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활웅 (본사 상임고문, 재미 통일연구가)
 

이번에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69주년 기념사에서는, 그녀가 민족의 지상과제인 통일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혼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남북이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작은 통로부터 열자, 환경협력의 통로를 만들자, 민생인프라 협력을 시작하자, 우리의 경제개발 노하우를 북한과 공유하자, 문화의 통로를 열자는 등 횡설수설한 후 “정부는 남북한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업부터 하나하나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북 기본자세와 관련해서는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너무나 위험하고 비정상적”이라면서, 북한이 “지금까지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와 핵 개발로 대한민국에 위협을 가하고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이는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 계속되고 스스로의 손발을 묶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연초에 불쑥 “통일 대박론”을 들고 나온 박 “대통령”은 3월 말에 소위 “드레스덴구상”을 발표해 여러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이제 통일헌장을 만들자는 소리가 나오는가하면 관민합동의 통일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가 열리기도 해, 그가 첨예한 남북대결을 고착화시킨 아비의 허물을 벗기기 위해 애쓰는 듯이 보이기도 했으나, 이번의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그녀는 역시 “그 아비에 그 여식”에 불과하다는 것이 뚜렷이 입증된 셈이다.

한반도의 분단이 미국에 의해 시작됐고 미국에 의해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1945년 8월 6일 미국이 일본에 대한 원폭을 시작하자 소련은 대일 선전포고를 하고 9일부터 일제점령하의 한반도를 북쪽으로부터 침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은 소련군의 진격을 북위 38도선에서 멈출 것을 요구했다. 전후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패권확립을 위한 기지를 한반도 남부에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소련은 이에 동의했다. 우리 민족의 분단비극은 이렇듯 미국의 이익을 위해 발안되고 실행되었다.

6.25전쟁도 미국전략가들의 고도한 술수에 우리들이 모두 넘어간 결과로 일어난 참사였다. 그때 미국은 자국민의 느슨한 대 소련 경계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어디선가 전쟁이 일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마침 남한의 이승만 대통령이 북진통일을 주장하며 미국에 군사원조를 요청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남한의 북침보다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일어나 남한이 빈사상태에 빠졌을 때 이를 돕는 것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한에 넉넉한 군사원조를 안했을 뿐 아니라, 북한이 남침하더라도 남한이 능히 이를 물리칠 것이니 미국은 개입할 필요도 의도도 없다고 공공연히 거짓말을 했다. 그 말을 김일성뿐 아니라 모택동과 스탈린도 믿고, 모두 되게 경을 쳤던 것이다.

1953년 7월의 휴전으로 6.25전쟁의 전투행위는 멈췄지만, 미국은 외국군 철수를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정치협상을 망쳐놓고, 그 대신 주한미군의 무기한 주둔을 규정한 한미방위조약을 체결해버렸다. 그래서 전투만 멎었지 전쟁은 끝나지 않은 상태가 61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 한반도의 현상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계속되는 미사일발사와 핵개발로 대한민국에 위협을 가하고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위협이 계속되는 한 핵무기와 미사일의 개발을 멈추지 않겠다하고 있으니, 박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폐기를 바란다면 먼저 미국의 대북위협의 중지를 요청해야 마땅할 것이다.

분단의 장기화가 한반도의 기본질서처럼 돼버려 이와 관련된 내용이 점점 복잡해지자, 통일문제가 마침내 학문적 연구대상이 되어, “통일학” 또는 “북한학”이란 학문영역이 생기고 이를 파고드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많아진 것은 꼭 잘못된 일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연구가 점점 북한의 모순이나 흠집을 미시적으로 찾아내는 데만 주력하면서 분단해소의 기본문제를 거시적으로 비춰보는 일을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될 것이다.

거시적으로 볼 때,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를 순차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첫째, 한반도의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주한미군을 내보내야 한다. 즉 한반도가 미국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북한의 비핵화도 가능성의 영역에 들어오게 된다.

둘째, 미국의 굴레에서 벗어난 후 남북은 상호불가침 약속을 재확인하고 적절한 수준의 감군을 실시한다.

셋째, 마침내 남북 간의 인적, 물적 교류확대와 상호 협력이 가능해 져 분단 상태가 사실상 소멸되고 급기야 숙원의 통일이 가능해 진다.

박근혜 “대통령”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멍텅구리가 아닌 이상, 한반도 분단의 시초와 장기화가 모두 미국의 필요에 따라 우리에게 강요되어 왔으며, 따라서 어떻게 우리를 미국의 굴레에서 매끄럽게 풀어내느냐가 통일문제를 푸는 핵심과제임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북간도 용정에서 출생했으며, 6.25 때 육군 정훈장교로 입대해 1955년 대위로 예편했다.
1955년-1971년 외무부 재직 중 한일회담과 각종 무역회담에 참여했으며, 1961년 뉴욕대학원에서 석사학위(국제경제학)를 받았다.
1972년부터 미국 LA에서 제조업체를 설립, 경영했다.
1984년부터 현재까지 코리언 스트릿 저널, 크리스천 헤럴드, 라성 한국일보, 기자협회보(국내) 등에 통일문제를 위주로 글을 써 왔다.
1990년 제1차 범민족대회 미주동포대표단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했고 1995년에 ‘통일마당’ 창설 회장으로 선임됐다.
현재 ‘6.15공동선언실천 미주본부’ 고문 및 ‘통일뉴스’ 상임고문으로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평화통일은 비기는 통일이다’(200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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