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새정치민주연합 통일전문위원)
 

지난 8월 7일에 대통령 소속 통일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가 개최되었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에서 발표한 회의 결과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통일준비위원회 역할에 대해 대통령은 “국민들의 가슴에 와 닿는 통일청사진 마련”, “통일을 향한 여정에 있어 스마트한 내비게이션 역할”, “국민의 통일의지를 하나로 만드는 통합의 용광로 역할”을 이야기 했다고 한다.

회의에서는 다양한 토론이 있었는데, 야당 대표로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정책위 의장은 실질적인 통일준비를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한 과제임을 강조하였다. 구체적으로 5.24조치 철회,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 성사.정례화 합의 및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당국대화 재개와 궁극적으로 정상회담으로 발전이라는 3가지 남북관계 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청와대 브리핑 자료에서는 “통일준비가 국민통합에 기여해 나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5.24조치의 향배, 이산가족의 상봉 등 현안문제에 대한 제언이 있었음”이라고 아주 추상적으로 처리하였다.

통일준비위원회가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측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장관의 태도에 있다. 류길재 장관은 즉석에서 발언권을 얻어 우윤근 의장 제안에 대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차원에서 매번 다루는 주제로, 이런 현안은 통일부에 맡겨 주고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 청사진 마련과 같은 것을 고민했으면 한다”면서 야당 제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즉석에서 거부하는 이해하기 힘든 태도를 보였다.

류길재 장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회의가 열릴 때마다 야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여당 의원들까지 5.24조치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때마다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를 언급하면서 거부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다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가 열리면 그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인가. 5.24조치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어떠한 남북 간의 실질적인 통일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현 정부 대북정책의 모순은 구호와 현실의 심각한 괴리에 있다. 김연철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실질적인 대북정책은 강경정책을 구사하면서도 담론만 미래지향적이라고 비판한다. 통일대박론을 포함해서 DMZ세계평화공원 구상, 대륙철도 연결을 포함하는 유라시아 구상은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지만, 중요한 것은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방법이다.

즉 현 정부는 남북관계 현안을 방기하고,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을 구체화시키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통일대박’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준비는 거창한 조직과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남북교류협력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통일준비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당면해서는 인천 아시안게임을 남북 화해와 단합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통일준비이다. 인공기 크기,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 비용 문제도 풀지 못하는 우리정부가 어떻게 통일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행여나 남과 북이 함께하는 통일이 아닌 북한 붕괴를 통한 통일을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역대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남북관계에 있어 중요한 제안과 메시지들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집권 1년 6개월을 맞이하고 있는데, 이제는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게 되면 대통령이 밝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잊혀 지게 될 수도 있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제69주년 광복절 기념일의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길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5.24조치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이 있어야 한다. 현 남북관계는 5.24 조치로 인해 ‘비정상의 상시화’가 지속되고 있다. 아시다시피 5.24조치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북 제재조치로 남북교역 중단, 우리국민의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대북지원 사업 원칙적 보류와 같은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다.

즉 5·24조치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남북 사회문화교류, 인도적 지원, 경제협력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DMZ세계평화공원 조성, ‘복합농촌단지’, 라진-하산 물류 프로젝트도 예외일 수 없다. 통

일부는 라진-하산 물류 프로젝트에 코레일, 포스코 등이 참가하는 것에 대해 ‘국익’ 차원에서 고려했다는 ‘궁색’한 입장을 남북경협 기업과 국민들에게 이야기한다. 그럼 다른 남북경협 사업은 국익에 해, 적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럼 정부가 이야기하는 통일은 남북경제공동체 형성 없이 가능하단 말인가? 정부 스스로 논리적 모순에 빠질 것이 아니라 공평한 잣대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정부가 통일을 준비한다고 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5.24조치를 철회해야지 그 말의 ‘진정성’이 부여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는 5.24조치의 전향적 입장이 있길 기대하고 촉구한다.

추석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설, 추석이란 계기를 통한 이산가족 상봉의 시대는 마감해야 한다. 70대 이상 고령자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추석과 설을 기다려야 하는가? 남북당국은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 하는 합의를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남북관계가 안 좋다고 해서 이산가족상봉 조차도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것이다. 다가오는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합의하고 상봉의 무대인 금강산은 관광재개를 통해 남북주민이 다시 하나가 되길 기대한다.

남북관계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당국 대화가 재개되어야 한다. 고위급회담이나 장관급 회담이 재개되어 모든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준비, 이번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될 수 있길 기대하고 촉구한다.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나 동국대 북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KYC(한국청년연합회) 평화통일센터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민주당 정책위원회 통일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동국대 강사, 인제대학교 통일학연구소 연구위원, 민화협 정책위원, 도산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쓴 글로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발전 방향 연구”(2011), “북한 대중운동 연구: 권력승계 측면에서 비교한 ‘150일 전투’와 ‘70일 전투’를 중심으로”(2010), “북한 권력승계 담론 연구”(2010), 『북한 청년동맹 연구』(한울, 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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