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세미나 공간에 70여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있다. 아직은 서로가 어색한 듯 표정들이 굳어 있지만, 언변 좋은 몇몇의 넉살 좋은 농담에 이내 분위기가 녹아내리며, 웃음꽃이 핀다.

곧 시작된 플래시몹 연습에서도 쑥스럽게 웃으며 잘 움직여지지 않는 팔다리를 휘저으며 몸짓을 해대고 있다. 실무진들이 전체 일정과 앞으로 방문하게 될 곳들을 소개하는 걸 듣고 있는 모습이 꽤 진지하다.

바로 '대학생 내일로 평화대장정'에 함께하는 대학생ㆍ청소년 참가자들의 모습이다.

▲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가 주최하는 '대학생 내일로 평화대장정' 참가자들이 7일 부산역에서 발대식을 갖고 힘차게 출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영욱 통신원]

8월7일 9시 30분 부산역에서는 '대학생 내일로 평화대장정'의 발대식이 있었다.

'대학생 내일로 평화대장정'은 '우리겨레하나되기 운동본부'에서 평화와 통일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ㆍ청소년들이 함께 내일로 기차여행을 이용해 전 국토를 돌아다니면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공부와 캠페인 활동을 벌이는 행사이다.

70명의 대학생과 청소년들이 참여한 이 행사에 본 통신원도 동행하여 9박10일간의 동행취재를 하게 되었다. 9박10일의 대장정의 시작은 부산역이었다.

내일로 대장정 참가자들은 부산역에서 기자회견을 겸한 발대식을 진행하였다. 대장정 참여인원 70명이 모두 참여한 이 발대식에서 대장정 대장 김종현(부산대, 26세) 학생은 "내일로 대장정은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대학생들이 모여서 하는 활동이다. 기차여행과 평화통일 캠페인을 함께 하는 대학생들의 활동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어서 대장정 참여 대학생들이 단체로 준비한 플레시몹 시범이 진행되었다.

일본 군사재무장 반대 내용을 담은 이 플레시몹은 부산역을 방문한 많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도 하였다.

▲ 평화대장정의 첫 기착지인 진주 시내에서 일본의 군사재무장을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시몹을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통일뉴스 김영욱 통신원]

발대식이 끝난 이후 내일로 평화대장정 참가자들은 부산역에서 기차에 탑승하여 진주로 이동하였다. 이동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사전에 정해진 조별로 차내에서 조별 모임을 갖기도 하고, 플레시몹과 캠페인 활동에 대한 토론을 하기도 하는 등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기차로 이동하는 동안 김주연(부산대, 21세) 학생은 "처음 참여하는 행사라서 아직은 많은 것이 낯설고, 어색하다. 평소 매우 해보고 싶었던 내일로 여행을 해보는 것이 기쁘다. 평화와 통일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볼 기회를 얻은 것이 좋다"고 평화대장정에 참가한 소감을 밝혔다.

진주에 도착한 내일로 평화대장정 참가자들의 첫 번째 찾아간 곳은,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 사건을 민간인 대량학살이 자행된 용산고개였다.

이 곳에서 유족회 대표님의 해설을 경청하고, 보존되어 있는 유골을 직접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 사건과 관련한 민간인 학살지인 진주 용산고개에서 유가족 대표의 설명을 들었다. 참가자들 중에는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학살에 대해 처음 듣는 사람이 많았다. [사진-통일뉴스 김영욱 통신원]

평화대장정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굴곡을 배우는 활동도 함께 진행된다는 평화대장정 실무진의 해설과 함께 앞으로도 위안부 수요집회 방문, 서대문형무소 방문 등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배우는 활동들을 해나갈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대학생ㆍ청소년 참가자 중에는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 처음 듣는 사람도 많아 보였다.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제서야 알게 된 우리 현대사의 참혹한 진상앞에 분통을 터트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이 대장정 기간동안 성장해가는 모습이, 마지막 날에는 어떤 것들을 남겨갈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민간인 학살지를 방문한 이후 대장정 참가자들이 향한 곳은 진주시내였다. 진주 시내에서는 미리 준비한 피켓과 구호를 외치며 퍼레이드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진주 시내 기업 은행 앞에서 '일본 집단 자위권 반대'와 '아베정부 규탄'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70명이 동시에 율동을 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여 지나다니던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지나다니던 시민들은 평소 진주에서 보기 힘든 캠페인 장면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퍼포먼스를 끝낸 후에는 갑작스럽게 쏟아진 빗줄기를 피해 지하상가로 장소를 옮겨, 반일평화 서명운동을 진행하였다.

'일본 집단자위권 반대' ,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이 서명운동을 위해 대장정 참가자들은 각자 흩어져서 서명을 받으러 다녔다. 

처음 서명운동 활동을 해보는 참가자들이 많아 어색해 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최수혁(16세, 청소년 참가자) 학생은 30분 만에 12명의 서명을 받아 오늘의 모범대원으로 뽑히기도 하였다.

▲ 대학생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청소년 참가자임에도 불구하고 제일 많은 서명을 받아 '오늘의 모범대원'으로 뽑힌 최수혁 군의 당찬 모습. [사진-통일뉴스 김영욱 통신원]

내일로 평화대장정은 9박10일의 긴 장정의 첫 발을 내딛었다. 첫날부터 장대비가 내리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대학생들이 누구보다 진지하고 활기찬 분위기로 일정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취재를 위해 동행한 필자도 강렬한 에너지를 받는다.

9박10일의 긴 일정동안 이 대학생들이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것들을 시민들에게 전할지 필자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세하게 들여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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