량포획으로 인해 멸종되어 천연기념물에서도 배제되어 있지만 북한에는 소수의 개체가 살아있다고 한다. 높은 산 우거진 곳에서 산다는 한국호랑이를 찾기 위해서는 북한에서도 가장 오래된 원시림 오가산에 올라야 한다.

▲ 오가산 원시림 표지석
산지가 울창하고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아직 호랑이가 살아 있다고 하는 오가산은 자강도 화평군과 양강도 김형직군 사이, 한반도의 머리라고 불리는 개마고원 북서부에 위치해 있다. 오가산은 봉우리와 산등성이는 평평하지만, 해발고도 1,227미터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웠고,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연 평균 강수량이 약 1,089mm로 강수일수가 다른 지역보다 많아서 원시림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만큼 오가산은 다양한 동물군과 식물군을 포함하고 있어 북한에서도 ‘자연보호구’로 지정하였다.

북한의 자연보호구는 남한의 국립공원처럼 국가가 법에 의해 지정하고 이를 유지·관리하는 곳이다. 북한에서는 ‘200~300년 이상 원시림이 존재하거나 풍치가 아름다워 문화휴식터로서 의의가 있는 지구’를 자연보호구로 지정한다. 일단 자연보호구로 지정되면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게 되며, 산림의 이용이 제한되고 학술적인 연구가 진행된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1946년 4월 29일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의 이름으로 발표한 《보물, 고전,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에 의해 ‘식물보호구’로 지정된 백두산이 최초로 보호구로 지정되었다. 그 이후 1959년 3월에 백두산과 오가산, 묘향산이 자연보호구로 지정되었고, 구월산과 칠보산 등이 차례로 지정되어 북한에는 현재 7개의 자연보호구가 있다. 1990년대 심각한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겪으면서도 자연보호구로 지정된 산지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지속하였으며, 자연보호구 안에 정휴양소와 야영장을 만들어 노동자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의 원시림 중에서도 자연자원이 풍부한 오가산에 대한 북한당국의 관심을 매우 특별하다. 2009년에는 오가산을 소개하는 기록영화 ‘오가산자연보호구’를 제작하였으며, 2012년에는 ‘오가산 식물전시관’을 개관하였다. ‘오가산 식물전시관’에는 오가산에 있는 1천여 점의 식물표본과 100여점의 종자표본이 전시되고 있고, 전시관 주변에는 120여종의 수천 그루의 나무가 자라는 수목원이 조성되었다.

‘동식물의 보고’라고 하는 오가산에 있는 나무들은 대부분 300~400년 정도이며 크고 오래된 나무들을 품고 있다. 그중 오가산 주목은 1,100년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고 늙은 나무 중 하나인데, 나무 높이 16m, 밑둥 둘레는 3.7m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앞에서 말한 한국호랑이와 불곰, 검은담비, 스라소니 등 남한에서는 이미 멸종되었거나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특히 1996년에는 원앙새 집단서식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 오가산 주목
▲ 오가산 원앙새



 

 

 

 

 

광활한 개마고원과 오가산 천연 원시림은 험한 지형과 극한의 기후로 인해 일제 강점기 항일독립투사들의 근거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에 오가산 혁명사적지를 꾸리고 북한의 청년학생들이 해마다 참가하고 있는 ‘배움의 천리길’의 코스로 만들어서 탐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오가산은 많은 예술작품에도 영감을 주었는데 북한의 대표적인 화가인 김상직의 조선화의 주요 배경이 되었으며, 남한의 소설가 김탁환의 ‘밀림무정’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오가산은 북한의 자연보호구와 함께 지금 북한의 자연환경이 유지되도록 하는 중요한 곳이며 백두산과 울릉도, 가리왕산 등과 함께 한반도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원시림으로서 자연환경적 가치가 매우 크다. 또한 오가산은 태고적 한반도의 자연환경이 존재하는 곳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은 산이기 때문에 학술교류가 된다면 한반도 식생변화에 대한 풍부한 연구가 진행될 가능할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